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정탐꾼들과 오늘의 삶_김용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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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정탐꾼들과 오늘의 삶

< 김용진 목사, 도산제일교회 >

 

하나님께서 의미 없이 이 땅에 심어 놓은 것은 하나도 없어

 

전도서에 보면 세상의 모든 일은 다 정한 때와 기한이 있다. 날 때와 죽을 때, 심을 때와 거둘 때, 울 때와 웃을 때 그리고 슬퍼할 때와 춤출 때가 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는데 우리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의 시종을 측량할 수 없게 하셨다. 그러므로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최선의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이 있다. 본래 1932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 출간되어 극심한 경제적 불황과 사회적 혼란을 온몸으로 겪고 있던 중년의 세대에게, ‘인생은 사십부터 시작된다’는 새로운 삶의 메시지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된 책의 제목이 바로 ‘인생은 사십부터’라고 한다.

어쨌든 나는 마흔 살이 되어서 신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어렵사리 신학공부를 마치고 얼떨결에 통영에 내려와서 교회를 개척한 지도 벌써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갔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세월 가운데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이던 두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기엄마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며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성경에서 가나안 정탐꾼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곳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현실만을 바라보면서 원망과 불평을 앞세우고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었던 열 명의 정탐꾼들과 비록 현실은 평탄하지 않지만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감사와 인내를 잃지 않고 긍정적이며 신앙적인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던 여호수아와 갈렙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학교의 문을 두드리기 전 삶의 현장에서 평범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때와 신학교에서 성경을 배우고 학문과 경건의 훈련을 받고 목회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이 변화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회인들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던 그 때에는 모든 것을 내가 다 끌어안고 끙끙거리며 얼마나 힘들어 했던가? 주위의 모든 여건을 감안하여 치밀하게 계획하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가듯이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고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나 중심의 철저하게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신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뒤부터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은 나 자신을 내려놓고 주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철저하게 종으로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기에는 간단하고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가 않은 것이었다. 거기에는 주님에 대한 신뢰와 큰 믿음이 필요했다.

얼마 전 교회 앞에 있는 나무를 가지치기 했다. 너무 크고 가지도 지저분해서 볼 때마다 신경이 쓰여서 차라리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시원하게 다듬게 되었다. 지금은 볼 때마다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시각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어떻게 믿고 신뢰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이 좌우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심히 아름다운 땅이라. 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리라. 이는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니라. 다만 여호와를 거역하지는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먹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오늘도 주어진 사회와 환경과 나라와 교회를 돌아본다. 어제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에 주어진 존재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이 땅에 비록 새 것은 없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의미 없이 이 땅에 심어 놓은 것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여호수아와 갈렙이 보았던 하나님의 그 약속을 우리는 오늘을 사는 삶의 현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