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능력의 근원으로 나아가자_도지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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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의 근원으로 나아가자

도지원 목사(예수비전교회, 본보 논설위원)

 

한국 교회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지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그동안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을 뿐이다. 여러 해 전부터 나타난 주일학교 학생들의 감소는 코로나 이후 눈에 띄게 두드러진 현상이 되었다. 청년들 역시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교회 신뢰도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욱 추락하고 말았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신학대학원 지원자마저 급속히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말한 현상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그래서 한국 교회가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지극히 소극적인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 교회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사람들의 필요를 읽고서 예배를 비롯한 목회 전반에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서 기민하게 대처하라는 것도 아니다. 현 상황에서 교회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경적인 대응이다. 이것은 능력의 근원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성경이 보여주는 대로 교회는 오순절 성령 강림과 함께 출발했다. 그런데 오순절 성령 강림이 있기 전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이 약속을 주셨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그래서 오순절 이후 사도들은 성령의 능력으로 예수님의 증인이 되었다. 그들에게 어려운 상황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계속되는 박해가 있었고 풀어야 할 현실적인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들은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어려운 상황을 이겨 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사도 바울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그는 누구보다도 핍박과 고난을 많이 겪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러 지역에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여 교회를 세우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남다른 학식과 재능 때문일까? 그의 호소력 있는 언변 때문일까? 그의 혁신적인 목회 방식 때문일까? 아니다. 그 이유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성령의 능력을 힘입은 까닭이다. 바울은 그가 여러 교회에 보낸 편지들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을 순종하게 하기 위하여 나를 통하여 역사하신 것 외에는 내가 감히 말하지 아니하노라 그 일은 말과 행위로 표적과 기사의 능력으로 성령의 능력으로 이루어졌으며”(롬 15:18-19).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고전 2:4). “이는 우리 복음이 너희에게 말로만 이른 것이 아니라 또한 능력과 성령과 큰 확신으로 된 것임이라 우리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를 위하여 어떤 사람이 된 것은 너희가 아는 바와 같으니라”(살전 1:5)

이 성령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능력의 근원이 되신다. 성령이 임하시면 능력을 받게 될 거라는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성령은 아무리 어렵고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가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우는 일을 수행하게 해 주신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교회가 처한 현 상황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능력의 근원이신 성령께 의존하려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교회 안에 존재하는 성령에 관한 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오순절 운동과 이 운동이 1960년대 주류 교단에 영향을 주면서 생겨난 은사주의 운동은 오늘날 성령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크게 둘로 나눠 놓았다. 한편에는 성령의 은사나 이적과 기사에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성령의 광범위한 활동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낸다. 다른 한편에는 성령에 대하여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성령을 자신들의 삶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기며 성령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을 열광주의로 폄훼하곤 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성령의 능력을 힘입으려면 성령에 관한 혼란을 성경을 통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오늘 교회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직시하자. 그렇지만 상황을 모면하려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지 말고 성경적인 방안을 찾자. 어떤 상황도 이겨 낼 능력의 근원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