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갈등 가운데 피는 꽃 _ 신권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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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신앙

 

갈등 가운데 피는 꽃

 

<신권인 목사 | 주은총교회>

 

오늘도 살충제가 아닌, 인자와 진리가 함께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고 싶다

 

‘갈등’(葛藤)이란 서로의 다른 주장과 견해와 이해 등이 뒤엉킨 복잡한 관계, 또는 내면의 욕구가 서로 충돌되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 단어 자체로만 보면 ‘칡(葛) 갈’자와 ‘등(藤)나무 등’자로서 칡 나무와 등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본뜻은 칡과 등나무가 엉킨 모양으로 이 두 세력이 만나고 충돌할 때, 이른바 갈등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읊었던 이방원의 ‘하여가’에도 나오는 만수산(萬壽山) 드렁 칡은 7-8월이면 온 산을 점령할 만큼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칡이 유난히 많다. 번식력도 대단하여 이 나무 저 나무 모든 식물들을 닥치는 대로 휘감고는 그 세(勢)를 과시한다. 꽃말은 ‘사랑의 한숨’이란다.

등나무의 타고 올라감이나 뻗어나감도 이에 질세라 접촉하는 모든 것은 그의 그늘이 된다. 등나무의 꽃말은 ‘환영(welcome)’이다. 봄날엔 신부의 레이스처럼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그늘을 드리우며 환영해주는 고마운 나무다. 누군가 잠시 머물다 가겠지만 등나무는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준다. 사랑하는 이에게는 사랑에 흠뻑 취하게 하는 꽃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정말 꽃말대로라면 등나무는 환영하고 사랑에 취하고 싶으나, 칡 나무는 사랑의 한숨을 쉬며 갈등을 겪으며 마치 고슴도치 사랑 같은 갈등의 관계인가? 칡은 오른쪽, 등나무는 왼쪽 방향으로 휘감는 성질이 있어 둘이 같은 나무를 타고 오르게 되면 서로 목을 조르듯 얽히고설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인생사에 비유해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오늘날 현대는 갈등의 연속이다. 개인과 개인은 물론, 나라와 나라 사이에 심리적, 정신적 갈등이 팽배해 있다. 경제적 갈등구조, 권력과 권위의 불평등에 관한 갈등구조 등 인류 역사는 갈등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부모 자식 간, 그리고 부부사이에서 겪는 갈등일수록 그 고통은 배가된다. 인간과 사회, 인간과 신, 인간과 인간의 갈등구조는 원천적으로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반역의 역사와 함께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용서와 치유와 화평을 도모하며 주님을 머리로, 성도는 그의 몸 된 교회의 지체로서 두 나무의 휘감는 속성을 갈등을 일으키기는 관계가 아닌, 어느 곳에서도 어떤 것에도 금새 친화력과 결속력을 발휘하는 두 나무의 속성으로 바라볼 때, 그것은 갈등이 아니라 그냥 칡과 등나무 고유의 관계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작했지만 서로를 향하여 한 몸이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칡을 먹어본 사람은 칡의 고유한 향기와 맛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칡에도 꽃(갈화)이 핀다는 사실을 안다. 등나무 역시 보랏빛 꽃과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모든 식물들에도 나름의 효능과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놀랍다. 이러한 갈등구조 속에서 분명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향기가 있다.

바울 사도는 “너희는 그리스도의 향기요 그리스도의 냄새를 각처에서 나타내는 향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구원받는 자들과 멸망받는 자들 가운데서 하나님께 드리는 그리스도의 향기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죽음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냄새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명에서 생명에 이르게 하는 향기입니다.”(고후2:15)라고 고백한다.

모든 꽃이 향기를 가지고 있듯이 모든 그리스도인들 또한 그리스도의 계절에 향기를 발하고 성령의 바람에 따라 그 향기가 퍼져나가게 하셨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편지요 향기다. 옳고 그름만을 분석하다보면 자칫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충제가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쓴 뿌리와 독초를 뽑아내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 아니라 정원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자칫 쓴 뿌리와 독초만 걷어낸다고 이리저리 파헤치기만 하는 독하고 역한 냄새만을 발하는 살충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 하루도 향기로 살고 싶다. 살충제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고 싶다. 인자와 진리가 함께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향기로 살고 싶다. 갈등의 관계가 한 몸의 관계로 서로를 부등켜안고 남은 삶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