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αμην)의 수(數)_김진옥 목사

0
579

아멘(αμην)의 수(數)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숫자상징의 해석적 도입은 신약의 의미전달에 부정적이라고 봐야”

이집트에서 발견된 기독교 파피루스 속에는 다양한 기독교 상징들이 발견된다. 이러한 상징들은 박해가 사라진 AD 4세기 후 기독교문서들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 상징들은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크리스토그람(Xristogram)과 십자가를 상징하는 비슷한 스타우로그람(Staurogram)으로 대표되며, 오늘날에도 로마카톨릭을 상징하는 문향과 기독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십자가 속에서 발견된다.

그 가운데 숫자(수치)와 관련된 흥미 있는 표식들도 기독교 문서들 속에서 간혹 발견된다. 학술용어로 이소프세피즘(Isopsephism)으로 불리는 이러한 표식들 가운데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은 콥파(q)와 테타(θ) 두 글자로 이루어진 숫자상징이다.

기독교 편지나 문서들 처음과 끝에 때때로 등장하는 콥파와 테타는 대표적인 숫자상징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한 헬라어 알파벳 콥파는 수치 90을 표기하기 위해 차용한 글자이며, 일반 문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알파벳이다. 그 뒤에 오는 테타(θ)의 수치는 9이다.

이렇게 둘의 수치를 합하면 99가 되는데, 수치 99는 여러 가지 단어의 조합을 가능케 하여, 처음에는 비밀스런 암호처럼 느껴진다. 그 의미는 전통적으로 이레니우스의 해석을 따라 아멘(αμην)으로 해독된다. 

PSI 1) VIII 1342, 1

김진옥

중요한 점은 말씀을 기록하고 있는 신약성경 사본 어느 곳에서도 아멘을 콥파와 테타의 숫자상징으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신약성경의 필사에서 암호문과 같은 콥파와 테타를 이용한 아멘의 사용이 엄격히 배제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존하는 어떤 신약 사본에도 콥파와 테타를 사용한 아멘의 흔적은 없다. 이런 점은 성경이 사용하고 있는 의미전달에서 숫자상징을 통한 비밀스러운 암호의 사용이 배제되었음을 간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진리는 누구나 알기 쉽고 명확하게 전달된다. 이런 점에서 성경의 말씀을 비밀스런 코드로 푼다거나 숫자화 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는 방법들은 적절하지 못하다. 곧, 하나님, 여호와, 주(큐리오스와 아도나이), 예수, 성령 등의 이름을 숫자로 종합하거나, 코드화 하여 비밀스런 의미들을 찾아내려고 하는 시도들은 전혀 올바른 해석방법이 될 수 없다.

김진옥2

P46 빌4:23의 생략된 아멘2)

그러나 사실 숫자상징(isopsephism)을 통한 의미의 전달을 해석학적으로 연결해 볼 수 있는 성경본문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계시록에 나오는 ‘육백육십육’이다.

계시록 13:18에서 나오는 사람의 수요 짐승의 수로 계시되는 숫자는 육백육십육이다. 이 숫자는 십진법에서 6이 연속적로 등장하는 ‘육육육’이 아니라, 헬라어의 수치로 따져 ‘육백육십육’(χξς: 600+60+6)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χξς를 ‘육백육십육’으로 번역한 개역성경의 번역은 적절하다.

계시록에서 짐승의 숫자로 제시되는 ‘육백육십육’을 푸는 해석의 원리는 고대로부터 난제에 속한다. 사도 요한은 이 숫자를 푸는 데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계 13:17절은 이를 ‘그의 이름의 수치’ 혹은 ‘짐승의 수치’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숫자상징(isopsephism)의 방식으로 푸는 것도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보캄(Bauckam)은 육백육십육의 의미를 “네로는 짐승이다”를 의미하는 헬라어 문장의 합으로 보았다.3) 비슷한 방식으로 이 숫자를 히브리어 알파벳 수치와 연결시키는 방법(geometria)도 고려된다. 흥미롭게도 그 의미는 히브리어 알파벳에서도 다시금 ‘카이사 네로’에서 풀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상징의 해석적 도입은 아멘의 사용과 같이 신약성경의 의미전달에서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육백육십육을 알파벳의 단어의 조합으로 풀려고 할 때 많은 취약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해석방법을 취할 경우 성경말씀이 신비적인 암호문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배제시킬 수 없다. 때문에 개혁파 신학자들은 보편적으로 이러한 해석을 거절하였으며, 박윤선 목사는 종말에 나타날 “적그리스도의 나라”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성경말씀의 기록과 전달은 신비적 암호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  

—————————————

1) = Papiri greci e latini. (Pubblicazioni della Società Italiana per la ricerca dei papiri greci e latini in Egitto)

2) 개역성경에서는 ‘아멘’이 생략되었으나, P46은 포함하고 있다.

3) R. J. Bauckham, The Climax of Prophecy: Studies on the Book of Revelation, p. 3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