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사람도 희망도 생기도 웃음도 가득했습니다_ 윤서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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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사람도 희망도 생기도 웃음도 가득했습니다

 

 

< 윤서철 목사, 서귀포 동산위의교회 >

 

“도움받는 교회가 아니라 도움주는 교회로 의식 전환해야”

 

 

 

이번 농어촌목회자대회는 한마디로 내 자신이 부끄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큰 기대가 안 되었습니다. 그래도 농어촌부 제주지역 간사라는 의무감 때문에 ‘그래도 가봐야지’ 하고 참가함에 의의를 두는 마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사례 발표라는 것이 애어른 다 합쳐 5-60여명 모이는 뻔한 농어촌 목회자의 이야기라 여겼기에 그냥 무심코 앉았습니다. 그런데 충격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백성들을 향한 열심, 변함없이 온 힘을 다해 나누어주는 사랑과 섬김이 충격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아이들이 거이 없는 농어촌지역, 50대가 제일 젊은 사람이라고 하는 그곳, 목회 20년이 다 되어가도 여전히 목사님이 일일이 차량 운전을 해야 하고, 공간이 비좁아 사택까지 완전히 오픈해야 교회가 돌아가는 그런 교회이지만 사랑과 열심은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열심, 그들의 눈물은 모든 것을 녹이고 남았습니다.

 

희망 없다고, 안 된다고 포기할 만한 지역에 희망도 있었고 은혜도 가득했습니다. 그들의 목회에는 생기가 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목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웃음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교인만 사랑하지 않고 지역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와 세상이 따로 돌지 않고 함께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러한 분들로 인하여 이 나라가 더 소망이 있는 것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아, 그렇구나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든지 주님의 사랑으로 열심히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신나는 목회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감동이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은혜받고 도전받는 시간들이었습니다. ‘100여개가 되는 농어촌교회의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함께 참여하여 함께 이야기 나누며 다시 한 번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소원이 가득하였습니다. 훌륭한 목사님의 강의를 통해 은혜 받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넘쳤습니다.

 

침술봉사, 미용봉사, 칼을 갈아주는 봉사(처음들어본 얘기), 어르신들에게 풍성한 식사대접으로 잔치벌여주는 봉사, 여름철 땀흘리며 일하는 농부들을 위해 밭마다 돌아다니며 냉커피와 미숫가루를 정성껏 대접하는 봉사, 매주 반찬을 만들어 독거 노인 가정을 지속적으로 섬기는 봉사, 대부분의 농어촌이 대중교통이 불편한 터라 걸어서 나들이를 가는 사람이 보이면 거리가 멀던 가깝던 목적지까지 태워다 드리는 목사님의 봉사들…

 

농어촌교회를 섬기고 싶어 하는 도시교회의 작은 헌신들과 이러한 뜻을 잘 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흘려보내고 싶어 하는 농어촌 목회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가득한 시간 시간들이었습니다.

 

산골짜기에서 졸졸 흐르는 샘물들이 모아져 개천을 이루고, 그 작은 실개천들이 모여 샛강을 이루고, 그 샛강들이 하나둘 모여 큰 강이 되어 흐릅니다. 강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그 물을 끊임없이 수증기로 하늘로 보내어 저 산천에 비를 뿌립니다. 그 비는 작은 샘이되어 솟아납니다. 이렇게 돌고 도는 하나님의 세상 운영의 시스템 속에 이 땅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흘러갑니다.

이처럼 농어촌 지역에서 어렵사리 코흘리개 아이들을 모아 그들을 안아주고 어루만지며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놓은 아이들이 점점 자라서 교회에 힘이 될 만한 즈음에는 대학을 따라, 직장을 따라 도시로 진출하여 도시교회의 한 축을 이루어 갑니다. 그 도시 교회들이 샛강과 큰 강의 원리처럼 농어촌 지역을 향해 사랑의 순환을 준행해 갑니다.

 

도시에 있는 목회자는 대부분 능력이 있기에 도시에 있는 것이고, 농어촌 목회자는 나 자신부터 능력이 부족하기에 할 수 없이 농어촌에 있다는 것이 예전에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총회장님이나 박영선 목사님의 말씀처럼 농어촌에 사명이 있기에 그곳으로 부르신 것입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의 문제였습니다.

그 산속, 그 어촌에 들어가 섬기느라 아직 비행기 한번 타지 못했다는 목사님들, 제주도라는 곳을 꼭 와보고 싶어하는 목사님들, 바로 그분들을 섬기고 싶었습니다. 농목회 여름수련회를 제주에서 열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교회가 더 빨리 힘을 얻어서 이분들을 섬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제주도는 그래도 농촌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도 있고 젊은이도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 속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지 눈물겨웠습니다. 나태했던 것이, 불평했던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웠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어린 코흘리개 때부터 애쓰게 끌어모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아이들이 학교를 따라, 직장을 따라 도시로 떠나갑니다. 그러나 떠난다고 해서 억울해 할 것도 아닙니다. 보내는 것도 사명입니다.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모두 내 능력으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모두 다 은혜입니다. 보내는 것도 은혜이며 받아드리는 것도 은혜입니다. 주는 것도 은혜이고 받는 것도 은혜입니다.

 

도시교회가 농어촌교회나 지구촌의 가난한 백성들을 섬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의무이기도 합니다. 농어촌교회가 그 사랑을 잘 받고 더 열심히(생활이 된다고 안주하지 말고) 섬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산속의 조그마한 개울천들이 마르면 언젠가 강물도 말라가듯이, 농촌교회가 죽어가면 결국은 도시교회도 죽어갑니다. 한국교회가 살려면 함께 하여야 합니다. 도시교회가 농촌교회에 주는 것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받는 것이라 봅니다. 농촌교회가 받는 것은 그냥 받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주는 것입니다. 지금 준다고 생색낼 것도 아니고 지금 받는다고 기죽을 것도 아닙니다. 함께 떳떳하고 함께 당당해야 합니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농어촌교회와 도시교회가 자매결연을 통해 1회성 도움이 아닌 계속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질적인 도움만이 아니라 중보기도와 목회자의 재충전을 위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휴식의 기회를 갖게 해주며 침술봉사, 미용봉사, 농어촌지역 사람들을 위한 식사봉사, 어려운 이웃에 반찬 나눔 봉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성경학교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그 지역 실정에 맞게 상호 협의하며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목회자의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는 되어야 하겠지만, 농어촌교회 목회자의 비전과 그 지역을 위한 목회 계획을 알아보고 그 계획이 구체적이고 실재적이라고 판단되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야말로 하향식 지원이 아니라 상향식 지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농어촌교회의 목회자가 아무리 여건이 어려운 농어촌일지라도 하나님께서 보내셨다는 분명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비록 시간이 좀더 걸리고 더 어렵겠지만 사람이나 도시교회를 의지하려는 마음보다 스스로 일어서서 도움받는 교회가 아니라 도움주는 교회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