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꽃구름 속에 _ 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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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

 

꽃구름 속에

 

                               박 두 진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히
불어오라

복사꽃 살구꽃
화안한 속에
구름처럼 꽃구름 꽃구름
화안한 속에

꽃가루 흩뿌리어
마을마다 진한
꽃향기 풍기여라

추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겨우내 움치고 떨며
살아 나온 사람들……

서러운 얘기
서러운 얘기

까맣게 잊고

꽃향에 꽃향에
취하여
아득하니 꽃구름 속에
쓰러지게 하여라

나비처럼
쓰러지게 하여라

 

박두진 시인(朴斗鎭 1916-1998)은 정지용의 추천으로 1939년 문장지에 <묘지송 墓地頌>을 발표하며 등단 청록파의 일원으로서 자연과의 교감을 노래하다가 이후 기독교적 신앙과 사상을 바탕으로 민족과 사회의 현실 및 인간의 존재성을 통찰하는 지조 높은 시 정신을 보여 주었다.

이 시는 일제 강점기 말 대표적 문학지 “文章(문장)”의 폐간호(1941년 제3권 제4호)/문장사)에 발표된 작품이다.(박두진은 이후에도 일제의 감시를 피해 숨어서 한글로 시작(詩作)을 이어갔다). 추위와 같았던 일제의 고난을 뚫고 봄이 오듯 다가올 민족의 새 소망을 애써 즐겁게 대중적인 언어로 노래한다. 가곡 가사로 붙여져 더욱 친숙해진 시이다. 코로나19와 안팎의 고난으로 지친 지금도 큰 위로를 준다. 경기도 안성에 박두진 문학관이 있다.

<박두진 시인 연보>

♥1916년 경기 안성 출생. 1939년 문예지 <문장>으로 등단♥1946년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시집 <청록집> 출간 청록파로 불림♥1949년 시집 <해> 출간♥1956년 아시아자유문학상 수상♥1973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정교수♥1976년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1984년 <박두진전집> 출간♥1998년 타계

 

문장(文章) 폐간호
시 ‘야생대’ 초고 육필
청록집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