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산 책
단풍 숲에서
아내와 아들의 뒤를 따라가는데
구멍 뚫린 낙엽 한 장 말을 건넨다
상처 난 몸을 햇살 쪽으로 뒤척이고는
어렵사리 바스락,
하며 꽤 아프다고 한다
그래, 너도 한때의 초록을 그리며
나무의 긴 월동을 위해
이 낮은 지점에 도착했구나
너를 주워 책갈피에 넣으면
그 흔한 낭만은 되겠지만
잠시 바라보다 떠남이
내 겨울을 지피는 불빛일 듯해
그냥 두고 일어선단다
숨죽여 고운 아픔들을 밟으며
가을이 저물도록
가족 산책을 지탱한다
그늘 속에서 눈부신
무언가를 본 듯도 하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