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 기독교문화탐방] 우포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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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는 따뜻하다
– 지역 기독교문화운동을 섬기는 창녕 주민교회

 

우포늪 풍경 – 정봉채 작가 작품

정석중 목사, 김미순 사모

주민교회 예배실

바스락 콘서트 모습

왼쪽부터 정봉채 작가, 박부민 편집국장, 조명진 집사, 정석중 목사(사진 : 조은규)

주민교회 야경 – 조명진 집사 작품

 

코로나19로 뒤숭숭한 11월 하순 조심스레 경남 창녕에 도착했다. 창녕 주민교회 정석중 목사와 김미순 사모가 나그네를 반겨 주었다. 늦가을 해거름이 따뜻했다. 정 목사의 섬김으로 한달음에 인근 우포(牛浦)늪으로 저녁노을을 보러 갔다. 고니와 가마우지 등 철새들이 물장구치며 합창으로 온통 축제 중이었다. 세상은 어두워 가는데 새들은 낙원에 있었다. 한참을 노을에 취하다 정 목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경남 창녕군 대합면 성지골길 191-2에 자리한 창녕 주민교회. 정 목사는 이곳 성지골 골짜기에 들어와 자신이 먼저 주님 안에서의 안식을 누리지 않으면 목회의 기초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유독 부부간의 사랑과 적지 않은 다섯 자녀들과의 가족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자신과 이웃을 향해 참 안식을 추구해 온 지 12년. 모이는 숫자에 안달하기보다는 지역에서의 녹아짐과 자신과 가정의 참된 내적 평안을 기초로 이웃의 영혼을 생각하며 쉼의 철학과 문화적 접촉점을 살리는 섬김 목회를 실천하고 있다.

예배당 내부도 전형적 모습이 아닌 열린 소극장 객석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그는 말씀은 물론 찬양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 나아가 예배당뿐 아니라 바로 위에 있는 성지골 펜션 잔디 마당과 비닐하우스 공연장을 빌려 자주 이웃 초청 사랑의 콘서트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1월에 여는 ‘바스락콘서트’와 매달 정기적으로 여는 ‘좋은날 풍경 꽃자리 콘서트’등이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선한 교제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독교인 가수뿐 아니라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초청하여 마음을 터놓고 노래하며 간증을 나누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한다. 특히 가정이 붕괴되는 세태 속에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 단위의 참여자들이 늘어남은 고무적인 일이라 한다. 수시로 이런 만남으로 창조세계의 숨결을 누리고 세상에 찌든 때를 녹여 내는 기회를 주려 애쓰고 있다. 또한 이런 활동들은 우포의 환경 지킴과 문화운동으로도 연결된다.

정 목사는 “지역 기독교문화운동의 한 축을 감당하는 것은 목회적 활동을 넘어 실제로 기독교인들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1998년 람사르 보존 습지로 지정된 이후 최근 2018년 람사르 습지 도시로 선정된 우포늪이라는 지역 특성이 있다. 이에 걸맞게 기독교인들이 주체적 환경운동을 통한 우포 지킴이가 되고 그에 수반하는 여러 문화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것이 우포 인근 지역민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섬김의 본이 되기도 한다. 한 교회는 그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상생하며 모두를 섬기는 것. 그것이 따뜻한 개혁주의로서 감동을 주는 길임을 그는 몸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정 목사의 이런 따뜻한 문화 운동의 연결 고리에는 주민교회 조명진, 정선영 집사 부부와 우포 지킴이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정봉채 사진작가와의 긴밀한 교류가 있다. 나그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한 온화하고 친절한 조명진 집사 부부는 개인 사업을 하며 기독교적 문화 활동과 콘서트 등을 준비하고 주민교회를 섬긴다. “항상 오늘은 분명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소망으로 하루하루 기도하며 산다”면서 “마음의 고향 같은 우포에서 모닥불 피우는 마음으로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이 기쁨이 되는 통로가 되고 싶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소망이다. 특히 내 자녀들도 이 우포를 지키는 사람들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명진 집사네도 자녀가 넷인 다둥이 가정이다. 그는 요즘 어린 셋째와 넷째인 아들과 딸을 데리고 다니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 속에서의 아름다운 마음과 믿음을 키우고 환경운동의 가치를 체득케 하고 있다. 인근의 정봉채 작가에게서 사진을 배우고 우포를 드나들며 사진 찍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우포의 미래를 바라보는 생생한 체험교육의 전형이다.

정봉채 작가는 사진작가로서 이미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가 여전히 우포를 지키며 20년 넘게 겸허히 지역 문화운동의 한 축으로 사는 것이 경이로웠다. 지금도 토요일마다 “정봉채와 함께하는 우포 사진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포의 곳곳을 돌아보며 창조세계를 소중히 여기며 가족단위 및 여러 참여자들과 사진과 삶의 감동을 함께 나눔이 특징이다. 밤늦게 방문한 나그네들을 따뜻한 차로 맞이해 준 정 작가의 인품 또한 우포처럼 부드러웠다. 그가 스스로 건축한 소담한 전시관에서 작품들에 감명을 받은 후 그의 작업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었다.

정 작가는 “우포 사진으로 유명해졌지만, 명예나 성공을 추구하는 유명한 사진가가 되려 하기보다 우포에 살면서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질서로 회귀하려는 나를 발견한다”면서 “우포를 통해 내게 안식을 주는 자연에서 마음의 정화라는 화두를 찾았다. 내 사진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도 정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건네 준 말 중에 가장 큰 울림의 말은 이것이다. “자연의 메타포는 인간의 지적 소산보다 강렬하다. 이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사는가? 기독교인으로 이 나라 이 땅, 한 지역에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정석중 목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정봉채 작가와 조명진 집사 같은 훌륭한 분들과 이곳에서 교제하며 문화운동, 환경운동을 연대하고 있음이 참 고맙고 든든하다. 기독교운동이란, 복음 전파는 기본이지만 일상의 문화 속에서도 각양의 모습으로 스며드는 영향력이다. 요란스러운 외침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바르고 건전한 공동의 관심사에 그 섬김의 자리를 매김하고 항상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소중하다.”

겨울을 기다리는 우포는 참 따뜻했다. 정 목사와 함께 본 저녁과 아침의 노을, 물버들의 그 이끼들과 오래된 평화, 새들의 즐거운 노래… 곳곳에서 묻어나는 향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우포에서 만난 사람들, 그 사랑의 온도 때문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둠을 밝히는 창녕 주민교회와 우포 사람들은 참 따뜻하다.

<취재 /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