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의 의미–가정의 달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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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가정의 달에 부쳐

가족, 이것은 사람에게 가장 애틋한 단어 중 하나이다. 흔히 동물의 세계에서도 새끼를 보호하고 양육하려는 어미의 본능적 행위가 발견되지만, 인간만큼 가족을 어느 것보다 소중히 여기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문학, 예술,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가족은 자주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그런데 가족은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의 이중성이 있다. 가족과 관련해 일상에서 발견되는 모습들은 사랑, 조화, 희생, 헌신, 양보, 이런 것들로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동들이다.

특히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족이 늘 긍정적인 관계에 있지만은 않다. 놀랍게도 가장 비극적인 일들이 인간의 가정에서 벌어진다. 시기, 경쟁, 갈등, 압박, 암투, 폭력 등 가족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에 끝이 없다. 예컨대, 상속 문제에 부딪혀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배겨낸 가족을 찾아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간처럼 가족 때문에 행복하고 또 가족 때문에 불행한 존재는 없다.

그러면 신자에게는 가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무엇보다도 가족은 함께 사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존재이다. 함께 사는 것은 사람다움을 극명하게 표현한다. 인간의 기본 행복은 함께 사는 데 있다. 나 아닌 남과의 소통에서 인간다움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도 가족은 함께 하는 사람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실현할 수 있는 인격체이다. 그럼에도 개체화에 익숙해진 현대인은 심지어 타인과 함께 시공간을 공유하는 중에도 혼자 있다. 예컨대, 부부가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또한 함께 사는 것은 하나님 자녀다움을 여실히 나타내며 그 원형은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다. 신자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으로 삼위일체의 영원한 관계를 역사 가운데 실현해보는 것이다. 즉,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은 삼위일체의 신비를 맛보게 한다. 이 때문에 신자는 신체적으로 함께하는 일에 힘써야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라도 함께함을 실천해야 한다. 가족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모이는 것이며, 모이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 되는 것이다.

나아가 신자의 가족관계는 행복한 가정이 지상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하는 본보기이다. 물론 이것은 신자 가정의 완벽함을 과시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대로 가족의 양면성은 사실 신자에게도 자주 벌어진다. 가족관계의 실패가 신자라고 해서 비껴가는 법은 없다. 다만 신자의 모범이란 문제를 극복할 줄 안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신자의 가정이 수평구조를 이룬다는 데서 시작된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사랑하며 존중하는 가운데 평등하고, 부모와 자녀는 아끼고 높이는 가운데 조화한다. 미움이나 경멸, 윽박지름이나 비아냥거림은 신자의 모습과 매우 거리가 멀다. 수평구조는 가족관계에 발생하는 문제를 진화하는 소방차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신자의 가정은 수직구조에 기초하여 수평구조를 가진다. 신자는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 그보다 위에 있는 권위에 호소를 한다. 상위 권위는 다름 아닌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상위 권위이신 예수 그리스도 아래서 수평관계에 있다. 신자는 상위 권위에 순종하기에 서로 용납한다. 따라서 신자의 가정은 역사 위에 실천적으로 펼쳐지는 기독론의 절정이다. 이렇게 하여 신자의 가정은 겉으로는 행복을 드러내지만 실제로는 상위 권위를 드러낸다. 이때 조심할 점은 이런 모범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 가정의 행복은 저절로 드러나야지 인위적으로 과시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신자에게 가족은 동일한 신앙을 가진 자들을 의미한다. 부부는 신앙을 공유하며, 부모는 신앙을 물려주고, 자녀는 믿음을 물려받는다. 신자의 가정은 신앙을 공유, 계승하는 터전이다. 이런 점에서 신자의 가정은 교회의 모습을, 가족은 교우의 성격을 가진다. 신자의 가정은 교회를 조직하는 기반 요소이며, 신자의 가족은 성도를 형성하는 기초 성분이다. 그런데 신자의 가족이 신앙을 공유, 계승하려면 같은 범위로 성경을 읽고, 동일한 설교를 듣고, 공동의 주제로 기도하며, 신앙서적을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할 때 가족들이 한편으로는 함께 사는 것을 심화하고, 다른 편으로는 상위 권위를 따르는 것을 최대화하는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