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칼럼] 고난은 악(惡)이 아니라 약(藥)이다_조봉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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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악(惡)이 아니라 약(藥)이다

조봉희 목사(지구촌교회)

 

고난을 염세적인 악으로 여기지 말고, 섭리적인 약으로 여기며 살아가자

일본 재계의 신으로까지 불렸던 고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어린 시절 몹시 가난했다. 하지만 그는 가난 ‘때문에’라고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 ‘덕분에’ 평생 근검절약할 줄 알아 부자가 되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 그는 소학교(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때문에’라고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지 못한 ‘덕분에’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에 관심 갖고, 한 자라도 더 배우려고 온 열정을 쏟았다. 말년에는 ‘마쓰시타 정경숙’이라는 배움터까지 세웠다. 그리고 그는 몸도 약했다. 하지만 약함 ‘때문에’라고 핑계 대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약했던 ‘덕분에’ 더 조심하고 삼가면서 건강을 챙겨 95세가 넘도록 장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삶을 대하는 자세의 특징은 ‘때문에’라며 탓하는 것이 아니라, ‘덕분에’라고 말할 줄 아는 철저한 ‘긍정의 철학’이다.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때문에’라고 핑계를 일삼는다. 반면에 긍정적인 사람일수록 「덕분에」라는 역설적 신앙으로 살아간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고난은 대부분 인과응보가 아닌, 섭리적 고난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난 때문에’라고 피해의식으로 인생을 사는 대신, ‘고난 덕분에’라는 승리의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도 바울이 역설적으로 간증하듯이, ‘약함 덕분에, 인생의 가시 덕분에’ 하나님의 능력이 크게 역사하는 것이다. 오늘도 동일하다. 내가 약할수록 하나님의 능력이 역력하게 드러나며, 약할수록 은혜가 크게 역사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약함을 강함으로, 악재를 호재로 사용하신다.
나는 군대에서 허리(요추) 골절상을 입고 뼈를 이식하여 유합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그 후유증으로 반드시 누워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하룻밤 사이에도 몸을 몇 차례씩 가누며 선잠을 잔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목디스크도 터져서 수술했고, 작년에는 복부대동맥과 척추 사이에 림프종이라는 암이 생겼다. 암의 위치가 좋지 않은 곳에 있어서 방사선 치료도 못한다. 접근이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군대에서 수술 받은 허리뼈 압박 후유증의 문제로 디스크까지 심하게 터져서 병원에 입원하여 또 한 번 고난의 터널을 지났다.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과했다. 나는 이렇게 해석해본다. 독수리가 40살이 되었을 때, 제 2단계 장수(長壽)의 삶으로 비상하기 위한 프로세스로 엄청난 고행수련을 하듯이 그렇게 영혼의 사막여행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어떤 험난한 코스도 잘 패스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약함과 고난 덕분에 오직 믿음으로 살아갈 뿐이다. 주님의 긍휼과 큰 섭리를 기대하며 그 어떤 고난도 잘 이겨가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유훈이 있다. 지금은 천국에 계신 옥한흠 목사님의 지론 중 하나이다. ‘고난은 변장된 축복이다.’ 만일 우리가 인생의 가시로 인해 하나님만 의지하게 된다면, 비록 그 가시가 고통스럽다 해도 분명히 하나님의 은혜일 수 있다. 따라서 삶의 여정에서 고난은 독(毒)이 아니라, 득(得)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선교사 H. Taylor는 “하나님의 모든 거인들은 약한 사람들이었다.”라고 정의한다. 하나님은 비범하고 탁월한 영웅호걸을 사용하는 대신에, 평범하고 초라한 약자들을 크고 위대하게 쓰신다. 하나님은 약한 사람들을 사용하기를 좋아하신다.
이런 맥락에서 <고난은 악이 아니라, 약이다.> 서양에서는 외과 의사들이 아이들을 수술하기 전에 이렇게 달래준다고 한다. ‘내가 너를 아프게 할지는 몰라도, 너에게 손해를 입히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 당신의 시련이 약간 고통스러울 수는 있어도, 하나님께서 손해를 입히지 않으심을 믿으라.
하나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넘어뜨리기도 하신다. 소아마비 장애로 두 다리와 오른손을 쓰지 못해 평생 인고의 삶을 살았던 고 장영희 교수는 유방암, 척추암, 간암까지 앓으면서도 긍정인생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세 번째 암을 앓으면서도 내놓은 저서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피력한다. “기적이란 다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고 힘들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하며 버텨낸 나날들이 바로 기적이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그러므로 고난이라는 악재를 축복의 약재로 활용하며 살아가자. 고난은 수동적으로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돌파해나가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몇 해 전에 욥기를 근거삼아 〈고난돌파〉라는 책도 썼다. 우리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복된 섭리를 믿는 자로서 어떤 걸림돌도 디딤돌로 역이용할 수 있다. 예수님 말씀 그대로 우리는 ‘위대한 반전’(Great Reversal)을 이루며 살아가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창한다. ‘고난을 염세적인 악으로 여기지 말고, 섭리적인 약으로 여기며 살아가자. 인생의 불행과 행복, 성공과 실패는 마음가짐(attitude)에 달려 있다. 소위 태도가 고도를 결정한다.(Attitude to Altitude) 오늘도 변함없이 기독교 신앙의 매력은 역동성이다. 역설의 역동성이 역전을 가져온다. 그래서 ‘고난은 악(惡)이 아니라, 약(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