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선생님, 혹시 교회 다니십니까?” _ 김병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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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섬기며

 

“선생님, 혹시 교회 다니십니까?”

 

<김병권 목사 | 더미소교회>

 

그나마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진실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식된 듯해 뿌듯하다

 

지난 2018년 교회를 개척할 장소를 찾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비신자를 자연스럽게 접촉하여 섬기는 작은도서관을 통한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 크게 3가지 조건을 염두하며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첫째, 프로그램 진행시 접근성이 좋도록 교통여건이 좋은 곳, 둘째, 주차하기 편리한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계적 관리가 되는 아파트상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기도하며 찾던 중, 이에 꼭 맞는 기가 막힌 곳을 인터넷 벼룩**에서 발견했습니다. ‘오금역 아파트상가 25평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사실 송파지역을 많이 다녀봤지만 여건에 맞는 좋은 곳은 임대료가 턱없이 비쌌습니다. 싼 곳을 찾아 봤지만 구석진 변두리 지역조차 이런 파격적인 조건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건이면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가에 뭔가 큰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해당 상가를 방문해서 직접 확인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도 없고 사기도 아니었습니다. 광고를 한 세입자를 만났는데 첫눈에도 병색이 완연했는데 정말 기막힌 사연이 있었습니다. 2년 전에 이 상가계약을 했지만 그만 희귀 난치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회복되면 해야지’ 하며 흘려보낸 시간이 2년이었답니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힘들겠다’ 하고 내어놓은 곳을 때마침 제가 발견했던 겁니다.

기존 세입자는 인테리어비가 전부 1500만원정도 들어갔으니 권리금을 1000만원 요구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기도를 했습니다. ‘500만 원 정도로 할인해 주면 기도응답으로 알고 계약하겠다’고 말입니다. 기존 세입자가 2년 전 입주하면서 새롭게 인테리어를 했었지만 문제는 제가 구상하는 공간으로 다시 꾸며야 하기에 기존 인테리어는 사실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 감사하게도 그 세입자가 승낙을 했고 이제 집주인과 계약서만 쓰면 됐습니다. 세입자는 주인과 만나서 빠른 시간 계약서를 쓰도록 중재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잘 아는 지인으로 소개해서 임대료도 올리지 않고 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까지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기 위해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난 후 알고 보니 또 한 번의 기막힌 내막이 있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지난 2년 동안 월세를 내지 않아 건물주에게 명도소송을 당해 이미 패소한 상태였고, 쫓겨날 날만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과 저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모든 사실을 철저히 속였던 것입니다.

기존 세입자가 가계약이 된 사실을 통보하자 건물주는 ‘당신 같은 사람이 소개한 사람이면 절대 계약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이참에 당장 물건을 빼고 상가를 비우라’고까지 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부동산에서는 자신들마저 까마득히 속인 것에 괘씸해하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권리금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니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한편, 기존 세입자는 이 상황에서 내부 집기를 빼면 권리금을 단 한 푼도 못 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저했습니다.

이때 문득 제가 처음 했던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500만 원으로 허락되면 기도응답으로 알겠다’는 기도 말입니다. 물론 기존 세입자가 이렇게까지 속인 것은 분하고 괘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병에 걸리고 그냥 빈손으로 나가야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도 아니고 주님의 교회가 시작되는데 헌금하는 마음으로 권리금 500만원을 그냥 드리자 결단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후 부동산의 적극적인 중재로 건물주와의 오해는 감사하게도 잘 풀어졌고 무사히 계약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잔금을 치르고 계약서를 받는 자리에서 부동산 대표님이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선생님, 혹시 교회 다니십니까?”

사실, 제가 목사라고 말하지 않고 모든 계약과정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상황 가운데 손해보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보면서 믿지 않는 부동산 대표께서도 좋아보였나 봅니다.

제가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절에 다니십니까?’라고 하지 않고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물어본 것에 정말 많이 감사했습니다. 비록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많이 욕먹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그나마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진실되고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인식되는구나 하는 사실 때문입니다. 지금도 늘 그 말이 뇌리에 남아 있고 간혹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선생님, 혹시 교회 다니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