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신해설 53>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의 몸에서 나신 그리스도 <8장 2항(2)>_김병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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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의 몸에서 나신 그리스도 <82(2)>

<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

 

8장 2항: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제 2 위격이신, 참되고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며, 아버지 하나님과 한 본질이시며 동등하신 하나님의 아들께서는 때가 차매 인간의 본성을 취하셨다. 그로 인하여 인간의 모든 본질적인 속성들과 일반적인 연약성들을 모두 함께 가지고 계시지만 죄는 없으시다. 그는 성령의 능력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태에서 그녀의 실체로부터 잉태되셨다. 그 결과 온전하고 완전하며 구별이 되는 두 본성들인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 변화나 혼합이나 혼동 없이, 분리할 수 없게끔 서로 결합되었다. 그 위격은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시지만 그러나 한 분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다.”

 

이번에 살펴볼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관련하여 교훈하는 세 가지 사실 가운데 두 번째 내용입니다. 본 항의 세 가지 교훈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관련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인성에 관련한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에 관련한 것입니다.

이 중 첫 번째와 관련하여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로 오신 성자 하나님이 참되고 영원한 신성을 가지신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또 두 번째와 관련하여 성자 하나님께서는 인성을 취하심으로써 인간의 모든 연약성들도 취하셨으며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의 실체로부터 잉태되셨음을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와 관련하여 유일한 중보자이신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신성과 인성은 서로 구분이 되지만 분리되지 않으며 섞이지도 않고 서로 혼동되지 않는 상태로 있음을 고백합니다.

두 번째 고백, 곧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에 관한 교훈은 크게 세 가지 사실을 가르칩니다. (1)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취하신 인성의 성격 또는 정도에 관한 것입니다. (2) 또 하나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죄의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3) 마지막 하나는 인성에 따른 그리스도께서 그의 모친 마리아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께서 취하신 인성의 성격 또는 정도와 관련하여 “인간의 본성을 취하셨으며, 그 결과 인간의 모든 본질적인 속성들과 일반적인 연약성들을 모두 함께 가지고 계심”을 고백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본질인 몸과 영혼을 가지고 계시며, 그러한 본질에 따른 속성들을 가지고 계시고, 본질과 관련한 연약성도 가지고 계심을 고백합니다. 즉 완전하며 참된 인성을 가지고 계심을 천명하면서, 그 결과 그는 인간의 몸을 가지고 계시며 또한 인성에 따른 영혼을 가지고 계심을 확실하게 밝힙니다.

이러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은 신앙고백서와 다르게 말하는 이단들 때문입니다. 우선 가현설(Docetism)을 주장하는 이단들은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극단적인 치중으로 인하여, 또한 영지주의적 관점에서, 지상에 오신 그리스도의 역사적 실존과 몸의 형태는 실상이 아니라 단지 환영일 뿐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교회는 325년에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서 이러한 주장을 이단으로 배격하였습니다. 또한 아폴리나리우스와 같은 이단들은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영혼을 가지고 계심을 부인하고 대신에 로고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리스도가 완전한 인성을 가지신 분이 아니시라는 결과를 낳게 됨으로, 교회는 381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아폴리나리우스의 주장을 정죄하였습니다. 교회는 로고스가 성자 하나님의 위격이며 로고스가 몸과 영혼의 인성을 온전히 취하신 것이라고 바르게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성경을 통해서 확실하게 증거를 받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으며”(요 1:14), 그 말씀은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요일 1:1)된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우리가 자라듯이 자랐으며, 그의 지혜는 우리의 지혜가 자라듯이 또한 자랐습니다(눅 2:40). 그리스도의 영혼은 우리의 영혼과 같이 고통을 아는 영혼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르시기를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마 26:38)라고 말씀을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몸과 영혼을 온전히 가지시고 계시며, 그로 인하여 인간의 모든 본질적인 속성들과 연약성들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은 그도 보통의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성장의 과정을 통해 성인이 되셨으며, 굶주리고, 목말라하며, 고통과 고난을 아시며, 슬피 울며, 고민하며, 진노하며, 그리고 마침내 죽기도 하시는 분이시라는 점을 뜻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미혹하는 자”이며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심을 부인하는 자”이며 “적그리스도”입니다(요한 2서 1:7).

(2) 이어서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관련하여 그리스도는 죄가 없으시다고 고백을 합니다. 신앙고백서의 진술은 구체적으로 이러합니다: “그로 인하여 인간의 모든 본질적인 속성들과 일반적인 연약성들을 모두 함께 가지고 계시지만 죄는 없으시다.”

예수님의 무죄하시다는 것은 우선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는 신성을 지니신 성자 하나님이시므로, 그리스도는 참 인간이시나 죄가 없으십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사실에서 무죄성이 드러납니다.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것은 단지 출생의 기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출생의 영적 상태가 거룩한 성령의 충만함으로 이루어졌음을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성령을 한량없이 받으신 분이십니다(요 3:34). 그리스도는 세례를 받으시는 일로부터(마 3:16) 마침내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에 부활하시는(롬 1:4) 전 생애동안 성령의 충만함 가운데 지내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죄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사망이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고전 15:56)이며 “죄의 삯은 사망”(롬 6:23)임을 교훈하는 성경은 예수님의 죽음을 가리켜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것이라 말씀하며(히 9:14), 또한 “하나님께서 그를 사망의 고통에서 풀어 살리셨으니 이는 그가 사망에 매여 있을 수 없었음이라”(행 2:24)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죄로나 자범죄로나 율법 앞에 흠이 없으신 무죄한 분이심을 가르칩니다. 요컨대 그리스도께서 신성을 가지신 성자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은 무죄성의 원인이며, 성령으로 잉태되셨다는 출생의 방식은 그의 무죄성의 방편입니다.

예수님의 무죄성에 대한 이러한 올바른 이해는 예수님의 무죄성을 천주교회가 주장하는 마리아의 무흠수태에 근거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그것은 마리아의 무흠수태설 자체가 성경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는 잘못된 주장이며, 또 마리아의 원죄 여부에 따라서 예수님의 무죄 여부가 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무죄성은 온전히 예수님의 신성과 그에게 임한 성령의 충만성으로 인한 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조하는 일은 결코 인간을 신격화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무죄성은 그의 위격인 성자 하나님이시라는 것과 그가 사람이 되시는 신비로운 사건을 이끄신 성령 하나님의 역사로 인한 것으로 그 까닭이 마리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에게 있는 일입니다.

(3) 끝으로 인성에 따른 그리스도께서 그의 모친 마리아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관한 교훈을 살펴보도록 합니다. 먼저 신앙고백서는 예수님께서 동정녀 마리아의 태에서 나신 일이 바로 성령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일임을 말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마 1:18) 또는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마 1:20)는 말씀은 이 때 성령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예수님의 잉태가 동정녀의 태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실행자로서의 유효적 원인의 역할이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를 합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눅 1:35)라는 말씀도 바로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을 합니다.

동정녀 잉태라는 기적과 관련한 성령 하나님의 능력이 유효적 원인이었다는 이해를 갖는 것은 특별히 신앙고백서가 모친 마리아와의 관계를 고백하면서 말하는 “동정녀 마리아의 태에서 그녀의 실체로부터 잉태되셨다”는 것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재침례파들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말을 마치 성령 하나님께서 어떤 신령한 것을 무에서 창조하여 마리아에게 주입했다는 것을 오해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성령 하나님의 역할이 그리스도의 잉태를 가능케 하는 실행적 원인(efficient cause)만이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를 제공하는 질료적 원인(material cause)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맞서서 신앙고백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성령의 실행을 유효적 원인으로 하여 잉태한 마리아의 몸의 실체로부터 받아 형성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재침례파는 그리스도께서 마리아의 몸을 단지 수도관처럼 통과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즉 그리스도의 몸은 마리아와 아무런 연결이나 상관이 없이 성령 하나님에 의하여 신령한 실체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마리아도 아담의 아래에 있는 죄인일진대, 만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의 몸에게서 자신의 몸을 취하면 그도 아담의 원죄를 이어받은 자가 되어 결국 또한 죄인이 될 것이며,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자신의 죄 때문이지 결코 다른 이들의 죄를 대신하는 것이 될 수가 없다는 이해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파는 그리스도께서 그의 몸을 마리아에게서 취하였다고 하여 그가 원죄의 오염을 받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을 합니다. 왜냐하면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인한 원죄, 곧 부패한 본성이란 인성 자체의 본질이 아니라 인성에 부가된 성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마리아에게서 성령으로 잉태케 하실 때, 성령께서 잉태된 몸을 타락 이전의 아담의 순전하고 무흠한 상태로 거룩하게 하시어도 그리스도의 인성에는 아무런 해가 없으며, 또한 그렇게 거룩하게 하셨기 때문에, 마리아의 살과 피에 참여하신 분이 되셨다는 것으로 인해 그리스도의 무죄성은 조금도 손상을 받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벨직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는 육체를 좇아 다윗의 허리의 열매이며, 육체를 따라 다윗의 씨에서 나셨으며, 처녀 마리아의 태의 열매이며, 여인에게서 나셨고, 다윗의 가지이며, 이새의 줄기에서 난 싹이며, 유다지파에서 나셨으며, 육신을 따라 유대인들에게서 나셨으며, 아브라함의 씨를 취하셨으니 아브라함의 씨에서 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모든 점에 있어서 형제들과 같이 되셨으나 죄는 없으시다”(18항 가운데)고 고백을 합니다.

또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도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라는 고백이 뜻하는 바는 “성자 하나님께서 동정녀 마리아의 혈과 육으로부터, 참된 사람의 본질을 취하셨으며, 이러한 일은 성령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임을 뜻하며, 그 결과 그는 다윗의 참된 후손이 되셨으며, 죄를 짓지 않으셨다는 면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에서 그의 형제들과 같이 되셨음을 뜻합니다”(35문답)과 동일한 교훈을 줍니다.

이러한 개혁파의 고백들은 성령 하나님을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를 제공하는 원인으로 보면서 그리스도의 인성의 아버지가 된다는 소시니안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배격을 합니다. 이러한 개혁파의 고백은 이 자리에서 살피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와 “그는 성령의 능력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태에서 그녀의 실체로부터 잉태되셨다.”고 진술이 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그리스도는 인성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계시다는 점에서 아담과 연결이 되고 있지만,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하여 아담의 후손들이 죄에 참여하게 되는 언약 안에 속박을 받고 계신 것은 아닙니다. 마리아에게서 취한 그리스도의 인성이 성령 하나님에 의하여 죄의 오염으로부터 거룩하게 되셨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몸에서 실체를 취하되, 부패한 성품은 전이되지 않도록 성령 하나님께서 역사하시어 이루어졌다는 기적을 고백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을 고백하는 올바른 신학적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