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율법 아래 나신”-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설교하자

0
46

“율법 아래 나신”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설교하자

해마다 서방 교회는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을 감사하는 특별한 날로 기념한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25일에 앞선 주일이나 25일 당일에 회집하여 성탄 감사 예배를 드린다. 교회는 마땅히 주일마다 성탄을 감사하고 구원의 은혜를 기뻐하고 부활과 재림의 신앙을 소망 가운데 새롭게 하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즈음에 특별히 성탄을 감사하면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성탄의 의미에 대해 초점을 명료하게 하고 감사와 찬송을 높이는 예배의 목적에도 합당하며 바람직하다.

성탄 감사 주일예배를 드림에 있어서 우리 합신 교단이 함께 힘쓰기를 바라는 바는 무엇보다도 이날에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가 성탄의 의미를 각성하고 환기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부 교회는 찬양과 드라마와 같은 특별 행사를 기획하거나, 성탄을 상징하는 이런저런 의식적인 장식을 꾸미는 일에 힘쓰기도 한다. 때로 그런 행사들에 몰입한 나머지 성탄의 메시지를 전하고 듣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하는 일을 방해해 초점이 흐려지는 일도 있다. 이런 점을 유의하여 성탄의 기쁨을 성도와 함께 나누고 은혜를 찬송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성탄을 기념하는 신앙 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노력도 해야 할 일이다.

성탄 설교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성탄의 핵심 메시지는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의 신비로움과,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일의 은혜로운 복을 담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존재의 신비로움을 전할 때 두 가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먼저 성탄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성을 취하여 사람이 되신 성자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말하여야 한다. 주의할 점은 말씀이신 성자 하나님께서 취하신 것이 사람이 아니라 인성이라는 사실이다. 개인 사람은 인성과 동시에 한 인격을 포함한다. 만일 성자 하나님께서 사람을 취하셨다고 한다면, 예수님은 인격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신 분이 된다. 예수님께서 한 편으로 신성에 따라서는 제 2 위이신 인격을 가지고 계실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인성에 따라서는 사람의 인격을 가지고 계신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성과 인성을 지닌 예수님이 두 인격을 지니시고 있다고 주장한 네스토리우스파의 이단적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성자 하나님께서 육신이 되셨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이 표현은 마치 성자 하나님께서 사람의 영혼을 배제한 채 육신만을 취하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성자 하나님께서 취하신 것은 인성이다. 그리고 인성은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을 포함한다. 제 2 위격이신 성자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되심으로 사람의 육신만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도 가지고 계신다. 이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사람들이 종종 예수님은 사람의 영혼을 대신하는 말씀 곧 로고스가 사람의 육신과 결합된 분이라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람이 영, 혼, 육으로 구성된다는 삼분설에 근거하여, 예수님이 혼과 육을 가지셨지만 영은 없으시며 하나님이신 말씀, 곧 로고스가 영을 대신한다는 오해이다. 이렇게 되면 예수님은 말씀인 로고스, 혼, 그리고 육이라는 세 요소를 가지신 분이 된다. 이 생각은 소위 아폴리나리우스주의 이단적 오류이다. 이것이 이단인 까닭은 예수님이 인성에 따라 우리와 같은 영혼과 몸을 가지신 참 사람이심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신비로움에 이어서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은혜로운 사역을 설교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핵심적으로 강조될 메시지는 성자 하나님이 사람이 되심으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율법 아래 나셨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로 영생을 누리는 구원의 모든 복을 선포하는 출발점이며 핵심적인 기반이다. 율법 아래 나신 일이 뜻하는 의미는 단지 할례를 받거나 율법의 의식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시게 되었음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율법 아래 나신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죄인인 우리에게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이다(갈 4:4-5). 이 사실은 성탄 감사 주일에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할 교훈이다. 곧 성자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행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은 우리를 위해 우리를 대신하여 행위언약의 불순종에 따른 정죄를 해소하시고 율법의 온전한 성취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율법을 행함으로 의를 구할 수 없는 부패한 죄인인 우리가 이제는 더 이상 행함의 의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의지하는 그리스도의 의를 바라보는 은혜언약의 복을 누리게 된다. 성탄의 참 기쁨과 감사는 이와 같은 그리스도의 신비와 은혜를 배워 깨닫는 일로부터 비롯되며 절정에 이른다. 이러한 설교의 초점이 흐려진 오늘 이 시대에, 우리 합신 교단에 속한 모든 지교회는 성탄에 즈음한 예배와 각종의 행사 가운데 율법 아래 나신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기에 온 힘을 다하기를 바라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