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세계 교회사 1] 영지주의(Gnosticism)_안상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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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주의(Gnosticism)

 

안상혁 교수(합신 역사신학)

A.D.1세기에서 약 3세기까지 초대 교회를 위협했던 영지주의(Gnosticism)는 고대 그리스의 종교, 철학, 세계관 등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 미신적이며 종교적인 사상 체계이다. 초대 교회의 순교자 유스티노스(c.100-c.165 AD), 리용의 이레니우스(c.130-c.202 AD), 테르툴리아누스(c.155-c.220 AD)와 같은 교부들은 특히 기독교와 혼합된 형태를 취한 영지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이를 논박하는 글을 남겼다. 교부들의 글에서 제시된 영지주의의 다양한 교리는 1945년 이집트 나그 함미디(Nag Hammadi)에서 발견된 초기 기독교 계통 영지주의 문헌 모음집인 ‘나그함마디 문서’에 의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다. 영지주의 안에 워낙 다양한 가르침이 있어 일반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세상의 기원 및 구원과 관련하여 영지주의는 대략 다음과 같은 교리를 공통으로 설파했다.

첫째, 영지주의는 가시적 세상을 창조한 열등하거나 악한 신(데미우르고스)으로부터 구별되는 더욱 우월한 최고의 신이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이 신은 구약에 등장하는 창조주(야훼)와 구분되는 존재입니다. 열등한 신에 의해 결함이 많고 악한 물질세계가 창조되었을 때, 최고의 신으로부터 유래한 일종의 ‘신적인 불꽃’이 인간의 육체 안에 갇히게 되었다. 둘째, ‘신적인 불꽃’이 악한 몸과 물질세계를 빠져나와 최고의 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곧 구원이라고 영지주의자들은 가르쳤다. 이 구원의 과정 혹은 단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특별한 ‘지식’(gnosis)입니다. 이 지식은 물질세계 외부로부터 오는 일종의 비밀스러운 지식인데, 이를 전달하는 구원자가 바로 예수님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예수님은 물질세계의 창조주가 아닌 최고의 선한 신으로부터 보냄을 받았다. 셋째, 예수님은 신약성경에 기록된 내용과 다른 소위 ‘비밀 지식’을 몇몇 제자들에게 따로 전수했다. 이러한 비밀의 지식을 전해 받은 당사자가 바로 영지주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영지주의의 교리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독교 복음과 양립할 수 없었다. 첫째, 영지주의는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의 선한 창조를 부정한다. 둘째, 구약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서로 다르다고 가르쳤다. 이는 구약과 신약을 분리한 폰투스의 마르키온 이단이 가르친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 셋째, 영지주의는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 곧 성육신, 십자가, 부활의 역사성과 실재를 통째로 훼손했다. 이는 예수님께서 성육하시고, 십자가에서 달리셨으며, 그리고 부활하신 몸이 단지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한 가현설(Docetism)과도 연결되었다.

영지주의와 가현설의 위험성에 대해 사도 요한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이로써 너희가 하나님의 영을 알지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 오리라 한 말을 너희가 들었거니와 지금 벌써 세상에 있느니라”(요일 4:2-3). 세월이 흐른 후에도 영지주의는 여전히 교회를 위협하는 커다란 세력이었다. 특히 계시된 성경 말씀과 믿음 대신에 ‘비밀 지식’을 설파하는 영지주의를 논박하며 이레니우스는 『이단 논박』(Adversus Haereses, c.174-189 AD)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구원에 관한 계획을 다름 아닌 복음을 우리에게 전해 준 자들로부터 배웠습니다. 그들은 먼저 그것을 널리 설교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후에 그것이 우리 신앙의 토대와 기둥이 되도록 하나님의 뜻에 의해 그것을 문서들로[정경] 우리에게 전수해 주었습니다. 어떤 자들이 감히 말하는 것처럼, 그들이 사도의 교정자들이라고 자랑하면서, 그들이[사도] 완전한 지식에 이르기 전에 설교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 주님이 죽은 자들로부터 살아나시고, 성령이 사도에게 임했을 때 이들이 위로부터 온 권능을 부여받은 후, 이들은 모든 것으로 충만했고 완전한 지식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중략] 이 모두는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며,율법서와 예언서들에 의해 선포된 오직 한 하나님만이 계시며,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오직 한 그리스도만이 계신다는 것을 전수해 주었습니다.(출처 : 『두란노고전총서』 2:477-78.)

이레니우스는 주님의 대위임령을 받고 성령 충만의 은혜를 받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전해 준 복음과 성경이 사람을 구원하는 온전한 하나님 말씀임을 강조한다. 성경에 계시된 복음 이외에 우리가 알아야 할 소위 ‘비밀의 지식’은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도 바울은 헬라의 이교적 문화에 노출되어 있던 교회를 향해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골 2:8)고 엄히 경고한다. 오히려 신자는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참 경건에 이르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씀한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딤전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