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행복한 온기_최상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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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온기

최상규 목사(몸된교회)

 

겨울날 양지바른 처마 밑에 앉아 볕을 쬘 때 느꼈던 온화함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교회를 개척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노회 안에서도 최근 두 개 교회가 설립되었다. 그중 하나가 K교회(한○○목사 시무)인데, 노회 서기인 나는 사회자로 설립감사예배를 도왔다.
이런 일을 준비하다 보면 순서를 맡은 분들에게 대한 사례를 결정하는 것이 꽤 어렵다. 마음을 담아 드리면서도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립감사예배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형편이 어렵기에 드리는 일이 부담스럽고, 순서를 맡았다고 이제 시작하는 교회에서 사례를 받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전임 서기 목사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제가 설립감사예배 사회를 맡아 갔는데 사례를 주시더라고요. 받는 데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그렇게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 얘기를 한 목사님에게 전하며, 순서를 맡은 분들에게 사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래도 굳이 해야 한다면 이삼만 원 정도의 작은 선물 정도를 드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목사님은 그렇게 말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하며 그리 하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예배에 참석했고 기쁘게 감사예배를 드렸다. H교회 원로이신 김○○ 목사님이 설교하셨는데 울림이 있었다.

“개척하고 나면 기다리는 시간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복음의 열정을 뜨겁게 하는 시간입니다.”
한 목사님은 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부교역자로 십육 년을 사역했습니다. 그때는 모두 일을 회의를 통해 결정했는데 개척하니 사소한 것까지 혼자서 결정해야 했고, 그것도 바로 해야 하니 힘들더라고요.” 개척감사예배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한 목사님은 나에게도 선물을 하나 주셨다. 당연히 지난번 얘기했던 대로 간단한 선물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와 살펴보니 선물 옆에 십만 원이 든 봉투가 붙어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다음 날, 주일 예배를 마친 후 한 목사님과 통화를 했다. 왜 그리하셨냐고 물으니 거마비라며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해되면서도 한편 마음이 불편했다. 돈 한 푼이 아쉬울 때인데, 여덟 분에게 이렇게 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노회장님과 통화하다가 돈 봉투 이야기가 나왔다.
“노회장님은 그 돈을 어떻게 하셨어요?”
“저는 돌려드렸죠. 주신 돈에다 그만큼 더해서 계좌로 송금해 드렸어요.”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무심하게 얘기했다.
어릴 적 겨울날 양지바른 처마 밑에 앉아 볕을 쬘 때 느꼈던 온화함, 바로 그 같은 온기를 느꼈다. 이런 모든 것이 동역자의 품격, 노회장의 품격, 선배의 품격이지 하는 생각에 그날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