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장마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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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하늘

하늘이 한바탕 울고 간 자리
아버지와 우러르던 여린 날들의 별빛이
깨진 꽃병 조각처럼
젖은 가슴팍 위로 흩어져 있었다

우산에 가려진 나의 소년이
내 유년의 몽유(夢遊)처럼
슬픔 따윈 아랑곳도 하지 않고
여전히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다

교만한 육체의 별들이 다 떨어져도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내 쇠한 하늘에 더욱 오롯하다
꺼뜨릴 수 없는 당신의 불꽃이기에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