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40주년 인사] 합신 40년의 회상과 소명_정창균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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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총장(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모이는 것과 활동하는 것이 혹독하게 제약을 받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학교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하여 수고와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교단, 총동문회, 이사회, 전국장로연합회, 그리고 어른 선배 목사님들의 애정이 어느 때보다 감동이 되고 감사가 되는 날입니다.
  합신 개교 40주년이 되었습니다. 40년 전 한국교회는 매우 혼란하고 암울했습니다. 그 혼란과 좌절을 분출하는 현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교계의 부패였습니다. 그 부패의 주체세력은 소위 교권이라 불리는 권력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40년 전 한국사회는 국가적 혼란과 사회적 공포가 만연하였습니다. 이 혼란과 공포를 분출하는 현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불의였습니다. 이 불의의 주체세력은 막 출범하려는 군부독재 권력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 상황 아래서 합신이 태동되었습니다. 우리가 속해있던 교단의 교권과 신학교의 학생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조성되었습니다. 교권의 신학교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교계지도자들의 부패가 갈등을 촉발한 원인이었습니다. 그 긴장과 갈등은 마침내 학생들의 물리적 저항으로 이어졌고, 그에 대한 교권의 강경대응은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습니다. 
  마침내 학교의 중추적 역할을 하시던 교수님 네 분이 신학교육자의 양심상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학교육을 더 이상 할 수 없음을 밝히고 각각 교수직을 사임하셨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신 교수님들을 찾아서 학교 밖에서 계속 신학강의를 해주실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교수님들이 학교를 뛰쳐나와 신학강의를 듣고자 하는 이 제자들에게 다시 신학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르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신군부의 서슬 퍼런 권세 앞에 이들이 모여서 신학특강을 가질 수 있는 장소를 선뜻 제공하는 교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당시 강남구 반포동에 있는 남서울교회를 담임하시던 홍정길 목사님께서 교회 교육관을 신학교육 장소로 제공하심으로써 합동신학원이 그곳에서 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합신은 사실상 학생들이 설립한 학교라는 독특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학교를 개교한 이후 곧 이어 군부독재정권의 사회정화 운동의 일환으로 무인가신학교를 정리하고 한 교단에 한 신학교만을 인가하겠다는 방침으로 합신은 다시 존재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이전에 속해있던 교단의 존경받는 어른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합신교단이 창립되었습니다. 합신이 정부가 인정하는 신학교로 존재하기 위한 터전을 만들어서 제대로 된 목회자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충정과 애정에서 나온 결단이었습니다. 학교 개교 40주년이 금년이고 교단 창립40주년이 내년인 연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합신은 학교가 먼저 세워지고 그 학교를 살리기 위하여 교단이 창립되는 희귀하고도 놀라운 특징을 갖게 된 것입니다. 교단의 학교를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정신은 지금까지 40년 동안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40년 전 합신이 창립되면서 외친 것은 “개혁”이었습니다. 뜯어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 성경대로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비난하지 말고 우리 자신이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로 서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40년을 지내오다 보니 합신의 사람들은 대체로 목회현장에서 유행병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이런저런 흐름과 물결에 휩싸이지 않고 나름대로 정체성을 지키며 지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한국교계에서 과분한 공적신뢰와 기대감을 받게 되었습니다.  
  40년 후인 지금, 합신은 이제 공적인 책임을 걸머지고 이 시대 교회의 현장으로 나서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40년 전 우리 스스로도 “망하게 되면 망해야지요!” 라고 말해야 될 만큼 가냘픈 묘목 한그루 같았습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무너져가는 한국교회 한 귀퉁이라도 바치라는 기대를 받을 만한 큰 재목으로 자랐습니다. 합신은 한국 교회 한 모퉁이에서 이렇게 40년 역사를 진행하신 하나님의 의도를 이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나 자신의 개혁에 전념하며 지내왔더니 이렇게 잘 자랐으니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가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합신의 존재의미는 아마도 여기까지 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합신은 지금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합신은 지금 두려운 도전과 놀라운 기회를 동시에 부여받고 있습니다. 합신은 이제 주를 위하여 함께 뭉쳐서 이 시대 교회를 교회답게 하고, 신자를 신자답게 하고, 목사를 목사답게 하는 공적 책임을 함께 감당하는 새로운 역사에 담대히 나서야 합니다. 주를 위하여 함께 뭉쳐서 책임 감당에 함께 나서는 것, 위주동역(僞主同役)! 그것이 새로운 4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