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경기중노회 정기노회 개회예배 설교] 천국 열쇠권-노회의 신적 권세_김인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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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열쇠권-노회의 신적 권세
(마태복음 16:15-19, 18:18)

김인석 목사(경기중노회장, 칼빈장로교회)

 

우리 총회 헌법 첫 페이지에서, 교회에 대해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말씀과 성령으로 직접 치리하시고, 직분과 규례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치리하신다”고 하였다. 이는 본문이 제시하는 ‘천국 열쇠권’이 의미하는 바, 교회는 맡겨진 권세의 집행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통치를 드러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이 치리회의 본질과 성격, 그것을 집행하는 자들, 그리고 그 권세가 시행 방법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원리로서의 ‘교회의 신적이며 거룩한 권세의 의미’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천국 열쇠권이란 무엇인가?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 제83문에서 천국 열쇠권은 ‘복음의 선포와 교회의 권징’이라고 했다. 그리고 열쇠권의 사용법에 대해서 “복음이 선포될 때 믿음으로 약속을 받아들이면 천국 문이 열리고, 믿지 않는 자에게는 문이 닫힌다”고 하였다. 권징의 경우도 “죄를 짓고 회개치 않는 자에게는 닫히고, 회개하고 돌이키는 자에게는 열린다”고 하였다. 말씀 사역에는 성례가 포함되며, 권징은 말씀과 별개의 사역이 아니다. 박윤선 목사님이 권징의 시벌과 해벌을 예배모범에 수록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천국 열쇠권’은 말씀을 집행하는 사역의 권세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면 천국 열쇠권은 누구에게 맡겨졌는가? 이와 관련하여 웨스트민스터 총회 당시에도 여러 논쟁이 있었다. 본문은 이런 논쟁의 핵심 구절이다. 우선 우리가 유념할 것은 성경 원문에서 ‘내가 네게 주리니’가 미래 능동태 동사라는 점이다. 열쇠의 권세가 사도들에게 주어지지만, 그 주권과 근원은 철저히 그리스도에게 있으며 사도들은 위임받은 권세라는 말이다. 그리스도는 주권적으로 주시는 분, 사도들은 수동적으로 받는 자들이다. 주님은 소유자이며 사도들은 대행자들이다. 따라서 집행하는 대리자들은 주인의 권세를 시행하는 도구다. 그리고 그 권세가 미래에 우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작정에 따라 확실히 주어지고 집행될 것을 말한다.

반면 ‘땅에서 매고 푸는 행위’는 능동형으로, ‘하늘에서 매고 푸는 것’은 수동형으로 쓰였다. 이것은 땅에서의 행위가 하늘에서의 신적 실체에 연결되어야 함을 가르친다. 즉, 땅에서의 매고 푸는 권세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며, 오직 하늘의 권세에 의존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위임하신 권세를 땅에서 실제로 집행하는 주체는 교회(치리회)다. 그러나 가시적 교회의 결정은 하늘에서 이미 확정된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의 비준이고 반영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의 권세는 신적인 권세를 지닌다. 이 질서가 바로 장로교 정치 원리가 표방하는 신적 권세의 본질이다.

본문은 열쇠권의 위치가 ‘한 개인’이 아니라 합법적이며 공적인 직원들의 회합인 ‘치리회’에 있음을 말한다. 마 18:18에서 열쇠권의 집행자에 관해 2인칭 복수를 사용하여 이 권세가 고위성직자 베드로도 아니고, 신앙고백자 베드로 개인도 아니라 사도회에 주신 것을 나타낸다. 서신서의 교회들은 말씀, 성례, 권징에 있어서 하나의 교회 즉 노회들이었다. 그리고 예루살렘 총회가 있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교리와 신앙고백, 정치와 권징, 예배에 있어서 통일성 있는 하나의 치리회 아래 있다. 이에 따라 지교회와 노회의 관계도 규정된다. 장로교회는 지교회가 단독으로 장로정치를 시행할 수 없으며, 목사를 안수하거나, 교리를 확증하며 이단을 규정하는 일도 불가능하거나 보증받지 못한다. 총회는 임시회지만 노회는 훨씬 자주 모여 교회와 신앙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결의할 수 있으므로 장로교 정치에서 가장 핵심은 노회 정치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천국 열쇠권은 어떻게 집행되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교회정치원리에서 이 권세의 사용은 ‘목회적이며 선언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이 권세는 세상의 권력처럼 지배하거나 강제나 군림하지 않는다. 이 권세의 주체는 왕이신 그리스도시다. 직원들은 그의 종과 청지기로서 권세의 도구일 뿐이다. 이 원리를 놓치면 교회정치는 실패하게 된다. 섬김의 자세, 겸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헌법에 의하면 노회의 존재 목적은 교리의 순전을 보전하는 것, 권징을 동일하게 시행하며, 영적 지식과 바른 진리를 전파하여 배도와 부도덕을 방지하는 것이다. 믿음의 통일성과 진리의 확실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치리에 있어서 통일성을 갖추라는 것이다. 한 교회의 결정은 전국교회의 결정이 되는 만큼 신중하고 올바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치리회는 신자들의 경건과 성결을 위하여 공동의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전국 총회와 달리 동일 지역 내의 노회가 지역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도모하는 일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미이다.

노회의 결정은 지교회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권위가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지는 데 있어 두려움과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발언권, 표결권이 그리스도의 통치권과 말씀을 반영하는 것인 만큼 회원들의 자세는 하나님의 법정의 배심원처럼 자신의 의견 하나가 천국 열쇠권의 집행임을 알고 엄중하며 질서 있고 품위 있게 임해야 한다. 노회는 그렇게 더욱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과 목적에 수종드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오늘도 충성스러운 종과 청지기로서 맡겨진 책무를 다하여 훗날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