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어린이 주일에 흘린 눈물_김승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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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특집

어린이 주일에 흘린 눈물

김승식 목사_인천 영광교회

해마다 어린이 주일을 맞이한다. 
어렸을 적 어린이 주일이 있었던가? 까마득한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지만 딱
히 떠오르는 추억이 없다. 먹고살기도 힘들던 시절, 가난한 피난민 교회에
서 무슨 특별한 어린이 주일 행사를 했겠는가.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후하고 풍성한 어린이 주일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
다. 교회마다 이런 저런 행사를 계획하며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지 
않은가!
지난 해던가, 어린이 주일 오후였다.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던 나는 눈시울
이 흥건히 젖었다. 어버이 주일을 맞으면서는 여러 번 울어봤으나 어린이 주
일에 흘리는 눈물이라니!
방송 설교를 하는 어떤 목사님이 한 소년의 일기문을 읽고 있었는데 그 내용
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이렇게 고생을 하는 어린이가 있
구나! 자꾸 눈물이 흘렀다. 그 일기문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 우리 집은 달동네에 
있습니다. 할머니는 집이 하도 좁아 라면 상자라고 
하지만 라면 상자보다는 좀 큽니다. 할머니와 어머니 나 그리고 동생 이렇
게 네 식구가 사는데 밤에 잘 때는 네 식구가 다 누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직장으로 나가는 술집 한 구석에서 주무시고 새벽같이 오십니다. 
집이 좁은 것은 괜찮은데 참기 힘든 것은 화장실입니다. 동네 화장실에는 아
침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데 볼 일이 급하면 참 힘이 듭니다. 그래서 나는 가
능한 한 학교에 가서 볼 일을 봅니다.
엄마는 이따금 술을 잡수시면 웁니다. 같이 죽자고 우십니다. 나는 그 소리
가 제일 무섭습니다.
지난 주일은 부활주일이었습니다.
나는 교회에서 주는 계란을 안 먹고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하나는 할머니
를 드렸고 하나는 엄마를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전도라는 것을 해
봤습니다. 
“엄마 나랑 같이 교회 나가자. 교회 나가면 예수님께서 구원을 주신대.”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야 이놈아, 정신 나간 소리 그만해라. 구원은 무슨 말라빠진 구원이냐. 지
금 집주인이 방세 50만원을 더 올려달라는데, 쫓겨나게 생겼어. 예수 믿으

면 돈을 주냐 쌀을 주냐? 너희 예수님이 50만원만 준다면 교회 나가서 춤을 
추겠다.” 
그러시더니 술을 마시며 또 우셨습니다.
그 다음에 나는 교회 나가서 기도했습니다.
“예수님, 우리 엄마 교회 나오게 해주세요. 그런데요 50만원 생기면 교회 
나온대요. 그런 게 어딨어요. 돈이 안 생겨도 우리 엄마 교회 나오게 해주세
요. 네?”
며칠 후였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이 글짓기 대회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는 “용욱이 네가 글을 잘 쓰니 이번 백일장 대회에 나가라”고 하셨습니
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선생님 손을 잡고 덕수궁이란 곳을 갔습니다. 나는 그곳
에 앉아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글을 썼습니다. 나는 우리 집 이야기를 썼습
니다. 코딱지만한 우리 집 이야기도 썼고, 할머니 이야기, 동생 이야기도 썼
습니다. 술만 마시면 우는 엄마 이야기도 썼고 사업이 망해 청송 교도소에 
계시는 아버지 이야기도 썼습니다. 엄마가 술집에 나간다고 흉보는 친구들 
이야기도 썼습니다.
며칠 후에 발표가 났나봅니다. 그런데 선생님 말씀이 그 글짓기 대회에서 내
가 일등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타 온 
상장과 상품을 보시던 엄마는 
나를 껴안고 막 우셨습니다. 좋은 일인데도 엄마가 자꾸 우시는 이유를 나
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엄마가 또 같이 죽자고 할까봐 
무서웠습니다.
그날 저녁에 웬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 집을 찾아오셨습니다. 글짓기 심사위
원을 하신 동화작가 선생님이시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 선생님은 엄마에게 
내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살아가라며 동화책 다섯 
권을 선물로 내놓고 가셨습니다.
나는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동화책을 전부 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화책을 읽다보니 책갈피에서 웬 봉투가 떨어졌습니다. 이게 무슨 봉투일
까? 편지 봉투 안에는 하얀 쪽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무엇인지 몰라 엄마에
게 보여주니 수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수표는 50만 원짜리였
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엄마는 나를 껴안고 우시는 것
이었습니다.
주일이 되었습니다. 이상스럽게 엄마는 아주 곱게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
으시고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는 나가자는 것이었습
니다. 
“어디 가시게요?”

너희 교회 가자. 50만원을 주신 예수님께 인사하러 가야지.”
그날, 교회에 나가신 엄마는 난생 처음으로 그렇게 많이 우셨답니다. 그렇
게 눈물이 나시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