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 후 첫날’로서 ‘주일’에 담긴 의미_노승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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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 후 첫날로서 주일에 담긴 의미

< 노승수 목사, 강남성도교회 >

 

주일은 구약적 안식의 성취이며 영원한 안식을 보증하는 증표

 

 

매주 첫째 날에 우리 신자들은 교회로 모여 공적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날을 보통 ‘주님의 날’을 의미하는 ‘주일’이라고 부른다. 그 대표적인 용어가 ‘주일 성수’와 같은 말이다. 그러다보니 주일이 아닌 날 곧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주일의 예배와는 상관없이 자기 일상의 삶을 꾸려가는 날로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좀 더 신앙적인 삶을 강조하는 이들은 매일 매일을 ‘주의 날’이라고 하면서 매일을 ‘주일’처럼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우리가 공적으로 예배하는 날인 ‘주일’과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평일과의 관계와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주일’을 평일과 구별하면서도 날마다 거룩한 산제사로 살아가는 예배하는 삶과의 연속성을 확인하고, 이것이 마침내 영원한 안식에 참여하는 부활신앙의 참된 표징이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1. 안식일주일의 연속성

 

신약 성경에 주일을 표현한 관용적 표현은 ‘안식 후 첫날’로 불려진다. 우리말 성경으로 읽을 때에는 안식일 다음 날이라는 뉘앙스를 갖지만 사실상 이 표현은 의역에 가깝다.

바우어 사전에 의하면, 여기에서 사용된 안식일이라는 단어의 용례는 ‘1주일’을 의미한다. 단수형이나 복수형을 통틀어서 이 용례는 모두 주님의 부활을 가리키는 날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그 용례들은 다음의 구절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 28:1; 막 16:2; 눅 18:12; 24:1; 요 20:1, 19; 행 20:7; 고전 16:2.

그런데 ‘안식 후 첫날’이라는 표현에서 사용된 안식일을 의미하는 ‘안식’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을 가리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주간(week)을 의미하는 용례로 사용된 예가 없다. 구약의 헬라어 역인 70인역에서는 아예 찾을 수가 없다. 실제로 복음서와 서신서들에서 ‘안식 후 첫날’은 안식일 이후의 첫째 날, 곧 오늘날의 주일로서 신약 교회가 예배하던 날을 가리키는 용례로만 사용되었다.

문맥상으로 보면 이 날은 안식일 다음날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용어를 ‘안식 후 첫날’이라고 번역을 한 것이다. 바우어 사전 역시 그와 같은 용례로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용어를 직역하자면 “the first of the sabbaths“(막 16:2), 즉 “안식일들의 첫 번째”로 직역할 수 있다.

 

  1. 주일과 안식 후 첫날

 

신약의 저자들인 사도들과 복음서 기록자들은 모두 오늘날의 주일을 이와 같은 관용적 형태인 ‘안식 후 첫날’로 표현했다. 실제로 신약에는 주일을 의미하는 표현이 있다. 계시록을 보면, ‘주의 날’(the Lord’s-da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용어를 두고 왜 굳이 안식을 의미하는 ‘싸바톤’(σαββάτων)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주일을 설명했을까? 게다가 앞서 설명한 대로 ‘안식 후 첫날’이라는 표현은 “안식일들의 첫 번째”라는 의미다. 굳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안식 후 첫날’이라는 표현은 통상적 의미의 ‘주일’ 곧 주간의 첫 번째 날을 설명하려는 용도로 보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불필요한 표현이다. 오히려 계시록에 나타난 ‘주의 날’을 사용하면 여러 오해도 쉽게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오해를 무릅쓰고 ‘안식 후 첫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 용어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을 가리키는 의미로만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곧 이 용어는 ‘신학적 조어’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첫째, “안식일들의 첫 번째”라는 표현의 함의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가 이미 영원한 안식 곧 구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둘째, 이 표현은 주님의 부활하신 날을 가리킬 때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매주 첫날에”(너희 각 사람이 수입에 따라 모아 두어서 내가 갈 때에 연보를 하지 않게 하라, 고전 16:2)라고 함으로써 매주 모이는 예배의 날을 표현할 때도 사용되었다.

이는 부활이후 모든 날이 안식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매주의 첫 번째 날이 구약의 언약적 개념의 안식일을 대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구약에서 안식일은 언약적인 표징을 지닌 날이다(출 31:13, 17; 겔 20:12).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안식 후 첫날’은 우리가 이미 안식에 들었으나 히브리서 기자가 설명하는 것처럼 아직 들어가야 할 안식이 남아 있고(히 4:9-11), 주님의 오실 때까지 우리에게 새언약을 주셨으므로 이 말은 언약의 표징으로서 안식에 들어갈 것을 보증하는 새로운 안식일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구약적 개념의 안식일이 아니라 새로운 언약과 그 갱신의 표징을 담은 부활의 날인 주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