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날의 고백] 친구가 다녀서, 부모님이 다녀서라도 괜찮으니까_백지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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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다녀서, 부모님이 다녀서라도 괜찮으니까

백지우 학생(중3, 열린교회)

 

나는 흔히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나간 애였다. 그 전까지는 성당에 다녔지만…… 마당에서 물놀이 한 기억만 흐릿하게 있다.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건 아마도 여섯 살. 친구 한 명과 이젠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애들과 참석한 기억이 난다. 어른들 예배는 지루했다. 암송 대회를 하던 기억도 흐릿하게 있다.

그때 교회학교에서 배운 것 중 기억나는 내용이 있다. 별 씨와 하트 씨가 있다. 별 씨는 나쁜 사람이고, 하트 씨는 하나님을 믿는 착한 사람이었다. 별 씨는 항상 착하게 사는 하트 씨를 무시하고 깔봤다. 그러다 두 사람은 죽게 되었다. 생을 나쁘게 산 별 씨는 지옥에 가게 되었다. 지옥불에 불타던 별 씨는 위에 있는 천국에서 좋은 접대를 받고 있는 하트 씨를 보았다. 별 씨는 하트 씨에게 살려 달라고, 구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천국에 있는 하트 씨는 고통 받는 별 씨를 보지 못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으면 하트 씨처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주변의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랑 엄마가 하나님을 믿어서 천국에 가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빠는 어떡하지? 우리 강아지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교회에 다니지 않는 다른 친구들은 어떡하지?

다른 날, 천국과 지옥의 이미지를 보여준 수업이 있었다. 나는 그때도 지옥보다는 천국의 이미지가 더욱 선명히 기억난다. 금과 보석으로 이루어진 천국의 입구의 이미지. 물론 슬픈 일 없이 그런 곳에서 놀고먹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 하지만 그때, 어린아이는 저런 곳에서 영원히 산다는 것에 대해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초등학교 저학년.

사실 아직까지도 그런 생각은 없어지지 않고 점점 커져서, 사실 기독교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 천국의 이미지는 지금 생각해도 힘들다. 처음 다닌 교회가 조금 이상했다고 엄마가 얘기하긴 했다. 하지만 어쨌든 내 기독교에 대한 인식의 뿌리는 그곳에서 듣고 배운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교회에 나갔다. 그런 수업도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그보다는 친구들과 교회에서 본 디지몬과 친구들과 한 술래잡기가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러다가 교회를 옮겼다. 왜 옮긴 건지 난 아직도 잘 모른다. 이곳에서도 예배와 공부를 했다. 조금 달랐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성경 내용에 대해 배웠다. 이번에도 수업 내용보다는 애들이랑 교회당 앞의 조형물에서 놀고 편의점 다니던 기억이 더 크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수업보다 놀이터와 게임이 더 좋았다. 이제 설교도 끝까지 듣고 있어야 했지만 사실 딴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다. 애들과 중등부 수업을 들었다. 성경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조금 많아졌다. 어릴 때 이해하지 못하던 내용들도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어릴 때는 식전 기도도 항상 했다. 꽤나 진심이었다. 하지만 커 가며 식전 기도는 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도 꾸준히 나갔다. 교회 사람들은 모두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는 것 같았다. 부러웠다. 나도 더 알고 싶었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예배와 수업이 되었다. 좋은 선생님 겸 언니와도 조금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고 예배와 수업을 들었지만, 아직도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에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알게 된다면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될까 기대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