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시 떠나는 단기선교_김충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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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는 단기선교

김충환 선교사(HIS 총무)

 

준비 없는 단기선교는 자중해야
준비된 단기선교로 새롭게 출발하기를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지되었던 교회의 단기선교 프로그램이 활발히 재개되고 있다. 연중 6월부터 8월까지의 기간은 단기선교팀이 구성되고 선교 현장으로 출발하는 시기이다. 그동안 주춤하였던 단기선교팀의 활동은 올해 들어 많이 회복되었고, 청년들을 중심으로 선교 현장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기선교 이슈는 현장 선교사의 입장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대학생 청년들 중심의 단기선교팀은 선교사의 현장 사역(특히 캠퍼스 사역이나 청년문화 사역 등)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선교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단기 팀을 활용한 현장 사역 전략이 수립되기도 한다. 반면 준비가 부족한 단기선교팀은 오히려 현장 선교사의 사역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단기 팀의 미숙한 활동으로 인해 현장 선교사의 사역과 체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다시 시작하는 단기선교에는 교회의 선교사역 활성화와 다음 세대 선교 동원의 모판을 이루기 위해서 새로운 인식과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첫째로, 단기선교팀에게는 위기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단기선교의 경우 예상하지 못하였던 위기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비자의 문제, 계획했던 일정의 변경, 팀원들의 건강상의 문제와 같은 일반적인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지역 전염병, 자연재해, 테러, 납치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우리 팀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선교 현장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대비와 적절한 대응훈련이 사전에 필요하다. 교회는 전문단체의 도움으로 위기 상황 대비와 대응을 교육받고 출발하도록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단기선교팀은 현장에서 무엇을 할까에 관심을 두기 보다 어떤 필요가 있을까에 관심을 두고 출발해야 한다. 이전 단기선교팀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역들을 준비해서 출발하였다. 현장의 필요나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사역을 중심으로 준비하였고 일방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열정과 헌신으로 준비되고 실행되었지만 정작 현장의 필요와는 거리가 먼 우리만의 만족이기도 하였다. 이제는 단기팀이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 현장의 필요가 무엇인지 현장 선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또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팀원들은 관심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 많은 단기팀의 활동과 사역들은 대부분 비슷하기에 현장에서는 중복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현장 상황에 동떨어진 활동이 될 수 있다. 우리 중심에서 벗어나 현장의 필요와 요구를 살피는 단기선교팀의 활동이 준비되어야 하겠다.

셋째로,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 선교라는 대명제가 단기팀의 모든 활동에 정당성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켜야 할 현지 법은 지켜야 하고, 현지의 문화는 겸손한 자세로 존중해야 한다. 정도를 넘어서는 활동을 무리하게 수행하고 스스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자평해서는 안 된다. 불편하다고 해서 현지 문화를 평가절하해서도 안 된다. 단기선교팀은 휴식과 해외 경험을 쌓는 여행목적의 팀이 아니라 다른 문화 속에 예수의 복음을 증거하는 선교목적의 팀임을 기억해야 한다. 현지 문화와 제도를 존중하고 지킴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할 수 있는 팀으로 준비되어야 하겠다.

넷째로, 코로나 이후로 우리 앞에 다가온 단기선교의 필드가 있다. 한국 내에 있는 이주민, 유학생, 다문화 가정이다. 이제 세계선교는 지리적으로 반드시 다른 나라에 가서만 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다. 한국 내에서도 다양한 미전도 종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사역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국내 단기선교팀을 구성하여 활동하면 해외사역만큼이나 전문적이고 다양한 사역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고, 비용면에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은 추석과 같은 명절 기간을 외롭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기간을 이용하여 단기선교를 구성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역이다. 이제는 새로운 국내 단기선교 필드를 개척해야 할 때이다.

준비 없는 단기선교는 더 이상 나갈 필요가 없다. 반면 잘 준비된 단기선교는 차세대 청년들에게 선교의 비전을 줄 것이고, 교회가 선교로 새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