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_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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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땅에 단비를>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 박상준_GP, 총회협력 일꾼 >

 

 

그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서,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인도네시아에서 나에 대한 호칭은 선생님이다. 말만 선생이 아니라 직접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물론 가르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런 가르침을 통해 젊은이들, 그리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섬기는 것이 목적이다. 교역자가 되기 전 한국의 교회에서 불리던 그 호칭이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 때문에 그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부담 없이 나에게 와서 묻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나누기도 한다.

   주말에 집중된 한국어 교육사역 이외에, 주중에는 영어교육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 교육의 대상은 어린이와 청소년이고, 장소는 도시에서 가까운 시골의 이슬람 마을에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생활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영어 과외를 받게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무상으로 영어를 가르쳐 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그 아이들 중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슬림이지만, 우리 부부가 출석하고 있는 현지 교회 성도의 자녀들도 있다. 처음에 영어교육을 시작한 장소도 그 교회 한 성도의 가정집 작은 거실이었다. 시작한 지 1년 만에 마을 지도자의 반대로 영어 교육이 잠시 중단되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운 간섭으로 교육이 재개되면서 교육장소도 바뀌게 되었다.

   그 작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던 작은 집을 이전하여 신축하면서 기존의 그 작은 집에서 우리가 영어교육을 하도록 허락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 안팎을 대폭 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제작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그 나라 노동자 한 사람이 약 서너 달 동안 일하고 번 것을 쓰지 않고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들여 수리를 하였다.

   나는 내가 다니는 현지 교회가 이런 사정을 알아주고 조금이라도 사역에 동참하도록 찬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교회에서는 그동안 내가 그 시골에서 영어를 교육하게 된 이유와 방법, 그리고 집수리에 들어간 비용 등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하더니, 마침내 수리비용 전부를 교회가 대신 지불해 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 교회가 교회 밖에서 하는 나의 사역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나의 사역을 교회의 한 선교사역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20166월 첫 번째 주일, 한국으로 본국 사역을 위해 떠나오기 전 마지막 주일예배를 그 교회에서 아내와 같이 드리고 있었다. 설교를 마친 담임목사님은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 부부를 교회 앞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사역과 처음 그 교회가 시작될 때부터 우리가 함께해 온 것을 말씀 하시면서 감사를 표현했다.

   1년 간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에 가 있겠지만 1년 후에 꼭 다시 와서 우리와 같이 예배를 드리며 함께 사역을 하자고, 그렇게 할 줄로 믿는다고 말씀하셨고, 성도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교회는 우리 부부를 위해 인도네시아 전통의복인 바틱을 선물로 주었다. 나와 내 아내는 감격스러웠고, 그동안 한 교회에 꾸준히 다니면서, 교회 밖에서 해 온 사역을 인정받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 일로 우리는 단지 외국인으로서 현지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 중 한 사람이 아니라 교회와 함께 사역하는 사역자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일꾼이 선교비로 연약한 현지 교회를 도우면서 함께 사역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현지 교회가 외국인 일꾼을 적극적으로 돕는 현실이 되기까지 신뢰관계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그 나라 교역자들이나 성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일꾼이 되라고. 그렇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그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서,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 애씀이 열매를 맺는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