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의 지역조정 결정에 대한 소견
최채운 목사/ 중서울노회 지역조정위원 서대문성지교회
들어가는 말
제107회 총회 결의대로, 총회 지역조 정을 위해 수도권 노회에서 1인씩 추천 하여 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논의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현재까지 거듭된 논의를 거쳐 이제 제110회 총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정안은 여러 노회의 합의, 조정을 얻어 결의하기 까지는 시간을 더 두고 조정해야 한다고 위원회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노회 지역조정 40년이 지났는데도 이 문제가 아직도 교단의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입니다.
노회 지역조정은 한국교회 앞에 내놓은 우리 총회의 개혁의 성과물입니다.
총신 사태와 총회의 분열로 학생들에 의해 합동신학원이 남서울교회당에서 개교하였습니다. 5공 군사정권의 1교단 1신학교 정책으로 합동신학원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을 때, 중립적인 교회의 대표들이 남서울교회당에 모여 신학교 중심의 교단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이때가 1981년 9월 22일 남서울교회당에서 모인 제66회 총회입니다. 200여 교회, 16개의 노회 대표가 모여 총회를 형성했습니다. 합동신학교와 박윤선 목사 님을 중심으로 한 교수진과 학생들, 그리고 바른 교회와 신학, 삶을 추구했던 교회들이 교단에 합류했습니다. 합동신 학교와 우리 교단은 당시의 혼란한 한국교회에 참신한 빛을 던졌습니다. 교세가 확장되자, 정체성의 위기를 직감한 교단 지도부가 꺼내든 깃발이 노회의 철저한 지역조정입니다.
2. 노회 지역조정의 간략한 시행 일지
제69회 총회에서 총회 임원회의 청원 으로 “노회지역 조정관계 위원 및 수습 관계 특별위원회”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제71회 총회에서 총회 임원회가 제안한 “노회지역조정위원회 구성의 건” 을 임원회에 일임키로 하고, 총회지역조 정위원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즉시 노회 지역조정에 착수하게 됩니다.
제73회 총회에서 “노회 지역조정 위원장”의 보고를 받습니다. 충청노회를 조직하고, 인천노회와 남서울노회는 다른 지역 소속 교회를 해당 지역 노회로 이명하여 보내기로 결의했다는 것이 그내용입니다. 그리고 미조정 노회로 “강 남, 경충, 서울, 평서, 경기, 동서울”을 보고하니, 총회는 제74회 총회 이전까지 조정하고 총회에 보고할 것을 결의 합니다.
그러나 제74회 총회에서 일부 노회들의 반발과 노회 존속 청원을 거부하고, 제75회 총회 이전까지 노회 지역조정을 시행할 것을 결의합니다. 제77회 총회 에서는 강원노회가 복구되고, 제78회 총회에서는 최종 보고를 받고, 제79회 총회에서는 그동안의 경과보고를 받고, 현재까지 미복귀한 교회 및 회원에 대한 처리를 “치리협력위원회”에 전권을 주어 처리하도록 결의합니다. 1981년 제66회 총회에서 교단을 복구하여 새로 시작한 우리 교단이 1984년 제69회 총회에서 노회 지역조정을 위한 특별위 원회 설치 청원을 허락한 후에, 1993년 제78회 총회에서 지역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교회와 회원들을 처리할 전권 위 원을 두기로 결의합니다. 총회를 새로 시작한 이후 3년 만에 지역조정을 시작 하여 10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 온 끝에 드디어 완성을 본 것입니다.
3. 지역조정 시행 후, 총회에 나타난 문제점
총회 지역조정이 일반적인 당위성을 가지고 급속히 강제적으로 시행되었습 니다. 그 결과 3개 노회가 폐쇄 혹은 총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경기노회를 비롯한 몇 개의 노회는 해체되었습니 다. 당시 합동신학교를 졸업하고 경기 노회 소속으로 목회를 시작한 저도, 노회 지역조정이라는 당위성에 순응해서 교회를 개혁하는 줄 생각하고 적극적 으로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시행 과정 에서 충남노회 보령 쪽에 있는 경충노회 소속 몇 개 교회 접수 현장을 목도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조정이 끝난 후 총회에 나타난 현상은 총회의 쇠약이었습니다. 많은 형제 교회들이 나갔고, 1천 교회에서 교회 숫자는 더욱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총대의 숫자가 줄어드니 4개 당회당 목사, 장로 1인씩 파송하던 총대 숫자를, 2개 당회당 1인씩으로 한 것입니 다. 그러나 지역조정 후 30년이 지난 작금에도 1,000개 교회 언저리를 맴돌 뿐총회의 쇠약은 여전합니다.
총회 실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교회가 미자립 개척교회로 이름뿐인 곳이 허다 합니다. 즉, 세례교인 15인을 채우지 못한 교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은 노회의 분란으로 중견 교회들의 총회 이탈 소식뿐이었습니 다. 정원이 90명이던 합동신학교도 이제는 거듭되는 학생 미달로 내년에는 20명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할 지경입니다. 총회의 쇠약은 신학 교의 쇠락으로 직결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역조정의 불균 형으로 총회는 끊임없는 다툼의 연속이 었습니다. 40년 동안 총회 때마다 노회 지역조정에 대한 안건으로 시끄러웠습 니다. 문제는 주도적인 노회의 교회 숫자가 104개인데, 지역 밖에 속한 교회가 46개라는 점입니다. 그 외에 수도권의 모든 노회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으니 완벽한 지역조정은 지금도 요원할 뿐입니다. 더 나아가 지역조정으로 인한 노회 간 불균형은 이제 치료가 불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총회는 해결책으로 타 교단과의 합동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교단의 쇠약은 나아지지 않았습니 다. 교단 지도부는 고신과의 통합 문제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큰 교단과의 통합이 가져오는 두려움에 이제는 대신측 일부와 통합을 위한 교제를 다시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저의 사견으로는 섣부른 교단 합동은 그동안 추진했던 우리 교단의 개혁 운동을 해프닝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총회는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의 도전을 넘어 2천 교회 이상의 중견 교단으로 성장 하지 않으면, 미미한 군소 교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총회 임원 회는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총회 부흥을 위한 헌신과 지도력을 발휘 해야 합니다. 특별히 노회 지역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회 지역조정에 대한 정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4. 지역조정의 정당성에 대한 이해
총회 행정 편의를 위한 지역조정은 개혁인가? 아니면 개악인가? 여기에 대한 많은 고민의 결과, 저는 정치의 미숙에서 온 총회 임원회의 큰 실수라고 생각 합니다.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나름으로 생각해 봅니다. 동시에 교회사적으로 보아도 무리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초대교회 5대 교구(알렉산드리아, 예루 살렘, 안디옥, 콘스탄티노플, 로마)에서도 특별한 지역에 수도원이나 예배당을 지을 때, 그들의 소속을 인정했습니다.
우리처럼 경직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서도 선교 정책으로 지역을 나눴을 때다른 지역의 전도를 막거나 교회 설립을 막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한국교회 현실에서도 이상적 지역조정을 추구하 면서도 큰 융통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우리 교단이 이 부분에 경직된 것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조정이 장로교 정치제도에서 가능한지 세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피라미드 구조에서만 가능합니다. 그 일례가 천주 교입니다. 그들은 교구와 교회가 같이 지역조정을 합니다. 그러나 장로교회에는 치리회 동등의 원리가 있습니다. 한치리회의 결정은 최종 결정이 되기도 합니다. 노회 지역조정은 교회 지역조 정과 같은 법입니다.
노회만 지역을 조정하고 교회는 조정 하지 않으면 치리회 동일체 원리를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 법은 설 수 없고, 치리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문제, 목회자의 문제에 대한 관할권이 노회에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문제는 더욱 그러합니다. 치리회가 할 수 없는 권한 밖의 일을 총회가 아무리 결의해도그 결의 사항을 총회가 치리할 수 없으니 무용한 결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결의는 총회의 권위를 떨어뜨리 고, 결국에는 무능한 총회로 만듭니다.
결론
이러한 이유를 종합할 때, 총회 지역 조정은 노회 중심으로 자율성을 주어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행정 편의와 노회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기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 도록 격려하고 기회를 주어야 하며, 상호 노회 간의 협력을 유도해야 합니다.
부디 바라기는 노회 지역조정이 노회의 부흥과 교회의 유익을 가져오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회와 노회의 지도자들이 지혜롭고 현명하게 법을 적용하고, 교회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주님의 마음으로 오래 기다리며 교회의 협력을 얻어내야 할 것입니다. 총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노회 지역조정 문제에 옳음을 지향하 되, 융통성을 가지고 은혜로 접근하는 총회 수도권 노회 지역조정 위원들이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