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총장, 합신 개교 36주년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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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신 개교 36주년 인사말

조병수 합신 총장

 

개교 36주년 감사예배에 오셔서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지난 36년 전에 우리 학교를 세워주셔서 비록 몸집은 왜소하지만 묵묵히 제 빛을 비추게 하신 것은 얼마나 큰일인지 모릅니다.

우리 학교가 개교하던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 현장은 이루 말로 다 그려낼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습니다. 부패한 정치도 문제였지만 정치로부터 무시를 받는 국민도 문제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정국 역시 매우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어떤 이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겹쳐지는 것일 뿐입니다. 동일한 사건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건들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줄여 말하자면, 지금 우리는 그때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때든지 지금이든지 역사를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는 역사를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실하게 증명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어느 때도 흠결이 없었던 적이 없다는 것을 알면, 그다지 실망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개교 36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그때는 그때대로 대응했다면, 지금은 지금대로 대응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역사에 대응하는 방식은 경우마다 달라지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세상이 변해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가 대응하는 방식은 한결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개교 당시 역사에 일침을 가하려고 했던 방식은 여전히 개교 36주년의 지금 역사에 일침을 가하려는 방식입니다. 그것은 무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집단을 이루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의 본연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릇됨으로 얼룩진 세상과 역사에 바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바름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만일 백성이 바름으로 무장한다면 어떤 정치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교회가 바름으로 옷을 입는다면 어떤 역사도 함부로 진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교의 이념은 역사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길을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의 자리에서 바름을 추구하고 실천함으로써 찬란한 빛을 발하라는 것입니다.

어느덧 개교 36주년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인사를 가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