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강| 개혁주의 교회는 ‘팀 켈러’로부터 무엇을 배울까? _ 고상섭 목사

0
192

여|름|특|강

* 최근에 주목받는 리디머(Redeemer)교회 팀 켈러(Timothy J. Keller) 목사의 목회 철학을
들여다보고 개혁교회가 받을만한 교훈과 적용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 주

 

개혁주의 교회는 ‘팀 켈러’로부터 무엇을 배울까?

 

<고상섭 목사 _ 그사랑교회>

 

<글 싣는 순서>

  1. 복음의 상황화
  2. 문화의 상황화
  3. 따뜻한 개혁주의

 

팀 켈러는 단순한 교리적 진술을 넘어 그것을 성도들의
삶으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상황화로 이끈다

복음은 죄인이지만 사랑받는 자임을 깨달아 겸손과
담대함으로 균형 잡힌 사람이 되게 한다

복음은 자아정죄로부터 자유하게 하고 자신을 향한
타인의 비판에도 무너지지 않게 한다

 

  1. 복음의 상황화

 

<시작하며>

2011년 뉴욕을 방문 했을 때, 리디머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두 가지가 인상 깊었다. 첫째는 열악한 학교 강의실 같은 곳에 젊은이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그 당시 리디머교회는 네 곳으로 나누어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내가 간 곳은 학교 강의실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 곳이었다.) 둘째는 예배의 방식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이 많은 교회여서 무언가 색다른 예배를 기대했었는데, 흔히 보는 검은색 피아노로 익숙한 찬송가 2곡을 불렀고 나머지는 팀 켈러 목사의 설교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말씀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예배드릴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출신들은 목회를 못 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시류와 영합하지 않는 개혁주의 신학을 지키는 목회는 대중성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 농담 속에는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팀켈러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교수을 엮임할 정도로 개혁신학에 투철한 사람이다. 음악과 화려한 세션이 없어도, 영상과 멀티미디어가 없어도, 하나님의 말씀만으로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팀 켈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개혁주의 교회가 팀켈러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몇 가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복음의 상황화이다. 개혁주의 신학에 투철하지만, 회의주의가 만연한 뉴욕의 한 가운데서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신학을 사역의 현장으로 연결시키는 복음의 상황화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많은 목회자들이 놓치는 것 중의 하나가 ‘신학적 비전’(Theological Vision) 이라고 말한다. ‘신학적 비전’이란 교리적 기초와 사역의 현장 사이에 있는 중간 지점으로 교리적인 확신을 어떻게 사역의 현장에서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나오는 관점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교리와 실천의 중간 영역을 간과하고 있다. 이 중간의 공간은 우리의 신학과 우리의 문화를 깊이 성찰하는 공간으로, 이를 통해 우리의 사역모습이 결정된다. 이것은 단순한 교리적 신념보다 훨씬 더 실천적인 것이며, ‘이렇게 사역하라’는 방법론들보다 훨씬 더 신학적인 것이다.”

교리적 기초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 사역의 현장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사역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교리적 기초를 사역의 현장으로 연결시키는 중간단계 바로 ‘신학적 비전’이다. 이 신학적 비전을 상황화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팀 켈러는 단순한 교리적 진술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성도들의 삶으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상황화를 보여준다.

팀 켈러는 “복음은 좋은 충고가 아니라 좋은 소식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복음은 우리가 행하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무엇이며 우리가 반응해야 하는 무엇이다.”

왜 복음은 우리가 행하는 무엇이 아닌가? 그 이유는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한 죄인이기 때문에 구원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또 복음은 왜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무엇인가? 인간이 무지하고 또 죄로 물들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신 그리스도께서 무기력한 인간을 위해 무엇을 행하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리적 진술을 팀 켈러는 정체성(Identity)의 문제로 연결시킨다. 왜냐하면 현대인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과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행하셨다는 두 가지 인식으로 구성된다. 즉 내가 죄인이라는 깊은 자각이며,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사랑받는 존귀한 자라는 인식이 동시에 생기게 된다. “복음의 능력은 두 가지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첫째, 나는 내가 감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한 죄인이고 허물 많은 존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둘째 “나는 내가 감히 바랐던 것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용납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복음이 주는 이 두 가지 인식은 나를 ‘겸손’하면서도 ‘담대한’ 사람이 되게 한다.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 겸손할 수밖에 없고, 또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기 때문에 담대하고 존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자질이 아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은 담대할 수 없다. 또 자신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겸손하지 못하다. 그러나 복음은 죄인이지만 사랑받는 사람임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겸손과 담대함을 동시에 가지는 균형 잡힌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다.

복음의 정체성은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 자신을 신뢰하거나 의지하지 않는다. 자신 안에 어떤 것도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완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우리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런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준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설명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10)라고 말했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자’인데 좌절하거나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의가 아니라, ‘모든 것을 가진’ 그리스도의 의와 사랑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복음이 말하는 참된 자유>라는 책에서 복음을 상황화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아니하노니 내가 자책할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나 이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심판하실 이는 주시니라”(고전 4:3~4).

바울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또 자기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아니하노니’(3절)라고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힘들게 사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을 좌절하게 하고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복음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보시느냐 하는 것이다. 복음은 자기 자신이 자신을 생각하는 정죄로부터 우리를 자유하게 한다.

더 나아가 팀 켈러 목사는 복음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판할 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비판 앞에서 쉽게 무너지고 격노하는 이유는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그 사람의 평가보다 더 높게 생각하는 교만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를 들으면 화가 나거나 무너지게 된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비판이 힘들지만 우리를 더욱 겸손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비판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나의 정체성은 죄인됨이라는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나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팀 켈러 목사는 복음을 단지 교리적 진술로 가르치지 않는다. “좋은 충고가 아닌 좋은 소식이다.”라는 말로 시작하여, 내가 행하는 무엇이 아닌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하여 행하신 무엇을 믿는 것임을 설명하고, 복음의 정체성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자아상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관계의 문제까지 복음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오늘날 사회는 행위와 능력에 따라 사람을 판단한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압력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정체성의 문제로 선포되는 복음은 삶의 모든 관점을 변화 시켜주는 동력이 된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는 복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복음을 바르게 알려 주지 못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복음을 전하지만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많은 이 시대의 목회 현장 속에서 팀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The Gospel changes everything.”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 시킨다!

 

* 고상섭 목사 _ 합신 졸업. 제자훈련연구소, CTC korea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