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안양호스피스선교회 – 김승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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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생의 마지막을 돌보는 호스피스 사역의 현장

 

안양호스피스선교회

<김승주 목사 _ 참빛교회, 안양호스피스선교회 회장>

 

 

문 _ 호스피스의 의미에 대해 말해 달라.

답 _ 흔히 ‘인생을 비행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륙은 탄생이고. 착륙은 죽음이다. 그런데 비행에는 마(魔)의 11분이 있다고 한다. 이륙은 3분이 위험하고, 착륙은 8분이 위험하다고 한다. 순조로운 탄생을 위하여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 그래야 한다. 그런데 죽음을 위해서는 거의가 무방비 상태이다. 어느 때 보다도 많은 도움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죽음의 현실은 평상시의 존엄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인생은 짐을 지고 걷고 있는 나그네. 그런데 생애에서 가장 무거운 짐은 죽음이다.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이 짐을 나눠 지자는 운동이 곧 호스피스 운동이다. 한 두 사람이 모여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인간은 전인적 존재이니만큼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으로 그리고 특히 영적 존재로써 고통을 느낀다. 그런 면을 고려하여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요원으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그리고 성직자와 자원봉사자이다. 이들도 모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인 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자원봉사자들도 전문자원봉사자라고 불린다.

 

문 _ 호스피스 사역을 영적 돌봄이라고 표현하는 뜻은 무엇인가?

답 _ 호스피스의 성경적 모델은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1) 최악의 위기 (2) 최선의 돌봄 (3) 끝까지 함께 하는 정신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호스피스 돌봄의 궁극 목표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의 평안이다. 이 평안은 종교적 돌봄을 통해서만 얻어 질 수 있다. 영적 돌봄을 정서적 돌봄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서적 돌봄은 일시적 감정의 안정이며 이를 위해 예술이나. 취미 활동. 대체 요법 등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영적 돌봄은 영적 존재로써 가지는 본질적인 욕구 즉 ‘의미 추구’나 ‘희망’ 등과 관련 된 고통이기 때문에 호스피스 돌봄의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1) 지난날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2) 미래의 확고한 보장이 이 평안을 가능케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복음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또한 호스피스는 ‘교회의 본질적 사역’(히2:15. 엡1:23)이며, 간접 경험을 통하여 ‘자기 죽음을 연습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많은 연습을 하게 된다. 우리 생애에서 죽음만큼의 부담이 큰 사건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간접적으로라도 수시로 연습을 해 두어야 할 것이다.

 

문 _ 호스피스 사역의 동기와 현재까지의 과정을 소개해 달라.

답 _ 35세에 극적으로 주님을 만난 후, 바람 부는 대로 살아가던 지난날에 대한 깊은 후회와 통곡의 터널을 지난 후, 새 삶을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보은(報恩)의 여생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학의 문을 두드렸다.

막상 교회를 개척하고 나니 힘(?)이 될 수 있는 성인보다는 아들 딸 친구들이 중심이 된 중학생 교회가 되었다. 솔직히 실망스런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어느 날 “새싹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생각이 없느냐”하는 성령님 감동의 권고를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정말 잘 사는 것은 섬김의 삶이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치기 위하여 양노원. 고아원. 헌혈차 유치 등 사회적 약자를 몸으로 섬기는 봉사를 가르치기도 하였는데 그들 대부분이 대학생들이 되고 보니 ’자신들에게도 직접적 의미‘가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를 놓고 기도 중에 ‘샘물호스피스’를 알게 되었다. 나부터 봉사자 교육(4기)을 마치고, 교육비를 대납해 주면서까지 전교인 교육을 이수토록 하여(5, 6기) 약 3년 정도 봉사를 다니는 중. 안양메트로병원 측으로부터 ‘협력사업’을 제의받게 되었다. 이에 안양지역 기독교인들의 연합체를 결성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1년째 섬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봉사단체의 로망이라고 할 사단법인격을 취득하였다.

 

문 _ 사역 중의 은혜와 경험들을 나눈다면?

답 _ 기독교 봉사자들이 오고 가는 것까지도 거부감이 컸던 수학교사 출신의 환우가 있었다. 묵묵히 목욕, 안마, 마사지 등 헌신적인 섬김의 길을 걷는 봉사자들에게서 감동을 받기 시작하였고, 매일 드리는 예배로 본격적으로 마음의 문도 열리기 시작하여 어느 날 세례를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신앙고백을 확인한 후, 세례받기 하루 전, 마침 방문한 자녀들에게 세례 사실을 알리자 가정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펄쩍 뛰었다. 이에 선생님은 자녀들에게, “고맙구나!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게. 미안하다.”하심으로 그동안 땀 흘려 수고해 온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장례까지 치러 드린 후엔 가족들로부터 “생각이 짧았었다.”며 미안해하는 인사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인생의 종착점이라는 것을 인식하여 잔뜩 굳은 얼굴로 입원하신 분(대부분이 그러함)이 봉사자들의 따뜻하고도 헌신적 섬김에 마음의 빗장을 풀고 “당신이 전하는 복음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수준이 되었다. 주님을 영접한 후, 늘 밝고 명랑하게 지내던 어느 날 “목사님! 저 먼저 가요. 뒤 따라 오세요! 천국 문에서 기다리다가 맨발로 달려 나와 목사님을 환영할 거예요” 하시던 일도 있었다. 부정적 수용을 긍정적 수용으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 호스피스 영적 돌봄의 목표이고 큰 보람이 있다. 호스피스병동은 영적 최전선이다. 병원의 경우. 하루에 한두 분은 떠나는 곳이니 우회적으로 돌려서 설교할 마음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 종말론적 설교도 직설적으로 전하면서 두려운 죽음의 정면 통과를 돕고 있다. 한번은 설교를 마치고 돌아보며 인사를 드리는데 어느 분이 “목사님! 오늘 말씀하신 천국과 지옥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천국을 생각하면 설레네요.”하시기도 했다.

이혼 한 부부가 있었다. 세례까지 받게 됐는데 그 하루 전 그분에게 “세례도 받게 되었으니 이혼한 부인도 이젠 용서하시고 이 세례식에 부르면 어떨까요?”하고 의중을 물었다. 그는 화를 버럭 내며 “세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진정을 시키고 세례는 진행하였다. 그 후, 시간 나는 대로 그와 진지한 대화도 나누면서 “이 세상일이란 결국은 소꿉장난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날이 저물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밥 먹고 자야 하는 데 낮에 소꿉장난 때의 일을 마음에 간직하고 집으로 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했다. 그러자 그 말에 공감하는 것 같았고, 후에 아들의 중재로 이혼한 부인이 찾아와서 서로 울며 용서하고, “미안했다.”며 화해했다. 장례를 치른 후 부인으로부터 화해케 도와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기도 하였다.

 

문 _ 향후 사역과 계획은 무엇인가?

답 _ (사) 안양호스피스선교회 섬김의 장 (의법) 메트로병원과 함께 로뎀나무 쉼터가 있다. 형태는 주간 보호 및 단기 보호센터이다. 사역 초기에 통증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급히 입원하기 전까지는 병동 입원을 꺼리면서 대책 없이 방치되어 있다가 응급차에 실려 오곤 하는 것을 보면서 호스피스 취지 상 치유 불가를 선고받은 직후가 사실상 정신적 충격이 더욱 큼으로 돌봄의 손길이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했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건립 모금운동을 전개하여 경기도 화성에 전원주택을 마련하였다.

지금 국내 호스피스병원 재원일수가 평균 20여일이다. 호스피스를 잔여 여명이 6개월로 본다면 나머지 5개월은 어디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정리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인가? 거의 대책 없이 방치되는 실정이다. 로뎀나무는 이런 분들을 위한 쉼터이다. 죽음을 수용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로뎀나무와 같은 독립시설(쉼터)를 이용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매일 예배가 있고 이용료는 무료이다.

 

문 _ 한국 호스피스 사역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자면?

답 _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첫째, 과거를 돌아보면 내가 호스피스 운동에 참여하던 1995년도 즈음에는 말이 비슷하여 ‘호스티스 선교냐?“하던 분들도 있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척자적 안목을 가진 분들의 희생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것이 호스피스 사역이다. 일찍이 이 운동에 뛰어 든 분들이 우리 교단에서는 원주희 목사님. 김환근 목사님 등이 계시다. 지금은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분들의 모임인 한국호스피스협회 산하기관이 약 100개에 이르고 있다.

둘째, 현재를 말하자면 그동안 각종 세미나. 공청회. 홍보 매체 등을 통하여 호스피스 운동의 저변화를 위해서 노력하였고 그 결실을 보아 2015년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으며 요양병원. 가정호스피스. 자문형 호스피스로 그 범위를 점점 확대시키고 있다.

셋째, 미래를 내다보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국민의 1/4을 넘어 1/3을 향하고 있다. 시행 초기인 지금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수용시설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는 ‘내가 살던 곳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기본 정서가 있기에 장차는 독립시설을 포함한 ‘가정형 호스피스’ 등의 저변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도 생각된다.

 

문 _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국가적 지원 상황은 어떤가?

답 _ 호스피스 돌봄은 환자 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를 한 단위로 하는 돌봄이고, 삶의 연장이 아닌 질(質)을 높이자는 데에 목표가 있기에 거기에 맞는 각종 지원이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화라고 하면 ‘운영 자금의 지원’등 을 의미하는데 포괄 수가로 하여 운영 주체(의료기관)에게 주어지는 지원이며, 수가에는 국가 전문자격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의 임금이 포함되고 있다. 아직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 지원은 없고 간접 지원 즉 교육, 행사. 등의 교재비나 활동비를 지원받고 있다.

장차 성직자 상근의 필요성이 평가 될 때는 어떤 대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후원기구를 통하여 병원과는 다른 독립채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 _ 호스피스 사역을 선교적 측면에서 보자면?

답 _ 우리나라는 선교왕국이다. 복음의 빚진 자로써 너무 당연하고도 기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잠시 ‘땅끝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즉 땅끝은 ‘장소적 의미’와 함께 ‘시간적 의미’도 있는 것이다. 오지(奧地)를 찾아 무수히 흘리는 땀도 결국은 한 영혼구원에 있다고 한다면, ‘달려 갈 길을 다 간 후, 생의 마지막 길’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말기 환우들도 역시 땅끝에 서 있는 것이다. 선교를 굳이 어장에 비유한다면, 호스피스현장은 황금어장이다.

 

문 _ 끝으로 호스피스 사역을 지망하는 동역자들에게 주는 조언이 있다면

답 _ 제도화 이후, 호스피스 전문기관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만으로 일단 설립을 하게 된 기관들이 준비된 영적 돌봄자 부재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그들만으로는 돌봄의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에서는 경험 있는 이들을 멘토로 세워 신규기관들의 건강한 정착을 돕고 있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호스피스 사역은, 선교적인 의미와 함께 천사가 흠모할 만한 사역이며, 큰 보람을 우리에게 안겨 줄 것이다. 기도하며 교회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신실한 동역자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 김승주 목사 : 목회와 함께 (사)안양호스피스선교회 회장직을 섬기며 한국호스피스협회 고문직과 신규 호스피스기관들의 정착을 돕는 ‘영적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도서로는 ‘호스피스병동 24시(엘멘)’ ‘무늬보다 향기를!(나침반)‘이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