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배 의식과 사도신경의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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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의식과 사도신경의 낭독

예배 의식 가운데 사도신경을 낭독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더 나아가 잘못된 것이라는 왜곡된 주장이 일부 성도에게 영향을 주면서 목회에 어려움을 주는 일이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러나 예배하는 공동체 교회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선언하기 위하여 교회가 공적으로 인정하는 신경을 읽는 것은 예배 의식에 있어서 바람직하며 중요한 일이다.

신경의 낭독은 예배 의식 가운데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먼저 예배 의식 가운데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앞 순서에서 공적 신경을 낭독할 경우, 예배하는 개교회가 성경의 진리에 합당한 신앙 아래 예배하고 있음을 하나님 앞에서 공동체적으로 고백한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아울러 개교회의 예배가 보편교회가 인정하는 공적 신앙 위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 공교회성을 공고히 한다. 이와 달리 설교를 통해 받은 하나님 말씀에 대한 응답의 형식으로 설교 후에 신앙고백의 순서를 두면 설교 된 하나님 말씀의 진리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신앙을 공적으로 함께 확증하는 의미가 있다.

신앙고백의 순서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신경은 사도신경이다. 사도신경은 공교회의 회의를 통한 공적 경로에 의하여 작성된 것은 아니다. 사도신경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이것의 가장 이른 형태는 2세기 말이나 3세기 초에 나타나고 있다. 지금 알려진 형태는 5세기 무렵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교회가 인준한 최초의 신경인 니케아 신경은 325년에, 그리고 이것의 수정과 확장을 담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은 381년에 만들어졌음을 생각할 때, 초대교회가 사도신경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나는 시점은 초대교회의 공의회를 통한 신경들보다 상당히 앞선다.

초대교회에서 세례 의식 때에 사용되기도 하였던 사도신경은 이단과 구별되는 바른 신앙을 세우는 데에 사용되었다. 실제로 가장 이르게는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의 『트렐레스 서신』이나 이레니우스의 『이단 논박』에서 가현설이나 영지주의와 같은 이단에게서 기독교를 변증할 때 사도신경의 일부가 인용되고 있으며, 터툴리안의 『이단 규정』은 사도신경 전체를 제시하면서 이단의 은밀하며 사악한 공격에서 신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특별히 로마제국이 기독교의 신앙을 허용하였던 밀라노 칙령이 있기 전까지 기독교가 겪어온 박해의 시기에 죽은 순교자들의 무덤에서도 사도신경은 발견된다. 이러한 사도신경은 초대교회가 고백해 온 신앙의 근간을 보여주는 중요한 공교회적 성격을 지닌 신경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종교개혁 이후의 거의 모든 개신교회는 사도신경을 공교회 신경으로 승인하였다.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사도신경이 여러모로 신앙의 완전한 요약이며, 하나님의 무오한 말씀에서 비롯되지 않는 것을 전혀 담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인리히 불링거 또한 그의 『50편 설교집』에서 십계명, 주기도문, 세례와 성찬의 두 성례론과 함께 사도신경을 강설하며 기독교 신앙의 주요한 신앙 항목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개혁신앙을 따르는 교회는 요리문답과 같은 표준신앙문서를 통해 사도신경의 중요성과 함께 그 내용을 가르쳐왔다. 구체적으로 벨직 신앙고백서(1561)는 9절에서 사도신경을 니케아 신경, 아타나시우스 신경과 더불어 공교회 신경으로 진술한다. 또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1563)은 22문항에서 사도신경을 그리스도인이 복음으로 약속된 모든 것을 믿어야 할 것의 요약으로 소개하며 바로 이어서 58문까지 해설한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은 5문항에서 성경은 두 가지를 가르치는 데, 하나는 사람이 하나님에 대하여 믿어야 할 바이며,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어떤 의무를 요구하시는 바라고 요약한다. 이어서 대요리문답은 전자와 관련해 6문부터 90문에 이르기까지 교훈하는 가운데 사도신경을 포괄한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해 십계명을 91문부터 148문에 걸쳐서,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와 관련해 186문부터 196문에 걸쳐서 교훈한다.

사도신경의 이러한 역사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리고 각종 이설과 이단으로 복음의 바른 신앙을 훼방하는 일이 만연한 영적 상황을 고려할 때, 예배 시간에 사도신경을 낭독하는 것은 예배 원리에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 신앙에 오히려 절실하다. 합신 교단 산하 지교회는 예배 순서에 사도신경의 낭독을 포함하는 선한 전통을 계속 지켜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