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애그모흐뜨 성곽에서_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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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모흐뜨 성곽에서

 

 밤새 자욱한 라벤더 향기
 프랑스 기름진 들판에 비명이 들린다
 오래된 성채, 돌벽의 핏자국을 본 자에겐
 믿음 때문에 갇힌 울음만이 진짜 울음이다
 상처와 갈증에 무딘 인간은 어디 쯤
 회복의 쉼터를 다시 찾아 헤맬까
 집요한 편견과 야만이 사이프러스로 꽂힌
 역겨운 폭압의 어둠 속에
 온몸으로 길을 내며 쫓겨 간 위그노
 믿음의 저항자들은 광야의 별처럼 푸르다
 그토록 애타게 붙들던 목숨의 말씀들
 눈부신 구름이 떼로 모여들어
 가문 땅에 단비를 예언한다
 동이 트는 방식은 천년이 지나도 같은 것
 가다 쉬다 성벽 길 되짚는
 관절과 골수를 찌르며 쪼개며
 땀보다 진한 초록빛 차오르는
 새롭고 뜨거운 아침 종소리

* 애그모흐뜨(Aigues Mortes) 성 : 위그노 감옥이 있던 곳.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