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이성과 신앙
– C. S 루이스의 ‘순전한기독교’를 읽고
황준규 안수집사 (남포교회)
이상적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도덕적 신념으로 이웃사랑을 생각하는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성과 상상력은 인류의 문화를 더욱 빛나고 발전시키는 고귀한 정신이지만, 유독 신앙의 세계로 들어오면 이 두 정신은 마치 이단아 취급되어지곤 한다. 우리가 신앙을 이야기할 때, 주로 기적, 믿음, 순종과 같은 단어들을 함께 떠올리며. 상상력과 이성이란 단어는 동화책이나 판타지소설, SF영화, 철학과 과학에나 더 어울리는 단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 인간으로 오셔서 그의 피조물의 대속죄로 오히려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는 성육신의 고백을 어떻게 이성과 상상력으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상상력과 이성과 신앙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거나, 혹시라도 만나면 갈등 관계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성경을 대할 때는 상상력과 이성을 접어두고 읽고, 반대로 과학책을 읽을 때는 신앙을 잠깐 책상 아래에 내려놓아야 하는 불편하고 모순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성경의 신앙을 좀 더 이성적으로 해석하려는 자유주의와 성경의 글자 그대로를 신앙으로 믿어야 한다는 근본주의는 오늘날에도 갈등 관계이거나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그런데 판타지 소설 “라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이 둘을 아우르는 상상력과 이성과 신앙의 기독교를 말하고 있으니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김진혁 교수는 ‘순전한 그리스도인-C.S 루이스를 통해 본 상상력, 이성, 신앙’이라는 책에서 ”그에게 있어서 ‘상상력은 현실을 등진 공상이나 감정을 중독시키는 쾌락과는 다른 것으로, 경험의 지평에 속한 현실의 모든 것을 새로운 빛으로 보는 능력’이었다.“고 말하면서 빵과 같이 평범한 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하나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성경에서도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저희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저희에게 보이셨느니라.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희가 핑계치 못할찌니라” (롬1:19~20) 말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지만, 어김없이 봄이 돌아왔고, 나무들은 꽃들로 곱게 차려 입었다. 꽃잎은 가지에 매달려 있든지, 땅에 떨어져서 조차, 너무나 곱고 어울리는 색깔로 회색의 보도에 인간은 할 수 없는 예술을 풀어 놓았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상상력으로 꽃들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김진혁 교수의 의견을 빌리면 C.S.루이스에게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현실을 충만히 감싸면서도 무한히 넘어서는 하나님의 은혜에 전인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한다. 따라서 루이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은, 세계비전이나 보편적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본 받아 일상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도덕적 판단과 신념에 따라 제한적 목표를 위해 조용히 힘쓰는 사람들이다.
거대 담론에 허우적거리기보다는 자기 삶에 놓인 악의 문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역사를 바꿔 왔고, 앞으로도 바꿀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이성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부여 받은 독특한 영적 특성으로, 현상적 자연 세계를 넘어 양심에 따라 도덕적 세계 질서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코로나방역을 위해 교회들도 무척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신앙을 앞세우며, 마스크 쓰기나 거리두기를 마치 신앙의 방해물로 여기며 이를 소홀히 하였다가 집단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 성령님을 통해 이성이 작동하여 노약자와 기저 질환자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방역지침을 지키는 것이요, 신앙임을 알려 준다. 코로나시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더 많은 수의 이웃들이 더 어려워졌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 줄 블루오션이다.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의 발흥” 이라는 책에서 로마 시대 때의 역병 때문에 제국의 일부가 무너졌지만 그 역병이 기독교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말한다. 역병 앞에서는 권력, 돈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역병이 든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서 선을 행했던 크리스천들의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역설적으로 이때 기독교가 성장했다고 한다.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는 성경의 세계관에 기초한 신앙 안에서, 상상력으로 하나님과 그의 위안을 맛보고, 이성으로 가족과 이웃과 세계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신자의 본질을 이야기 한다. 세상 속의 고난에 지치지 않고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 안에 기쁨으로 영원히 사는 하나님 나라의 인생이 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