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인 선교에 대하여 <2> _이기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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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인 선교에 대하여 <2>

 

< 이기종 목사 · 합신세계선교회총무 >

 

 

“실버인 선교사들은 젊은 선교사들과의 세대차 극복 위해 노력해야”

 

지난 번에는 실버인에 의한 선교의 가능성과 장점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실버인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깊이 생각하면서 선교동원의 예방 차원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실버 선교를 하려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전문성(Speciality)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선교를 마치 노후 대책의 방편처럼 생각하고 선교지로 가서는 안 된다. 거기에는 참다운 소명과 헌신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실버인 선교에 있어서의 전문성이란 꼭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 같이 무슨 학위를 가지거나 아주 능통하고 해박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선교사역 분야에 필요한 실제적 기술이나 기능과 같은 전문성을 말한다.

 

나름 현장에서 요구되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성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이를 고려할 때 새롭게 전문성을 갖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실버인 선교사 훈련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전문 직업에 종사하고 은퇴한 사람이 그 훈련에 참가했는데, 그는 그 직업에 평생을 종사해서 지겨우니 은퇴 후에는 더 이상하기 그 일은 하기 싫다며 다른 것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둘째, 언어의 문제이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언어를 준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타문화권에서 생존조차 힘겹고 타민족과의 소통(Commuication)이 거의 안 될 것이다.

 

늘 통역을 데리고 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60세가 넘어 선교지에 나온 분이 동역하기를 원해서 언어학원 기초과정에 등록하고 공부토록 권했더니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하는 것을 보았다.

 

셋째, 실버인의 선교는 대부분 자비량 선교를 원칙으로 한다. 물질적 후원을 받지 않게 되면 자칫 독선적이 되기 쉽고 어느 누구도 어려워하지 않게 될 수 있어 선교사의 책무성(Accountablity)이 문제로 될 수 있다. 지도와 돌봄을 받지 않으려 하고 통제를 거부한다. 게다가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다면 그야말로 자기식의 선교를 하기 쉽다. 실버인 선교도 파송 교회와 선교 단체의 행정 지원과 기도 후원을 받으면서 상호 책임하에 사역해야 보다 건강한 선교가 된다.

 

넷째, 대체적으로 나이가 들면 살아온 경험을 통하여 형성된 자기의 생각과 가치관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신의 의견에 이의를 다는 젊은 선교사를 버릇없다고 생각하여 나무란다든지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이 종종 있다. 요즘은 일이년 차의 젊은 사람들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할 정도로 제반 의식과 현상들이 급변하고 있다. 실버인 선교사들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젊은 선교사들과의 세대차(Generation gap) 극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선교를 늦게 시작하여 시간이 없다는 생각으로 조급하게 무리한 방식으로 선교를 하는 경우를 본다. 이슬람지역, 제한 지역에서는 관계 전도를 중요시하며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급한 마음에 통역을 데리고 전도하므로 물의를 빚거나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성급하면 일을 그르친다(Haste makes waste).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선교사들의 사역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섯째, 나이가 들면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등 건강(Health)으로 인한 문제들이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선교지는 의료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선교지를 선정하거나, 사역 형태를 결정할 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실버들이 가진 여러 장·단점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실버인 선교사 훈련원이나 선교 단체에서는 그들에게 독자적 사역을 주도케 하는 것 보다는 조력자(Helper)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버인들이 보다 잘 준비되고 훈련되어 좋은 조력자가 된다면 한국인들의 선교 현장이 활성화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