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겸손의 덕이란?
박동근 목사(안양 한길교회)
겸손은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들과 우리에게 속한 모든 선한 것들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에서 나오는 것임을 인정하는 마음과 태도입니다. 이러한 겸손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온전히 발견한 자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겸손이란 것은 “내게 무엇이 있지만 내가 이렇게 나를 낯춥니다”라는 식의 태도가 아닙니다. 겸손은 진실과 정직에 속한 것입니다. 즉,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 앞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달을 때 갖게 되는 태도입니다. 겸손은 하나님의 위엄을 깨닫고, 반면에 나의 연약함과 무가치함을 깨달을 때 나옵니다. 그러므로 진정 겸손한 사람은 하나님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순복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지고하시고 선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할 만한 대상이시며, 이렇게 함이 매우 합당한 것이며,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겸손한 사람은 모든 것들에 있어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영광으로 돌려드립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불완전함과 과오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서 있던지, 어떤 지위를 가졌든지 그보다 더 높은 것을 탐하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나 지위나 모든 것이 내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주어진 자리, 지위, 환경에 대해 자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와 시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꼭 다른 사람보다 높고 많은 것을 소유할 자격이 스스로 안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겸손한 자는 주어진 자리와 받은 바 된 것들 안에서 자족하며,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선한 도구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생활하고 일하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있어 그것이 하나님의 은총에 근거한 것임을 알고, 또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알아, 그러한 일들을 하나님께 의탁하고 의지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결과들을 하나님께 의탁하고 받아들입니다. 이런 태도가 시편 131편, 고전 4:7, 벧전 5:5, 마 18:4 등에 잘 반영되어있습니다.
겸손에 반대된 태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교만이고 거만입니다. 교만과 거만은 겸손과 반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은사들, 우리에게 혹여 나올 수 있는 선한 일들을 하나님께 돌리지 않고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본성적인 능력에서 나왔고 그것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교만에 사로잡히는 일은 대개 하나님에 대한 참된 지식을 갖지 못한 데서 기인합니다. 하나님을 바로 알지 못하면 나에 대한 정체성도 왜곡하기 나름입니다. 그러므로 교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함과 과오와 비참함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알지 못하고 형제들 앞에서도 자신을 높이고 타인들을 내려다봅니다.
자신의 한계와 분수를 알지 못하니,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일들에 몰두하며, 더 높은 영예와 지위를 탐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그것이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것임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높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야망과 높아진 마음들이 자기보다 많은 것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질투하게 되고, 악한 좌절감을 느끼며 질투, 원망, 불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교만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와 분수를 모르므로, 늘 만족을 알지 못합니다. 교만이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은사와 공적을 높이는 데 있고, 모든 것에 대한 영광을 자신에게 돌리는 마음과 태도와 행위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교만에는 가장된 겸손도 포함됩니다. 스스로 겸손한 자라고 자처하므로, 겸손한 것 자체가 스스로의 또 다른 자랑이 되고, 이런 도덕성을 과시하며 타인을 정죄하는 습성을 가진 마음과 태도 역시 겸손을 가장한 교만입니다. 진정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하나님을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피조물이요 죄인일 뿐입니다. 생활 속에서 피조의식과 죄의식을 하나님에 대한 참된 지식 앞에서 인식하고 사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겸손하면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총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고 사는 자들이 맺는 결과적인 열매가 감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감사야말로 겸손한 신앙자가 맺는 열매 중의 열매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