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로서의 슬기로운 교회 생활
고한율 목사(남서울노회장, 은곡교회)
합신에 입학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더불어 합신 교회를 섬기는 동역자가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교역자가 된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슬기로운 교회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도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보다 조금 더 일찍 교역자가 되었기 때문에 주제넘은 일이지만 몇 가지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교단의 어느 훌륭한 원로 목사님이 자주 하는 말씀처럼 “제가 꼭 옳은 것은 아니니” 참고만 하기 바랍니다.
첫째, 예수님이 우리를 교역자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4장에서 직분이 예수님께서 교회에 주신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디모데전서 1장에서는 더 직접적으로 예수님이 내게 직분을 맡기셨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교역자로 불러주셨습니다. 담임목사나 당회가 여러분을 교역자로 부른 것이 아닙니다. 신학생이라서 당연히 교역자가 된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교역자로 부르시고 세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위하여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섬겨야 합니다. 예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간혹 예수님보다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교역자를 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뜻보다 사람(혹은 자기)의 뜻을 앞세우는 교역자를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바울의 말처럼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라, 사람의 종에 불과합니다(갈 1:10). 목회는 자기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은 예수님을 본받고 따르는 것입니다. 내가 더 훌륭해지고, 똑똑해지고, 강해져야 목회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약해지고 낮아짐으로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더욱 힘있게 역사해야 목회를 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나를 교역자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흔들림 없이 교회를 잘 섬길 수 있습니다.
둘째, 성도가 교회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예배당이 교회가 아닙니다. 교회 안의 어떤 조직이나 기구도 교회가 아닙니다. 성도가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섬긴다는 것은 곧 성도를 섬기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눅 22:27). 교역자가 되었다고 해서 성도 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도의 존경과 대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안 됩니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불만을 품어서도 안 됩니다. 교역자는 성도를 섬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교역자는 성도를 차별해서도 안 됩니다. 내게 도움이 될만한 성도는 각별하게 여기고 그렇지 않은 성도에게는 무관심하다면 주님의 책망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지극히 작은 성도를 귀하게 여기는 교역자를 귀하게 여기실 것입니다. 교역자는 교회인 성도를 섬기는 사람입니다.
셋째, 희생하고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세요. 주님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요 12:24). 십자가 없는 부활이 없듯이 희생 없는 목회의 열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역자가 교회에서 받는 사례와 출근 횟수, 업무 강도를 기준으로 사역지를 선택한다면 신학교에 온 동기를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섬김을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교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불평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교역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할 때가 더 많습니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수고야말로 주님이 받으시는 수고임을 알아야 합니다. 골방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골방의 수고도 기쁘게 받으십니다. 또 교역자 사이에서 사역을 똑같이 나누는 것에 신경 쓰기보다 내가 조금 더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먼저 희생하세요. 그런 교역자에게 영적인 권위가 따르는 법입니다.
넷째, 충성하세요. 하나님이 교역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충성입니다(고전 4:2). 충성은 변함없이 믿음직한 것입니다. 충성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시간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시간을 잘 지킨다는 것은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뜻이고,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배 시간에 먼저 와서 기도로 준비하기 바랍니다. 모임을 인도할 때 먼저 와서 성도를 맞이하기 바랍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모임을 주도합니다. 충성하는 교역자는 시간을 잘 지킵니다.
마지막으로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를 평가하는 분은 주님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교역자와 비교하지 마세요. 주님이 내게 주신 사역에 집중하세요. 잘한다고 우쭐거리지 말고, 못한다고 낙심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충성입니다. 하나님은 충성하는 교역자를 기뻐하시고 힘과 지혜를 더해 주실 것입니다. 다시 한번 합신교회의 교역자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주님의 교회와 나라를 위해 우리 함께 달려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