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광훈 쇼크와 한국교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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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광훈 쇼크와 한국교회의 선택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가 참석한 8.15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의 진원지로 나타나 큰 쇼크와 물의를 일으켰다. 전 씨는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교회 신도들을 대거 광화문 집회에 참석 독려했었다. 8월 18일 정오까지 확인된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전 씨 본인과 부인을 포함해 457명에 달하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그동안 이들과 밀접 접촉한 현장에 모여든 전국의 시민들이 각지에 돌아가 새 감염원이 되어 방역 전선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전 씨는 광화문 집회를 이끌며 “광장에서는 코로나19에 안 걸린다”면서 당국의 방역지침에 비웃듯 대항하고 이를 신앙적 극복의 대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러자 교인들이 밀집한 다중집회에 대거 참석해 오래 노출되었다. 당국은 물론 한국교회 내에서도 이런 무모한 행동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 왔고 숱한 경고를 했음에도 비협조로 집회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운집한 군중이 귀가하여 이른바 N차 감염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전광훈 쇼크와 적지 않은 교회들의 방역 대처 미흡으로 ‘교회발 집단 감염’과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방역지침에 최대한 협조하며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레 운영해 오던 한국교회는 심각한 부정적 여론의 난관에 또 봉착하였다. 이에 한교총은 8월 18일 사과입장문을 내고 전 씨의 행태를 비판했고 정부 방역방침에 적극 동참할 것을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방역지침을 두고 당국과 예민한 기싸움과 신경전으로 크고 작은 실랑이를 벌여 왔다. 이런 갈등은 때로는 상호 오해에서 비롯되기도 했고 각자의 입장만 강조하다 각을 세운 결과이기도 했다. 특히 교회는 당국의 방역지침 하달과 협조 요청 과정에서 ‘종교탄압’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어느 때보다 각 교단이나 한교총 등 교단협의체에서 발표하는 성명서도 잦았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보면 성명서가 나올 때마다 그것을 상쇄하듯 교회발 집단 감염이나 소모임 감염 소식 등이 뉴스를 장식한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 교회는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는데 당국이 과잉 대응으로 탄압한다는 논리로 기껏 대응했는데, 정작 허술한 태도로 방역지침을 어기고 교회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니 성명서의 무게에 금이 간 게 사실이다. 이는 몇몇 교회의 일탈이 큰 작용을 했지만 애초에 방역 지침을 무시한 일부 개교회들의 방심이 불러온 일이다.

이미 본 교단 총회신학연구위원회 위원장 김병훈 교수는 ‘교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지해야 한다’는 제하의 글(본보 813호)에서 “교회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지침에 성실히 협조하는 일은 교회가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일”이라며 “이러한 기회에 시민적 선을 잘 준수하고 영적 선을 도모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의 영광을 나타내야 한다”고 강조한 적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교회가 하지 말 일을 언급하며 “가장 염려스러운 반응은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가 종교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이며 “이것은 교회가 행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했다. 그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데에 있지 않기 때문이며 당국이 이 일에 나태 무능하다면 오히려 책망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보호할 시민의 안녕과 사회 일상의 회복 안에는 교회의 예배활동의 안전한 보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교회는 정부가 행하는 시민적 선을 위한 행정상의 임무와 실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고 이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일이며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일이며 선교적으로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교회가 정부나 지자체의 담화나 권고에 대해 반발하고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예배집회를 강행하여, 감염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혹시라도 발생한다면, 교회는 이웃 사랑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것일 뿐더러, 포괄적 의미에서 이웃의 생명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의 감염의 문제는 교회에게만 해당되거나 교회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이런 권고를 소상히 소환한 것은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재삼 새겨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어느 한 교회나 단체의 실수나 일탈이 한국교회 전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대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적어도 김 교수의 위의 권고들을 절실히 수용했더라면 빈발하는 교회발 감염사태나 전광훈 쇼크까지는 오지 않았으리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저버리는 그 어떤 이념이나 목표도 정당화 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선교적 실익도 전혀 없이 장벽만 세울 뿐이다. 전광훈 쇼크는 그것을 웅변한다. 한국교회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 봐야 한다. 당장의 자존심 계산과 세력 증명에 몰입하기보다 어떻게 선제적 능동적으로 방역에 협조하여 신학적, 신앙적, 선교적으로도 정당성을 얻고 우리 사회를 섬기며 선도할 수 있는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할 것인가. 이것이 진정한 주제이고 한국교회의 선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