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사태로 나,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며 _ 박병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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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사태로 나,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며

 

<박병선 목사 | 동부교회, 총회 서기>

 

어려운 때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변화된 목회 환경에서

교단적인 목회방안이 마련되어야

 

코로나19 사태는 성도들이 교회에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식탁 교제를 나누며 지키던 주일 성수의 아름다운 전통이 깨어지는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누리던 신앙생활의 일상이 깨어지면서 목회자 자신뿐만 아니라 기존의 성도들에게도 그것으로 말미암은 당혹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앞으로 교회 안에서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이루어 갈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도를 찾지 못한 채 한 주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실시간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는 다행이지만 장비가 없어서 그것마저도 어려운 교회와 성도들에게는 교회 안에서의 신앙생활에 단절감을 느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하나님께 묻게 됩니다. 역사를 운행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고 싶으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묻다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인 암흑기 때에 구약의 말라기 선지자를 통해서 말씀하셨던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너희가 내 제단 위에 헛되이 불사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 내가 너희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너희가 손으로 드리는 것을 받지도 아니하리라”(말1:10)

이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오늘날 우리가 드리는 예배를 받으실 수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과 우리의 드리는 예배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말라기 당시의 제사장들처럼 오늘날 목회자인 우리들 역시 주의 이름을 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말1:6).

신학적인 지식은 선배 목사님들보다 조금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목회자들의 윤리 문제와 교회 재정 사용의 잘못된 관행 문제, 뿐만 아니라 선배 목사님들에 비해 부끄럽기 그지없는 영적 고갈 상태의 문제 등등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역량이 한없이 부족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말라기 시대에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하던 제사장들의 문제처럼 결국 목회자들인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예배와 관련하여 우리 목사들이 진정 하나님이 기뻐 받으실 만한 예배를 드리는 예배자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성도들을 진정한 예배자로 세워가고 있는지 생각하면 부끄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주일 마다 모여 예배는 꼬박꼬박 드리는데 그 예배가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간절히 사모하면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습관을 좆아 형식만 갖춘 예배를 드리면서 인간적인 부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온전한 의식의 예배(cult)는 삶의 예배(life)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에 성도들이 일상에서 말씀의 삶을 온전히 살아 갈 수 있도록 말씀을 맡은 우리 목사들이 먼저 말씀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성도들을 말씀으로 무장시켜 주는 사명을 잘 감당할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우리 목회자들이 강단의 영성을 회복하고 말씀이 성도들에게 힘 있게 들려지도록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하는 일, 그리고 초대 교회 사도들처럼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사역에 힘쓰리라”(행6:4) 결단하는 일이 교회 모든 문제 해결책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매일을 하루 같이 열심히 손을 닦고 위생을 철저히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영적인 건강과 생명의 활성화를 위해서 매일을 하루 같이 이렇게 살았으면 엄청난 영적인 변화와 생명력으로 충만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악이 창궐한 이 마지막 때를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죄의 감염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영적인 손 씻기, 영적인 마스크 쓰기, 죄와 거리두기 운동을 나 자신부터 힘쓰면서 이런 영적인 운동을 펼쳐 가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모두 이 어려운 때를 맞이하여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하고 바로 서는 것과 함께 코로나 이후 변화된 목회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도들을 양육할지 교단적인 목회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긍휼히 여기사 우리를 치료하시고, 회복시켜 우리 모두가 하나님나라를 누리며,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일에 귀하게 쓰임 받는 복을 누리게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