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회 총회 참관기 _ 1
하나님의 집 세우기
– 총회 총대의 책임감에 대하여
<변재웅 목사 | 송내중앙교회>
난제라 해도 불가피한 논란의 과정을
꿋꿋이 헤쳐 나가는 것이 총대들의 책무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집을 맡은 아들로서 그와 같이 하셨으니 우리가 소망의 확신과 자랑을 끝까지 굳게 잡고 있으면 우리는 그의 집이라”(히 3:6)고 하는 말씀은, 보면 볼수록 놀라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 ‘하나님의 집’을 상정해 놓고서, 지난 104회 총회 현장을 되돌아보며 총대로서의 책임을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세워 가시는 집이 하나님의 나라요 곧 교회인 것임을 생각하면, 교단의 총회도 ‘하나님의 집’이 지어져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은 ‘기초’위에서 세워집니다. 그 토대, 그 기초는 변할 수 없는 것에 속합니다. 언제나 그대로여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전 3:11)고 하여 ‘하나님의 집’ 터를 명시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각각 어떻게 그 위에 세울까를 조심할 지니라”고 하며,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 위에 세우면, 각 사람의 공적이 나타날 터인데 그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이니라”(고전 3:12, 13)고 하였습니다. 즉 그 터 위에 어떻게 세우는가 하는 점도 집 세우기의 본질에 관련된 문제임을 지적한 것입니다.
총회 총대의 책임도 바로 이 집 세우기를 전제로 할 때에 뚜렷하게 부각(浮刻)되지 않나 싶습니다. 전국 노회에서 올라온 헌의안의 처리와 각 상비부와 특별위원회의 업무를 다루는 모든 총회 일정은 ‘각각 어떻게 그 위에 세울까’를 고민하고 협의하는 과정이고, 그 가운데서 총대들은 ‘그리스도의 터 위에 세워지는 하나님의 집’의 형상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연약한 그릇을 사용하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의 섭리 하에서 그 두려운 책임감을 무한한 감사함으로 받드는 것이 총대의 직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는 면도 많지 만은요!
그 책임감이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상황들이 총회의 과정 중에 늘 일어납니다. 집의 ‘기초’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작금의 ‘변화’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들이 다루어 질 때입니다. 논의가 오갈수록 갈등 구조가 첨예해 지고 긴장감이 더해 져서 부담감을 증폭시킬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해 충돌로 인한 갈등은 그 실마리도 이해관계를 통해 풀어내지만, 이 영적 차원에서의 갈등은 쉽사리 실마리를 풀어낼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난제라 해도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논란의 과정을 꿋꿋이 헤쳐 나가는 것이 총대들의 또 다른 책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그 책무의 진정한 과제는 과연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중심을 견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총회를 마친 후에 더 크게 책임감이 느껴져서 그 책임감의 정체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론 총회에서 결의된 각 사안들을 수행할 총대로서의 책임감이 우선적으로 당연히 거론되어야 하겠지만, 또 달리 책임감을 가져야 할 부분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헌의안과 함께 각 상비부와 특별위원회의 안건들 중 상당수는 총대들의 결의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중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안들도 있는데, 수년 동안 위원회와 상비부가 논의하여 상정한 안건도 본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그 부결 안건과 관련된 상비부나 위원회에서는 상정된 내용의 본의(本意)를 참작하여 본 교단의 ‘하나님의 집 세우기’에 적법하고 유익하게 활용하는 것도 총대의 또 하나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끝으로 총대의 책임감과 관련해서 꼭 짚고 가야할 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총대는 말 그대로 노회를 ‘대표’하는 신분과 입장이라는 점에서 각별히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코 개인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비부나 위원회 활동뿐만 아니라 본 회의의 과정에서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총대들의 무단이탈이야말로 우리 교단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총회 전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쌓여 가는 부담감은 모든 총대들에게 공통적인 어려움이라고 여겨지는데, 그 부담감이 책임감과 균형 있게 총대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면 경직될 수 있고 때로는 무의미하게까지 여겨질 수 있는 총회의 분위기를 신선하게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봅니다. 총회를 섬기는 총대들의 책임감이 ‘하나님의 집 세우기’에 밑거름이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