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참된 지혜_고상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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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지혜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데릭 키드너는 <어떻게 지혜서를 읽을 것인가?>에서 잠언, 전도서, 욥기를 묶어서 설명하고 있다. 잠언, 전도서, 욥기는 각각 읽으면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잠언은 번창하는 집 같고, 전도서는 퇴락해 가는 집, 욥기는 습격당한 집처럼 보인다.

잠언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있고, 그 질서를 따라 살면 대체로(nomally)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살다보면 잠언의 기준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손이 부지런하면 부자가 되고 손이 게으르면 가난하게 된다는 정의가 때로는 반대로 보일 때도 있다. 잠언의 질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 전도서이다. 전도서는 부조리를 보여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잠언과 전도서는 서로 상충하는 것 같은 구절들이 많다. 

하나님의 질서가 세상 가운데 드러나 있지만, 타락한 세상 속에서는 그 질서가 왜곡되어 나타날 때도 있다. 전도서는 인생의 허무를 말하지만 그 허무가 이루어지는 현실이 바로 ‘해 아래서’이다. 초월을 배재한 자연주의 세계관이 주는 의미 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지만 그 여호와를 배재하는 삶은 허무를 경험할 뿐이다.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이 다 허무하다. 하나님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 초월의 세계가 이 땅 가운데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영원한 나라의 그림자를 맛보며 우리는 구원의 보증금을 가지고 영원한 나라를 소망하며 이 땅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언과 전도서의 상충된 진리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욥기이다. 욥기는 하나님의 질서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숨겨져 있음을 알려준다. 사탄이 욥을 공격하지만 욥은 1장에 등장하는 천상의 회의를 알지 못한다. 하나님의 주권, 하나님의 계획, 하나님의 지혜를 알지 못한 채 이 땅에서 갑자기 고난을 당하기도하고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욥기는 모든 삶의 배후에 하나님이 계시고 심지어 사탄의 악까지도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을 깨우쳐 준다. 데릭 키드너의 말처럼 지혜서를 통해 참된 지혜를 얻으려면 잠언의 질서를 따라 살아가지만 전도서의 고백대로 왜곡된 세상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욥기처럼 하나님의 숨은 뜻과 질서가 있음을 신뢰하며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팀 켈러는 이 지혜서의 모든 지혜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잠언의 지혜는 곧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지혜이며 능력이기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출 때 잠언, 전도서, 욥기가 바르게 해석된다. 욥기에서 엘리바스는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욥 4:7) 라고 잠언 같은 진리를 쏟아놓는다.

그러나 이사야는 53장 종의 노래에서 죄 없이 망한 사람, 정직하지만 끊어진 한 인물을 소개한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사 53:5), “그는 강포를 행하지 아니하였고, 그의 입에 거짓이 없었으나 그의 무덤이 악인들과 함께 있었으며”(사 53:9).

전도서의 교란된 하나님의 질서 속에서  잠언의 드러난 질서를 붙들고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욥기처럼 숨겨진 하나님의 질서가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밝히 비춰주시는 분이 참된 지혜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우리가 죄가 있지만 망하지 않는 이유, 우리가 거짓이 있지만 심판을 받지 않는 이유는 죄가 없으신 그분이 우리를 대신하여 죄를 감당하셨기 때문이다. 율법의 모든 요구를 다 지키신 그 분이 율법의 저주를 다 받으셨기 때문에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가 의롭다 함을 받은 것이다.

지혜서를 바르게 해석하는 길은 잠언, 전도서, 욥기를 함께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다차원적 측면을 지혜서는 골고루 보여준다. 그 지혜서를 바로 이해하려면 복음서의 빛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완전한 지혜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참된 지혜를 보고 누릴 수 있게 된다. 온전한 지혜이신 그리스도의 빛으로 지혜서를 바라볼 때 완성된 천국은 아니지만 이미와 아직의 중간 지대를 영원한 나라의 소망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