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_손종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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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 손종국 목사, 청소년교육선교회 대표 >

 

관계 형성에 실패한 교사는 바람직한 제자의 삶 가르칠 수 없어

 

 

오래 전에 총신 신대원에서 청소년교육 과목을 가르칠 때였다. 용인에 강의를 하러 간 어느 날 김의원 교수가 불러서 방에 갔더니 누가 선물했다며 꿀을 한 병 주셨다. 당신은 꿀을 싫어하니까 나보고 가져가서 먹으라는 것이었다.

당시 학교에서 만날 수 있었던 예전의 두 분 스승이 계셨는데 김의환 총장님은 고등부 때 교회 담임목사님이셨고 그 다음 총장이셨던 김의원 교수님은 전도사님이셨다. 아마 고등부 수련회 동안 회심을 하고 진로를 수정하면서 신학을 선택한 것은 두 분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다음 해 고등부 3학년 때 담임이셨던 이정석 교수는 대학시절을 함께한 좋은 선배이자 기도의 동지였고 멘토였다. 역시 개인성경공부 방법을 알게 해주시고 어린 학생에게 주석을 빌려주셨던 당시 강도사님, 성경암송과 전도의 열정을 함께 나누었던 유년부 전도사님(필리핀 선교사역을 마치고 풀러에서 부총장을 하신)도 잊을 수 없는 분들이다. 모두 다 신앙과 삶을 함께 나누어 주신 분들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다양한 부류의 제자들이 있다. 전국 어디든지 교회에 강의를 하러 가면 대부분 꼭 아는 사람을 한 명 이상은 만나게 된다. 일회성 강의를 들었던 분, 내가 쓴 책을 읽었던 분, 일정 기간 교육과 훈련을 받은 분, 신대원과 대학에서 1학기 강의를 들었던 분, 그리고 청소년교육선교회란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간사나, 지회 간사, 동아리 멤버, 자원봉사자 등으로 만났던 분들이다. 지금도 ‘교수님’이란 호칭으로 불러 주는 제자들을 만나면 새삼스럽기도 하다. 어떤 제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목사님,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입니다.”

나는 다양한 환경에서 만나는 이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었다. 학교에서 강의할 때는 꼭 조를 짜서 학기 중에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사적인 나눔을 가졌었다. 물론 그 돈은 학교에서 받는 강사비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회교육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복음에 대한 감격과 사명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관계성이 희미해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부산 서부교회를 탐방을 했었을 때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이 조그만 전화번호 수첩을 보여주시며 150명까지 이름을 적을 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 교회 교사들은 한번 적힌 제자들을 위해서 평생 기도한다고 하셨다.

한번 전도한 학생을 중학교 갈 때 까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8, 9년까지 매주 주일 이른 아침에 학생들 집을 찾아가서 다른 학생들과 무리지어 교회로 데려오는 광경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선생님의 뒤를 따르는 아이들의 쾌활하고 활달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거기에서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따로 일주일에 한번씩 개인적으로 만나는 시간까지 있었으니 그 깊이는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안 믿는 부모들도 이런 선생님들을 신뢰한다고 자랑을 하였다.

설교와 공과를 포함하는 모든 성경공부는 골로새서 1장 9, 10절에서 그 목적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시작하여(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더 나아가 그 지식의 유용성과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발전하여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그 모든 것을 실천하게 하고 (주께 합당히 행하여), 마지막에는 헌신으로 결실을 얻게 해야 한다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이러한 모든 요소를 포함하지 않은 가르침은 불충분한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P.E.T.(부모역할훈련)과 T.E.T(상담 이렇게 하라)를 쓴 토마스 고든은 성공하는 교사에게는 내용과 기술, 관계라는 3가지 요소가 순서적으로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겪어보면 시간적으로는 관계형성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기술을 갖춰야 하며 마지막에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학생을 이해하고 용납하며 나아가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교사야말로 관계형성에 성공한 것이고 이것이 내용을 잘 가르치는 중요한 준비인 것이다. 관계형성에 실패한 교사는 결코 학생에게 바람직한 제자의 삶을 가르칠 수가 없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또 다른 “제자를 삼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고 명령하신 말씀을 따라 사도 바울은 디모데를 가르쳤고 그를 통하여 또 다른 충성된 사람을 가르치고 이어서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것을 바라보았다(딤후 2:1-2).

지금 우리 교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학생을 전도하는 것보다 그나마 지금 교회 안에 있는 학생들을 무관심 내지 무감동으로 교회 밖으로 내몰지 않는 것이다. 또는 내몰지는 않아도 상급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세상풍조에 휘둘려 교회를 떠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이들에게는 신앙과 삶을 함께 나누어 주는 교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함께하는 교육을 이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