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04회 총회를 돌아보며

0
105

사설

 

제104회 총회를 돌아보며

 

전북노회와 전주새중앙교회의 헌신적 섬김으로 더욱 따뜻했던 104회 총회는 여러 모로 많은 진전을 보였다. 의장의 회의 진행이 적절하고 원활했고 토의 과정도 예년에 비해 더 침착하고 관대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였다. 획일적이지 않은 발언과 발언자의 다양함도 진일보한 부분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억변도 줄었고 중간 중간 원로들의 적절한 도움말도 새겨들을 만했다. 부분적이지만 전자투표를 시행하여 편의성과 시간 단축의 유익을 준 것도 내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첫 날 회의를 마치고 로비에서 가진 밤중의 음악회는 위로와 격려가 되는 참신한 발상의 결과물이었다.

본보는 지난 103회 총회에 즈음하여 779호 사설에서 총회 회의 과정의 성숙을 염원하며 논의의 효율성과 성숙을 위해 절차상 다각도의 시간 단축이 필요함을 역설한 바 있다. 이번 총회는 이런 면에서 많은 노력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답보적이라 아쉬운 면도 없지 않다. 개회에는 228명이 참석했으나 폐회 때는 150여 명만 남아 있었다는 점도 여전히 우리의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각부 조직 및 사업보고들은 무난히 시간을 아껴 진행됐지만 정작 정치부 헌의안 결의를 포함한 마지막 날의 속회는 또다시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발언이 진행될 때 “시간이 없습니다” “정치부 보고가 있는데 빨리 진행합시다” 등의 진행 발언이 나온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큰 갈등 없이 잘 이루어진 회의였지만 작년에 이어 아쉬운 부분은 사회인권위원회의 보고 시간이다. 사회인권위원회의 귀한 활동과 노력들은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국적으로 매우 민감한 부분을 다룰 때는 충분한 의견 나눔이 필요한데 늘 시간에 쫓기는 회의 끝부분에 순서를 갖는 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회인권위원회 보고 내용에는 지난 10월 3일에 열린 ‘한국교회 기도의 날’ 참여 허락 결의의 건이 있었다. 기도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총대들은 이조차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올린 건에는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통곡한다”는 취지문과 “대통령과 정부에 묻는다”는 일면 성명서 성격의 질의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 안에 담긴 현 시국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 항목들은 공감되는 면도 있으나 정권에 대한 이념적 규정은 사회 내에서도 그렇고 합신 교단 전체 회원들의 합의를 받은 바 없으며 실제로 의견이 분분한 부분이다. 이를 반영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꿈꾸는 대통령’이라 일방 규정하며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표현이다. 일반 정치단체에서 그렇게 했다면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 교단이 그것도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한 위원회가 단정적 표현을 써서 첨부하여 제시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큰 사안이다.

이런 면 때문에 총대들은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정말 정치색 없이 순수한 기도회인가를 여러 번 확인하여 질문하였고 위원장은 설교도 없고 순수하게 찬송과 기도만 한다고 확언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좋으나 지교회에 문서로 협조를 구하여 기도회 시간을 가지면 되고 기도의 날을 만들어 참여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몇 총대는 사회인권위원회의 생각을 전체의 것으로 만들지 말라고 요청하고 첨부한 취지문과 대통령과 정부에게 보내는 질의서 부분을 제외하고 기도의 날에만 참여 허락하자고 했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은 없는지도 묻고 타교단과 합류하는 집회 성격의 기도회는 순수함을 못 믿겠다고까지 하였다. 이런 중대한 논의들이 촉박한 시간에 이루어지니 좌중에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결국 표결에 들어가 사회인권위가 상정한 첨부자료 취지에 동의하며 기도의 날 행사에 참여 허락한다는 원안은 9표, 기도의 날 자체를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이 39표, 취지문과 첨부자료를 빼고 순수한 기도회라는 조건으로 기도의 날에 참여 허락한다는 의견이 92표가 나와 이 안이 최종 결의되었다.

아무리 의미 있고 긴급하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도 총대들과 전국 교회의 보편적 합의가 없다면 추진할 수가 없다. 더욱이 교단의 이름으로 어떤 중차대한 일에 참여할 때는 전체 회원들의 면밀하고 침착하며 충분한 의견 수렴의 시간과 과정이 필수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103회 총회 때도 긴급동의안으로 결의된 총회선언문이 현장에서는 통과되었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104회 총회를 기점으로 답보는 없고 진전이 있는 총회가 되며 합신이 본래의 궤도에서 보편 다수의 의견을 잘 반영하며 분란이 없기를 바란다. 문수석 총회장이 취임사에서 역설한 대로 화목하며 기본에 충실한 이후의 여정이 되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