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노 이야기 7] 역사 속에서: 샤를르9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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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샤를르9세(1)

뿌와씨 회담 장면. 앞줄 가운데 서 있는 베자가 손을 치켜들고 있다.

 

형의 급사는 동생에게 기회인가? 형이 밀린 숙제를 동생이 도맡아야 한다면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프랑스와2세가 병사하는 바람에 정국은 잠시 출렁거렸지만 동생 샤를르9세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이내 제 자리를 되찾았다. 샤를르가 보좌에 오른 나이는 고작 열 살이었다. 또래의 소년들과 함께 막대기를 손에 쥐고 한참 개구리나 잡으러 다녀야 할 나이에 왕복을 입었으니 얼마나 불편할까? 그러니 어린 소년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은 더욱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은 고스란히 모후 까뜨린느의 몫이 되었다.

까뜨린느가 열일곱 살도 못 채우고 병사한 장남 프랑수와의 통치를 17개월 동안 섭정한 것이 연습 게임이었다면, 이제부터 둘째 아들 샤를르의 통치를 섭정한 것은 본 게임을 시작한 셈이 되었다. 까뜨린느가 장남의 왕권을 섭정하면서 맨 먼저 한 일은 남편 앙리2세의 애인과 그녀의 세력을 왕궁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일종의 연적 숙청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까뜨린느에게 섭정의 충분한 연습이 되면서 정치력의 근육을 길러주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단단한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역설적이게도 장남 프랑수와를 일찍 여읜 불행이 도리어 국정을 장악하는 데 유익이 된 것처럼 보인다. 프랑수와의 왕비 메리가 스코틀랜드로 돌아감으로써, 외조카인 왕비를 등에 없고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던 기즈 가문의 형제들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즈 가문과의 끈질긴 대결은 까뜨린느가 생애를 마칠 때까지 아직도 한참 멀리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

열 살부터 스무네 살까지 샤를르9세가 왕좌에 앉았던 14년은 앞뒤 프랑스 왕정의 모든 사건이 요약된 집합체와 다를 바가 없었다. 특히 위그노의 역사에서 입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기억에 남기고 싶지 않은 갖가지 사건들이 그의 치세 동안 벌어졌다. 처음에는 외견상으로라도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라도 가톨릭과 위그노를 화합시켜보려는 소박한 노력이 시도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저 유명한 뿌와씨 회담(1561.9.8.~10.18.)이다.

까뜨린느 섭정후는 아들의 원만한 정치 미래를 열어줄 요량으로 가톨릭과 위그노가 한자리에 모여 신학을 논의함으로써 간격을 좁혀볼 계획을 세웠다. 왕실에서는 가톨릭을 대표하여 국왕과 모후 그리고 왕족이 참석하고, 위그노를 대표하여 방계 부르봉 왕가의 엉뚜완느와 왕비 쟌느 달브레가 참석하였다. 가톨릭 신학자로는 기즈 가문의 로레인 추기경 샤를르를 위시하여 바티칸의 사절단, 주교들, 소르본느 신학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위그노 신학자로는 제네바의 떼오도르 베자를 중심으로 취리히의 버미글리 등 열두 명이 참석하였는데 울타리 밖에서, 그것도 의자도 없이 선 채로 발언하는 상당히 불쾌한 대접을 받았다. 양측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각자의 경비병을 세웠다.

미안하게도 까뜨린느의 야심찬 목적은 실현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성사된 회담은 쉽사리 결렬되었다. 위그노의 대표 발언자 베자가 성찬에 관한 논의에서 “하늘이 땅에서 먼만큼, 그리스도의 몸은 빵에서 멀다”며 가톨릭의 화체설을 송두리 채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을 중재하기 위해 독일에서 루터파와 개혁파 신학자들이 초청되었지만 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회담은 끝나버렸다.

비록 회담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위그노에 전혀 무익한 것만은 아니었다. 뿌와씨 회담은 무엇보다도 위그노가 역사상에 처음으로 왕실 앞에 신학과 신앙을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고, 또한 회담의 결과로 위그노에게 어느 정도 원칙적으로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는 생제르맹 칙령(“1월 칙령”)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 칙령은 이후 38년이나 지속된 여덟 번의 위그노 전쟁 동안 내내, 위그노가 이 칙령을 고수하려는 의지를 보일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칙령은 어디까지나 칙령일 뿐이었다. 현실에서는 위그노에 대한 가톨릭의 살기어린 반감이 극도로 거칠어져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세차게 감돌고 있었다.

프랑스 위그노 연구소 제공
대표 : 조병수 박사
경기 수원시 영통구 에듀타운로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