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나님 나라와 오늘의 내 삶을 연결하라 _고상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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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와 오늘의 내 삶을 연결하라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개인주의를 해결하는 길은 성경의 하나님 나라라는 거대담론과
오늘 내 삶을 연결하는 것

찰스 테일러는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오늘날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의 근원을 개인주의라고 말한다. 물론 개인주의는 근대 문명의 최고의 업적이라 불릴 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극대화되는 오늘날의 개인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구시대의 도덕적 지평으로부터 단절을 통해 성취된 것이다. 옛 시대는 사람들이 자기를 생각할 때 자신보다 더 큰 질서의 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하나님과 연결해서 생각하기도 하고, 또한 공동체와 가족과 연결된 나를 생각하기도 했다. 즉 자신을 하나의 우주적 질서인 ‘존재의 거대한 고리’ (Great chain of being)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의 자유는 이런 질서들의 부정을 통해 생겨났다. 사회적, 우주적 지평을 상실한 개인주의의 자유는 더 높은 목적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단순히 ‘자질구레한 세속적 쾌락’에 몰두하는 ‘열정의 결핍증’을 낳았다고 말한다.  마치 니체가 ‘초인’과 ‘최후의 인간들’로 사람을 구분하면서, ‘가련한 안락’만을 추구하는 ‘최후의 인간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날 개인주의의 인간관이다.
큰 부분과 연결된 내가 아닌 목적을 상실한 개인만 남아 있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개인의 안락이 가장 큰 인생의 소망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의미의 상실은 자기에게 집중을 가져올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소외를 가져온다. 개인주의의 위험한 점은 자기 자신에게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팀 켈러는 포스트모던을 말할 때,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거대담론에 대한 불신’ 이라 정의한다. 그래서 거대담론을 모든 사건, 모든 관점, 모든 형태의 지식을 하나의 종합적 설명 속에 빨아들이는 전체주의 이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모더니즘의 거대담론에 대항하고자 보편적인 가치를 전부 부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렇게 미시담론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던 사상가들도 결국 하나의 거대담론 즉, “거대 담론은 권위주의적’ 이라는 절대진리를 주장을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또한 거대담론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모든 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해서도 미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돈의 가치만 남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기준을 없애버리자 남는 것은 시장뿐인데 이는 본래 포스트모던이 의도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결국 포스트모던 시대의 모순과 개인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전체주의가 아닌 거대담론’과 연결되어야 한다. ‘압제가 없는 진리’를 만나야 한다. 구약의 이스라엘도 상황은 어렵고 좌절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관계성과 하나님의 나라라는 사명 속에서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었다.
개인주의는 편리한 듯 보이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영역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개인이 이길 수 없는 어려움이 닥치면 결국 무너지고, 한계를 절감하게 될 뿐이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우리 인생이 단순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개인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라는 위대한 거대 담론 속에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칼빈이 말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간을 아는 지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을 통해서만 자신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자기를 알려고 하면 개인주의로 끝이 나지만, 하나님과 연결된 자신을 알 때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로서,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또 성경을 통해 위대한 하나님 나라의 거대 담론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연결시킬 때 사명이 보이고, 공동체가 보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과 함께 이루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불안한 개인주의를 해결하는 길은 성경 안에 흐르는 위대한 하나님 나라라는 거대담론과 오늘의 내 삶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오늘 교회라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가시적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알 때, 내가 오늘 해야 할 사명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소확행만을 추구하던 ‘가련한 안락’에서 위대한 하나님의 나라의 소명을 발견할 때, 오늘 내 삶 속에 일어나는 작은 일상까지도 의미 있는 사명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