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교직자수련회특강<2>
책 읽는 목회자가 미래를 연다
송광택 목사_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들어가는 말
한국 목회자의 독서실태에 과한 한 조사에 따르면 주로 읽는 책은 목회 행
정 분야, 평신도 교육을 위한 책, 전도와 제자 훈련에 관한 책, 경건서적,
설교집, 주석류, 신학서적, 기독교 고전 그리고 그때 그때 주위에서 추천하
는 책들이었다.
목회자의 독서생활은 그 자신의 삶과 사역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의식과 행동
에 어떤 모습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목회자의 독서성향과 독서의 질
과 양은 한국교회의 성숙도를 측량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 목회자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목회자는 성장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꾸준히 전진해 나가야 한다. 탁월
한 목회자요 설교자인 워렌 위어스비에 따르면 오늘의 시대는 목회자가 우수
한 연구자가 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신실하
게 말씀을
연구하고 능숙하게 말씀을 전하기 위해 먼저 ‘책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독서는 영적 성장과 성숙으로 가는 길이다. 영적 지도자는 지식과 지혜, 현
실에 대한 통찰력,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목회
자가 책을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하는 이유다.
책은 하나님의 도구다
기독교역사에서 책은 진리를 찾는 사람들의 안내자, 박해를 당하는 성도들
의 위로자, 그리고 교회개혁과 부흥의 도구이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는 책
의 종교이고, 기독교 역사는 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찰스 스펄전은 겨우 3살 때 청교도 책들이 쌓여 작고 어두운 방에서 몇 권
의 책을 끄집어내 삽화를 구경했다고 한다. 영국의 복음전도자 존 웨슬리는
책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났다(1738년 5월 24일자 일기 중에
서). 평생 책을 가까이했던 웨슬리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 4만 번 정도의 설교를 했으며, 4백여 권
의 책을 썼다. 이처럼 방대한 사역을 하면서도 그는 결코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영적 지도자 만들기》의 저자 로버트 클린턴 교수
는 영적 지
도자들의 생애를 연구하다가 책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을 발견했다.
교회공동체의 경험은 독서가 영적 지도자와 크리스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를 증거하고 있다. 따라서 목회자가 뚜렷한 독서동기와 독서자세를 갖는 것
은 매우 중요하다.
독서는 변화의 힘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계를 가진다. 그것은 성경을 읽고 이해하며 해석하는 작업
에도 영향을 끼친다. 신학자 제임스 콘은 흑인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를 다음
과 같이 고백했다. “나의 신학적 한계와 내가 흑인들의 사회적 조건에 밀착
되어 있다는 사실이 복음의 진리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한다.”
목회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목
회자는 미래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강준민 목사는 ‘좋
은 책과의 만남이 목회의 미래를 결정한다’라고 했다. 우리가 현재 읽고 있
는 책이 우리의 생각을 결정하고, 그 생각이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퀴레 주교는 ‘목회자는 인간사상의 모든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
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책을 고른다. 하지만 목회자는 이것
을 의식적으
로 거부해야 한다. 일정한 분야의 책만 읽는 일을 피하고 관심
의 폭을 넓힐 것을 끊임없이 곱씹어야 한다. 물론 제한된 시간에 모든 분야
를 다 섭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목회
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2.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고전을 읽자
고전은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오랫동안 행해진 대화이기 때문에 인
류의 보편적 가치와 근본적 물음에 대해 의미 있는 통찰을 줄 수 있다. 세계
적인 스테디셀러인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 S. 루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책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그
것을 판단할만한 안목을 갖추지 못했다.
유일한 안전장치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기독교적 기준을 갖는 것이다. 그
것이야말로 그 시대의 모든 논쟁들을 올바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
문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고전 이외에서는 얻을 수가 없다. 독서를 위한 좋
은 지침이 있다면 “새 책을 읽은 후 고전을 읽을 때까지 다른 새 책을 읽
지 말라는 것이다.”
위어스비는 고전 읽기를 강조하면서 ‘많은 목회자들이 《천로역정》을
전
혀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목회자들은
종종 옛 우물을 다시 파고 잊혀진 선배들의 글을 상고함으로써 오늘날 그들
이 감당하는 설교사역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작품을 읽자
종종 문학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이나 관점을 형상화시켜 준다.
C. S. 루이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
를 확장하기 위해 애쓴다.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 싶은 것이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과 선별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한편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
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상상력으로 상상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
고 싶어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창문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한, 이것은 문
학이 가진 독특한 가치이자 이점이다. 문학은 다른 사람의 체험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시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
의 시각을 통해서도 봐야 한다.”
문학은 여러 측면에서 목회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목회자는 문학을 통해 상
상력과 미적 감수
성을 훈련시킬 수 있고 세련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그것
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형
태로 복음을 제시할 수 있다. 한편,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
을 주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
에 심방이나 상담사역을 감당할 때에도 크게 유익할 것이다.
역사서적을 읽자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 관한 학문이다. 그리스도인이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
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세계나 문화와 관련을 맺으면서 자신 또는 이웃
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다. 노틀담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마르스덴 교
수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의 과업은 현세에 살면서 그리스도 안에 구현된 하나
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한 자신과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역사를 이해하고 제대로 해석하는 성경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역사
의식을 가진 지도자로 깨어 있는 파수꾼이 되기 위해 목회자는 역사서를 읽
어야 한다.
전기
를 읽자
목회자가 영성을 유지하고 신앙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신앙위인의 전기를 읽
는 것은 성경을 읽는 것 다음으로 유익하다. 전기를 읽으면 하나님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고, 그들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을
읽으면 신앙위인들이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을 참고해서 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제임스 패커 역시 ‘청교도 거인들의 교훈과 모범은 우
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한 것을 보면, 신앙위인들의 전기를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자극’을 위해 읽고 고전과 대작을 읽었다. 그 중 리
처드 백스터의 전기는 그가 청교도 연구에 열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에 의하면, 설교자로서 자랑하려는 성향을 스스로 제지하는 가장 훌륭한 방
법은 위대한 성도들의 전기를 읽는 것이다.
신앙위인들의 역사는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역사를 통치하시고 주관하시는
섭리에 대한 여러 모습들의 가장 분명한 흔적이다. 백금산 목사 역시 신앙위
인들의 전기를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보
물창고’라고 했다.
그 안에 믿음의 선배들의 신앙유산이 보화처럼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기 때문
이다.
한편, 전기를 읽을 때에는 사람을 영웅화하거나 우상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기를 읽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신앙 위인들의 장점과 단
점 모두를 삶의 거울로 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자
목회자는 폭넓은 독서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사색의 폭을 넓혀주
고, 설교의 눈높이를 성도들에게 맞추고, 그들과 접촉점을 찾게 만드는 데
유익하기 때문이다. 침례신학대학교의 도한호 총장은 “모든 목회자의 변하
지 않는 텍스트는 성경이다. 하지만 성경을 바르게 가르치고 그 교훈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문화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
다.
목회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다양한 연령층의 성도들을 상대한다. 그렇다
면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전과 양서, 신간, 베스트셀러를 균형
있게 읽어야 한다. 신간을 소개한 서평을 꾸준히 본다면 좋은 책을 선택하
는 분별력을 점차 얻게 될 것이다.
나가는 말: 경건독서
목회자는 영적 독서(spiritual
reading)를 통해 영적 성숙을 도모할 수 있
다. 헨리 나우웬은 ‘우리가 영적인 글을 영적인 방법으로 읽기 위해서는 단
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통해 우리 자신이 읽혀야 한다는 마음가짐
이 필요하다. 또한 그 글을 정복할 뿐 아니라 그 글에 의해 정복을 당하겠다
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적 독서를 위한 지침서》의 저자 수잔 무토 교수는 성경이 영적 독서의
기본 텍스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적 독서를 위해서는 파고들기보다 곰곰
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비판하기보다 읽은 것을 우리의 삶에 연관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적 독서는 슬픔 중에 있는 독자를 위로하거나 그
의 기쁨을 심화시킨다. 그리고 변화를 촉진하고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도
모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존재가 하나님을 향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영적 독서는 기도나 묵상 등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기 위한 방법들처럼 경
건의 실천이다. 수잔 무토 교수는 영적 독서를 위한 5가지 지침을 제시했
다.
1. 우선, 영적 독서를 위해서는 적절한 성경본문이나 영성생활의 근본적 주
제를 다루는 영성문학(the literature of s
pirituality)의 다양한 출처에서
발췌한 자료들이 있어야 한다.
2. 영적 독서는 하나의 기술(art)로, 정보를 얻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기술은 규칙적인 실행을 통해 발전하며, 일종의 독서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
3. 영적 독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우
선 매일 규칙적으로 읽기 위해 시간을 따로 정해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3
회 이상 15-20분 정도는 돼야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
이 있어야 한다. 독서를 할 때에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신혼’의 달콤
한 기간이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한다. 중요한 것은 끈기를 가지고 계속하
는 것이다. 또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밑줄을 긋고, 책의 여백에 떠오
르는 생각과 느낌을 적어두면 읽으면서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도 참고할 수 있다.
4. 독서노트를 옆에 두고 독서를 해야 한다. 기록으로 남긴 ‘내성
(reflection)’은 영적 생활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영적 독서에 관한 노트
를 읽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 배우
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기록할
때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형
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기록하면 된다.
5. 영적 독서 후에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한 달에 한 번 정
도 만나서 45분 내지 1시간 동안 서로 나누는 모임을 만들어라. 참가자 중
한 사람이 그룹 리더로 봉사해야 한다. 이 모임에서는 특정 본문을 큰 소리
로 읽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참석자들이 생각을 정리하고
방금 읽은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얼마간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이어서
모임의 리더가 토론을 시작한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4-5개의 흥미 있는 질
문을 준비한다. 그것은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참석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참가자가 토론되고 있는 본문을 자주 참조하는 것을 격려해주
어야 한다.
영적 독서는 성경과 기독교고전, 신앙서적을 읽고, 내용과의 상호작용, 내
적 반추가 이루어질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