탄핵 갈등, 성장통으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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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갈등, 성장통으로 삼아야

 

   지난 3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였다.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성도들도 교회 안과 밖에서 부딪치는 정치적인 불편함에 대하여 신앙적으로 대응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작금에 겪고 있는 갈등과 아픔이 국민 통합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성숙하고 정의로운 민주사회로 발전하는 길목에서 겪는 성장통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헌법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한 나라의 헌법은 그 나라 국민이 합의하고 따르는바 공동체적 가치, 원리, 절차를 포함한다. 구약시대에 모세 율법이 이스라엘을 신정국가로 세우는 기초였던 것처럼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은 하나님의 일반은총 가운데 국가적으로 합의된 최고의 질서로 국가 존립의 법적 기초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국가 지도자의 신임 문제가 헌법의 정신과 절차에 따라 일단락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의 생각이 헌재 판결과 다를지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 시민에게 요구되는 덕목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야기되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먼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억지로 봉합하려고 무리하기보다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 견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생각의 차이 때문에 서로 미워하거나 대립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름이 공동체 안에서 상호 보완하는 길을 찾도록 힘써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치유 과정을 밟아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치유 프로세스의 시작일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견해와 다르지만 어렵게 결정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자신을 추스를 시간을 주어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갈등의 골을 좁히고 치유와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공동체 정신을 고양하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감으로써 화해와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나아가서 성도는 민주 시민으로서 나라의 새로운 질서와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특히 5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사람됨과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면밀하고 냉철하게 판단하여 중요한 선택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교회로서 특별히 주의할 점은 아무리 자기가 옳다고 확신할지라도 정치적인 사안에 교회의 이름과 표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개인이 아닌 교회가 전체로서 특정 정파나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기독교 진리를 축소, 왜곡할 위험이 크다. 기독교회는 정치적 이념에 휘둘리거나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거나 편 가르기에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 복음의 진리가 특정 정파와 운동의 주장과 동일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전통을 이어 가야 한다. 한국 교회는 기독교 전래 이래로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 개화와 독립, 문맹 퇴치, 의료, 교육, 민주화 과정 등에서 공헌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시민으로서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물론 사도 바울의 권면대로 나라와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도는 언제나 믿음으로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되, 마땅히 가야할 바 본연의 길을 가야 한다. 일마다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기 전에, 성도는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에서 자기가 맡은 일과 직분에 충실한 성도다운 성도가 되고, 교회는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는 어떤 국가나 제도, 혹은 단체가 할 수 없는, 오직 세상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만이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특권이자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