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사역에 관한 목회적 이해_김승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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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사역에 관한 목회적 이해

 

< 김승주 목사, 참빛교회, (사)안양호스피스선교회 회장 >

 

자칫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 간과해선 안돼

 

 

금년 7월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제는 말기 암 환우들이 제도권 안에서 수혜(受惠)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생명 연장에 대한 본능적 집착과 대책 없이 소요되던 의료비 부담 그리고 관계의 단절 등으로 고통받던 많은 말기 암 환우들이 제도권 안에서 노출되면서 삶의 질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게 향상되게 되었다.

이에 호스피스 사역에 관한 목회적 이해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돌봄의 필수 인력

시행법의 적용 대상은 의료기관이며 여기에 인적 자원으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의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필수 요원 가운데 성직자가 있다는 것이다.

돌봄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안

전인적 건강의 의미는 편안(便安)과 평안(平安)의 균형에 있다. 그런데 호스피스 환우들은 편안하지 않다. 결국은 편치 못함의 극한점에 이르러서 생을 마치게 된다. 이에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할 것은 또 다른 축(軸)인 평안이다.

치유불가 선고 후로부터 실제 사망에 이를 때까지의 멈춘 듯한 시간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을 완성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름다운 정리가 곧 완성이다.

그간의 삶의 의미(보람)를 찾고,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왜곡(아쉬움)될 수도 있었던 관계들과의 원상회복(충족)이야말로 완성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확인했을 때, 현실적 죽음을 삶의 일부분이라고 이해할 수가 있고, 이런 이해를 전제로 마음의 평안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세례를 받는 분들 가운데는 눈물짓는 분들을 보게 된다.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은 없지만 필자는 그 눈물의 의미를 알고 있다. 안도(安堵)의 눈물이다. 아무도 가 본적이 없는 길, 아무도 같이 할 수 없는 길, 가다가 되돌릴 수 도 없는 길을 걷는 이에게 무슨 평안이 있었겠는가.

 

참 평안은 복음으로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는 거할 곳이 많도다”(요14:1-2)라고 약속하셨고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노라”(요14:6)시며 구체적 방편까지 확인시켜 주셨다.

따라서 호스피스 현장은 불신자에게는 당연히 복음으로의 초청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고, 신앙인들에게는 재점검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평소 잘 믿는다고 여겨지던 사람들도 죽음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는 없다. 본능이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임종 순간까지 지속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삶의 질은 바닥을 헤매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근거 없는 희망을 주기 보다는, 복음 제시(점검)와 찬양과 기도로 죽음의 긍정적 수용을 도와야 한다.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기적은 얼마든지 있다. 생명을 포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남은 이들은 치료를 위하여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또한 양을 생각하는 목자로써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적 최종 판단이 불치였다면 현실을 인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죽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질적이고도 궁극적인 관심은 천국에 있다. 그런데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고전15:50)고 하셨다.

평소에 눈물로 대변되는 세상을 살면서 늘 천국을 사모해 온 것이 진심이었다면, 죽음은 천국 의 관문이다. 이제 그 문턱에 도착하여 실제 입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절체절명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는 이 점을 강조하고, 거듭해서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마치는 말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아름다운 마무리(=죽음 앞에서의 평안)는 결코 이론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죽음의 긍정적 수용에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 앞에서는 좀 더 신중함이 요구된다. 끝까지 생명 연장에만 집착하거나, 이를 도모(圖謀)하는 사이에 자칫하면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이른바 ‘호스피스 시대’이다. ‘천사가 흠모할 만한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목회자들의 진지한 접근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