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800호 열차
햇빛과 폭우가 교차하는 계절의 끝에 가을은 열린다. 그렇게 여름을 뚫고 나온 얼굴이 보인다. 기독교개혁신보 800호 열차이다. 바퀴가 매우 뜨겁다. 800개의 객차를 달고 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 혼란한 다원주의 시대, 악인의 형통함을 보거나 역사적 큰 사건들을 겪을 때 두려움이 엄습한다. 우리가 붙들 것은 무엇인가. 부조리한 사회와 실망스런 한국교회의 단면에 혹은 탈진하고 혹은 잔뜩 풀이 죽은 우리네 자화상을 보며 잠시 정차하여 숨을 돌린다.
로이드 존스가 하박국 강해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혼돈의 복판에서도 한 번은 자신을 돌아보는 정돈의 시간을 갖는 것. 고통하며 흔들리는 때일수록 영원하고 절대적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두려움을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언제나 우리가 붙들 것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말씀의 원칙이다. 우리를 강하게 하는 것은 확실한 진리들, 개혁사상의 금과옥조들이다. 견고하여 흔들림 없는 신앙과 삶은 비록 더딜지라도 이루시는 주님의 때를 기다리며 열심을 품고 직진해 가는 것이다.
불가해한 의문과 혼란도 있지만 그냥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폭풍 중에 욥이, 아둘람 굴의 다윗이, 로뎀 나무 아래 엘리야가, 빌립보 감옥의 바울이 그랬듯이 결국 주의 말씀을 동력으로 찬양의 기적 소리를 울리며 나아감이 우리의 자세이다.
그동안 힘차게 달려오며 검게 그을리고 비바람 맞은 흔적이 기독교개혁신보 800호에도 선명하다. 그래도 많은 격려와 기도로 힘을 얻어 풍풍 연기를 내뿜으며 씨익 웃고는 다시 발동을 건다.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로 속도를 높인다.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즐거워 달리는 행로이기를 바란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친 후 더욱 굳은 땅 위를 단단하게 내달리는 신문이 되리라. 우리는 풍성한 계절로 간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