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의 정체성 확립: 신조, 정경(성경), 사도 계승(3)
박상봉 교수(합신, 역사신학)
주후(A.D) 100년경 감독은 교회 내에서 한 일반적 직분이었다. 감독은 큰 도시에 속한 여러 교회들의 많은 목회자들 가운데 단순한 대표를 의미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교회의 숫자가 차츰 더 늘어나자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나 서로 간에 협력하여 감당하도록 지도할 일이 많이 생겨났다. 구제, 교리 교육, 권징, 이단 방어 같은 사역들을 총괄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감독의 직무는 지역 목회자들을 대표할 뿐 아니라, 규범적 권위를 가진 지도자로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별히, 초대교회는 이단들이 등장하면서 사도적 가르침 위에 서 있는 보편교회를 지키기 위해 감독의 권위에 대한 합법적 정당성을 밝힌 ‘사도 계승’ 이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단 문제와 함께 로마 제국의 박해가 지속되면서 ‘사도 계승’에 기초한 감독의 권위는 키프리안, 다마수스 1세, 레오 1세 같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론적 강조 위에서 계급적으로 한층 발전되었다.
‘사도 계승’ 이론
예수님과 함께 동거동락(同居同樂)한 사도들이 죽자 속(屬)사도들이 사도들의 직무를 대신하였다. “사도의 뒤를 잇는다”라는 속사도들은 ‘사도적 교부’라고도 지칭하는데, 사도들과 교분을 가진 교부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속사도들마저 죽자 더 이상 교회 안에 진리의 기준을 세우거나 판단할 사람들이 없었다. “어떤 신앙의 문제를 결정할 때 교회 안에서 무엇이 최종 권위가 될 것인가?, 새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 별안간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 어느 누가 그들의 주장을 판단할 것인가?” 등을 권위 있게 답변할 교회의 지도자들이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초대교회는 “감독의 직분이 처음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도들에게 주어졌고, 다음에 속사도들에게 허락되었으며, 그 후로 교회의 임명과 안수를 통해서 교부들에게 지금까지 계승되어 왔다”고 밝히면서 목회자의 권위를 세우고 유지시켰다. 한 실례로, 이단이 발생하면서 교회 안에 안수 받지 않은 인물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을 때, 이레니우스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감독의 직분은 사도들로부터 계승되었다. 사도로부터 안수 받은 사람이 다시 후계자를 안수하여 우리에게까지 왔다. 그러나 너희들은 어디서 나타났느냐? 누가 너희들을 안수하여 세웠느냐? 너희들은 무슨 권한으로 그리스도 교회의 지도자로 자처하느냐?”(『이단 논박』중에서) 이 ‘사도 계승’ 이론을 통해서 한편으로 이단에 대응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감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교회의 공적인 권위가 감독에게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초대교회의 목회자 직분은 점점 계급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현상은 서방교회를 대표했던 로마 교구(현, 로마가톨릭교회)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사이의 ‘사도 계승’에 대한 차이
종교개혁을 시점으로 ‘사도 계승’ 이론은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교개혁자들은 교황주의자들이 잘못 이해한 ‘사도 계승’ 이론을 성경적 원리에서 정상화시킨 것이다:
● 로마가톨릭교회의 ‘사도 계승’ : 열두 사도가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교회의 권위를 최초의 감독들에게 계승시키고, 그 후로도 역사적으로 중단됨이 없이 계속해서 그 직분의 유효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감독들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교황은 모든 감독들 가운데 제1위의 권위를 가진다(교황의 수위권). 즉, 모든 교회들과 신자들에게 신앙과 도덕을 가르치고, 교회의 규율과 통치를 결정하는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개신교의 ‘사도 계승’ : 종교개혁 이래로 개신교는 사도 계승과 관련하여 오직 사도적 가르침의 계승만을 인정한다. 로마가톨릭교회처럼 교회의 외형적 위계질서가 계승된다고 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루터는 사도 계승을 교회의 전통이나 규율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성령의 역할에 기초해 있다고 밝혔다. 칼빈도 ‘사도 계승’을 교회의 직분이나 제도가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 신앙의 순수성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개혁자들은 ‘사도 계승’을 교회의 외형적 연속성이 아닌 성경 진리의 내용적 일치성으로 이해한 것이다.
초대교회는 신조, 정경, 사도 계승을 통해서 보편교회의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하며 당시 이단과 거짓 선생들을 배격할 수 있는 기준과 권위를 확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는 신조(신앙고백)의 무관심, 정경(성경) 밖에 있는 다른 계시에 대한 관심, 사도적 가르침에 근거한 정통신앙보다 교회의 외형을 중요시하는 현상 등은 교회가 타락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