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씀에 대한 책임을 일깨우는 강도사 고시

0
131

사설

 

말씀에 대한 책임을 일깨우는 강도사 고시

 

 

지난 6월 16일, 강도사 고시가 예년과 같이 치러졌다. 그 결과 총 응시자 85명 중 57명이 고시를 통과하였다. 고시 과목인 논문, 과목시험, 면접은 목회자의 소명과 자질을 살피는 것이나, ‘강도사’라는 명칭은 교회에서 설교할 수 있는 공적 자격, 곧 강도권이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말씀 사역자의 탄생을 위하여 생의 여정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를 드리며 차제에 사역자가 맡은 말씀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설교에 대하여. 본문 해석과 적용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설교는 설교한 대로 사는 목회자 자신’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메시지의 내용과 메신저의 삶이 일치할 때 신뢰가 쌓여간다. 교회의 말씀 사역자는 교사, 목사, 신학자로서 성경지식과 신학지식을 내면화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설교와 관련하여 부각되는 이슈가 있다. 먼저는 전도 설교이다. 설교자는 구도자와 불신자에게 복음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뉴욕의 한복판에서 불신자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팀 켈러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성도가 아는 사람을 교회로 인도하면 설교자가 그 사람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방법은 전형적인 전도법이다. 다음은 표절문제이다. 급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설교를 자기 것인 양 사용하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실력을 키우면서 부족하더라도 처음부터 자기 설교를 하기로 작정해야 한다. 처음에 습관을 잘못 들이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다. 종래에는 교회를 시험에 빠뜨리고 자신의 사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다.

둘째, 경건에 대하여. 사역자의 경건이 가지는 중요성은 이를 무너뜨리려는 사탄의 집요한 공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건은 목회자의 마지노선으로 이것이 무너지면 목회자의 메시지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공격은 주로 유혹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유혹이 목회자를 피해가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님도 시험에 빠지지 말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지 시험이 오지 말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시지 않았다. 각종 미묘한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그 유인을 제거하거나 멀리하고 깨어 기도하기를 더욱 힘씀으로 승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한 설교하는 일에 앞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일이 중요하다. 설교를 위한 성경 연구에 앞서 나를 살리는 묵상, 하나님을 만나는 기도가 있어야 한다. 경건은 좁은 의미의 하나님과의 관계 이상이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하나님 앞에 거룩하며, 세상을 본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포함한다. 경건은 설교자를 붙들어주고 성장시키는 능력이요 설교에 탁월성을 부여하는 자원이다. 목회자는 우선순위에서 경건을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세계관의 확립에 대하여. 기독교 진리는 순전한 진리일 뿐만 아니라 온전한 진리이다. 상대주의적인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를 제시하고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세상을 바로 보고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창조와 구속의 안목을 제공한다. 이러한 세계관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독서가 필요하다. 성경 말씀에 비추어 숙독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할 때 세계관의 초석인 구속의 드라마와 개혁주의 교리를 통하여 우리는 과거 구속사건에 대한 믿음, 살아계신 하나님께 대한 현재적 사랑, 그리고 종말의 완성을 바라보는 소망의 안목을 갖게 된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과거의 구속사를 아우르고, 당대에 주시는 말씀을 대언하며, 그리스도의 나라를 예언한 것과 같다. 이러한 세계관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이것이 ‘한 손에는 성경, 다른 손에는 신문’이라는 말의 취지일 것이다. 말씀 사역자는 성경적 세계관을 통하여 교인이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적실한 말씀을 통하여 역동적인 복음 진리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이다.

설교자가 교회에서 전하는 말씀은 성경에 근거한 객관적인 진리요,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표준적인 진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인 진리는 설교자의 믿음과 삶과 사람됨을 통과하여 가장 ‘개인적인’ 메시지로 전파되어야 한다. 이 개인적인 메시지는 말씀으로 교회를 신실하게 섬길 때 더욱 풍성해진다. ‘한 사람의 성도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회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말씀 사역자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는 좋은 설교자를 구하는 노력 이상으로 좋은 목회자를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 올해 강도사 고시 합격자들이 모두 시대적 사명을 힘있게 감당하는 말씀의 사역자가 될 수 있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