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읍편지
터미널에 눈발 날리고
추위와 역병으로 서로 멀어지는 날
낯선 새해, 시골 버스 힘없는 얼굴들
이런 날엔 하얀 고향집을 생각하거나
고요한 산기슭 예배당에 앉아
종일 기도하고 싶다. 눈물겹게
아픔을 덮으며 내리는 눈송이 헤아리며
눈과 눈 사이 적막한 공간을 달려
옛 이야기처럼 따스하게 피어오르는
산골 밥 짓는 연기 속에
성냥불 한 톨로 합류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완고했던 기억들을 버리고
평화로운 눈꽃 허물어진 마음으로
오래 묵상하고 싶다. 이쯤에서
신문지로 말아 감춘 고깃덩이 같은
퀴퀴한 욕망들을 내던지고 싶다
오직 소롯한 오솔길 하나에
뽀드득뽀드득 작은 발자국 얹으며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