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름이 비를 안 내리면 논두렁엔 물이 없다-신학교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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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비를 안 내리면 논두렁엔 물이 없다
– 신학교의 위기

봄비의 계절이다. 하나님이 주신 우리나라 금수강산의 봄에는 대개 단비가 내린다. 신기하게도 때맞추어 구름이 몰려와 비를 내리고 논두렁에는 물이 차서 흙이 부드러워진다. 모내기를 시작으로 여러 과정을 거쳐 가을엔 알곡이 황금물결을 이룬다. 그러나 구름이 비를 내리지 않으면 논두렁엔 물이 없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현금 신학교의 실태는 물 없는 논두렁 같다. 이미 수년 전부터 소규모 신학교들은 목회자후보생(M.Div.)의 미달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세칭 큰 교단 신학교들도 이런 현상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다. 본보 제860호 1면 기사에 따르면, 올해 합신 M.Div. 과정으로 신입생 52명(정원 외 2명 포함)이 입학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고 할 때 머잖아 목회자 수급은 매우 위험한 실정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52명도 턱없이 부족한 인원인데다가, 52명이라 해도 실제 목회에 투입될 인원은 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선교 지망과 기관 활동 목적자들을 제외하면 목회할 자의 수는 대폭 줄어든다. 게다가 외국인 학생들과 목회 연령에 압박을 받는 나이 든 자들도 더러 있고, 매년 평균 여학생이 10퍼센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효는 더욱 줄어든다. 목회자 수급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전초 현상은 교회들이 파트타임 교육전도사를 구하는 데 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서 이미 여실히 증명된다.

목회자후보생이 감소한 데는 원인들이 없지 않다. 첫째로,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회문제로 인구감소라는 물리적인 현상을 가장 두드러진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다. 지난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미혼 사태와 만혼 유행, 출산기피와 육아공포, 현실 불안정과 미래 불안감 등으로 말미암는 출산율 저조는 신학교에도 쓴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이런 점에서 출산 장려는 이모저모로 중요하다. 둘째로, 교회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출산율 저조와 더불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격감 때문에 교회(주일)학교가 급속하게 약화되고 청년 부서들이 콩가루처럼 붕괴한 것은 목회자후보생 감소에 나쁜 몫을 하였다. 이런 점에서 주일학교와 청년부서가 살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셋째로, 교회의 위신이 상실되고 목사의 명예가 실추된 것도 중대한 원인이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격렬한 비판은 복음전도를 위축시키고 교회성장을 둔화시켰을 뿐 아니라 목회자의 길을 가려는 자들의 열정을 식게 만들었다. 이런 영적 원인 앞에서 교회의 영광과 목사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너무도 절실하다.

이런 원인들을 고려할 때, 신학교의 위기를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신학교가 적극적 태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교회들과 연결 끈을 놓치지 않는 것으로 안심하지 말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학교의 위상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학교를 논리적으로 홍보하며, 학교에 관심을 끄는 장치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학교의 위기를 드러나지 않게 쉬쉬할 것이 아니라 일선 목회자들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진지하게 공감하도록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현장 목회자들이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구름이 비를 내리지 않으면 논두렁에 물이 보장되지 않듯이, 교회에서 목회자후보생을 보내주지 않으면 신학교에는 학생이 보장되지 않는다.

조금 원시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목사님들이 설교 중에 젊은이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신학을 하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교우들에게는 총명한 자녀들을 하나님께 내놓으라, 청소년들에게는 목사와 선교사가 되기를 기도하라, 청년들에게는 신학교 지원을 결단하라고 설교했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신학교에 가겠다고 서원하였던가. 그때는 구름이 풍성히 비를 내려 논두렁에 물이 넘실거렸다. 부작용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신학교 문을 나선 수많은 목회자들로 말미암아 알곡이 맺히고 열매가 여물어 복음이 왕성하고 교회가 부흥했다. 청년들이 사회를 건전하게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교회를 건강히 세우기 위해 뜻을 정하여 교회의 일꾼이 되는 것은 더욱 고귀한 일이다. 따라서 일선 목회자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젊은이들에게 목회자의 사명을 불붙듯 일으켜주어야 한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신학교의 사활은 교회에 달려 있다. 구름이 비를 내리지 않으면 논두렁엔 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