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사의 신분과 권리 _ 김 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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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목사의 신분과 권리

 

< 김 훈 목사, 한누리전원교회 원로목사 >

 

 

 최근 은퇴목사(隱退牧師)에 관련된 법조문에 관한 총회치리협력위원회의 법 적용과 해석을 두고, 관련법을 은퇴목사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적용하고 해석한 위원회의 판단이 옳았다는 쪽과 은퇴목사가 더 빠르고, 완전하게 물러나게 하여 세대교체를 촉진시키는 쪽으로 적용하고 해석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인데, 반대로 한 것은 잘못이라는 쪽 사이에 논쟁이 있다고 합니다.

 

1. 은퇴목사의 신분과 권리에 대한 문의와 위원회의 답변

 

문의의 요점은 시무목사가 없는 교회에 후임목사를 청빙할 때까지 섬길 임시당회장으로, 은퇴한 그 교회의 원로목사를 파송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조목(條目)이 ‘당회장’인 정치 15장 3조 가운데 항목(項目)이 ‘임시 당회장’인 3항(임시 당회장은 시무목사가 없는 지교회가 목사를 청빙할 때까지 노회에서 작정한 목사이다. 노회에서 작정하지 못하는 때는 그 교회 혹은 당회가 노회 소속 목사 중에서 수시로 청할 수 있다)과 정치 16장 3조 ‘노회 회원 자격’(각 지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와 원로목사와 공로목사와 총회와 노회에 속한 기관 사무를 위임받은 목사는 회원권이 있고, 그 밖의 목사는 노회에서 투표권이 없으나, 위원회에서는 투표권이 있고, 총회에 파견되는 총대권도 있다)에 따라서 노회 소속 은퇴, 원로목사인 모씨를 임시 당회장으로 작정한 것은 적법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치 5장 4조 목사의 직임상 칭호 13항(은퇴목사; 연로하여 은퇴하였거나 혹은 특수한 사정으로 노회에 사면서를 제출하여 지교회 시무 사면이 된 목사인데, 노회의 회원권은 있으나, 지교회 치리권은 없다)을 들어 은퇴목사는 치리권이 있는 임시당회장이 될 수 없다고 쪽으로 해석하여 이견을 낸 분도 있었습니다.

 

2. 정년제의 역사적 배경과 목적(취지)

 

1) 근로권(勤勞權)은 신부적(神賦的) 권리임

근로권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제일 처음 주신 신부적(神賦的) 권이며, 인생의 목적과 사명 성취를 위하여 필수적인 기본권이며, 인간 생존(生存)과 행복한 삶을 위하여 필수적인 기본권이므로 지켜야 하고, 지켜주어야 합니다(창1; 26-28. 2;15).

 

2) 민수기 8장 25-26절의 취지

정년제와 관계가 있다고 할 유일한 성경인 민수기 8장 25-26절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25절은 50이 넘으면 회막과 성막 기구들의 운반과 설치와 철거, 제물을 잡는 등의 힘든 일들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뜻이지, 직무로부터 완전히 물러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26절은 이미 20년 이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온 50이 넘은 레위인들은 이제부터는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곧 후임들 교육이나, 회막에서 일하는 후임들 곁에서 그들이 직무를 잘 수행하도록 감독 혹은 협력하는 일을 하라는 취지이지, 직무에서 완전히 물러나 그저 쉬라는 뜻이 아닙니다.

 

3) 우리나라의 정년제

조선시대에는 관직에서 물러나 가족에게로 돌아간(致仕) 70이 넘은 관원들에게 봉조하(奉朝賀)라는 칭호와 봉록(俸祿)을 주면서 자문 역할을 맡기고, 기로소(耆老所)라는 기구를 만들어 예우하였습니다. 필요하면 70이 넘은 원로에게 왕이 궤장(?杖)을 하사(下賜)하며 자문하여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따라서 은퇴목사의 완전한 은퇴를 종용하는 것은 부덕(不德)한 풍조입니다.

 

4) 근대 서구(西歐)의 정년제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퇴직자를 위한 연금제도와 함께 정년제를 도입하고, 평균수명이 45세였던 당시에 정년을 65세로 정하므로 정년제가 노동자의 근로권과 퇴직 후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데 목적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1986년, 미국은 정년제를 고령자의 근로권의 제약과 차별 법으로 보고 폐지하고 퇴직하여 연금을 받으면서 휴식할 것인지, 근로권을 계속 행사할 것인지를 본인이 선택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65세 전에 퇴직하므로 정년제가 실시되고 있는 효과와 함께 원하는 사람은 70이 넘도록 일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급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괄적인 은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5) 현대 한국 기업의 정년제

성장기의 한국 기업에서는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간의 근로권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의 정년제를 도입했는데, 1980대 후반부터 경기가 침체하게 되자 기업 성장의 주역이었으나 이제는 고액임금을 받는 노년의 경력자들을 퇴출시키려는 기업가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의 반발을 무마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정치가들이 합력하여 정년제를 노년을 퇴출시키고, 청년을 유인하는 쪽으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은퇴목사에 관한 법을 노년목사들을 더 빨리, 더 완전하게 물러나게 하는 쪽으로 적용하고 해석하는 것은 동기와 목적이 세속적이라고 생각됩니다.

 

6) 합신 교단의 정년제

한국 장로교회에서는 고신 교단이 1966년에 처음 70세 정년제를 채택하였고, 통합교단은 1975년에, 합동교단은 1991년에 도입하였습니다.

합신에서는 1982년 제67회 총회에서 70 정년제를 채택하자는 수정안이 많은 토론 끝에 부결되었다가, 1996년 81회 총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67회 총회 때는 정년이 가까운 선배들이 세대교체와 교회성장이라는 실용성(實用性)을 내세워 정년제를 찬성하였고, 갓 40이 된 필자 또래들은 정년제가 성경적 근거도 없고, 신부적(神賦的) 인권 침해며, 목회는 젊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등의 명분(名分)을 내세워 부결시켰다는 것과 81회 총회에서도 정년제가 곧 적용될 1세대와 필자 같은 2세대의 찬성으로 반대가 없이 채택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미덕과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입니다.

 

3. 조기은퇴(早期隱退)와 완전은퇴(完全隱退)를 주장하는 잘못된 풍조

 

어느 목사님은 다음의 이유를 들어 목사의 조기은퇴와 완전은퇴를 촉구하였습니다.

장기 목회를 하면 절대 권력을 형성하게 되고, 교회 개혁에 장애가 되며, 높은 사례금 때문에 교회 재정에 부담이 되고, 후배들이 일할 기회가 늦어지게 되고, 세속인과 달리 목사들만 70 정년을 고집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교회를 개척하여 38년을 사역하므로 경륜은 최상의 상태에 도달됐고, 체력과 교인의 지지가 여전했으나, 38년 시무한 제가 신선(新鮮)함이 필요한 교인들과 일터를 찾는 후배를 위하여 물러나는 것이 건덕(健德)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만 65세에 은퇴한 저에게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대개 은퇴 후에 생활 걱정은 없고, 오라는 곳은 많을 것 같은 저명(著名)한 분들 아니면, 일터가 필요한 젊은 목사들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명의 연장으로 생긴 문제의 해결책을 조기은퇴에서 찾으려는 것이 성경적인가?

 

이제야 비로소 목회에 전념할 수 있게 된 노년목사들, 도시 변두리와 농어촌에서 목회하여 은퇴하면 갈 곳도, 오라는 곳도, 생활 대책도 없는 무명(無名)의 노년 목사들을 배려하지 않은 그런 주장이 신앙적인가, 혹시나 인기주의는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4. 은퇴목사는 임시당회장도 될 수 없다는 주장의 잘못됨

 

정치 5장 4조 13항 ‘은퇴목사는 노회의 회원권은 있으나, 지교회 치리권은 없다’ 중에서 ‘치리권이 없다’는 단서조항을 은퇴목사가 임시당회장도 될 수 없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법 적용을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임시당회장에 관한 문제는 조목과 항목이 당회장인 정치 15장 3조(당회장) 3항(임시당회장)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한데, 정치 5장 4조(목사의 직임상 칭호)의 13항(은퇴목사)을 적용한 것은 잘못입니다.

 

둘째, 법의 배경과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정치 5장 4조 13의 ‘치리권은 없다’는 것은 은퇴목사가 노회의 결의로 당회장권을 받아서 부임한 시무목사가 있는 교회의 당회에 참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단서조항이지, 시무목사가 없는 교회의 임시 당회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셋째, 시무목사의 당회장권과 임시 당회장의 당회장권을 혼동한 때문입니다.

정치 5장 4조 13의 단서조항은 은퇴목사는 지교회의 청빙과 노회의 결의로 부임하여 사면할 때까지 당회장권을 행사하는 시무목사와 같은 치리권은 없다는 뜻이지, 지교회가 목사를 청빙할 때까지만 당회장권을 행사하는 임시 당회장도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넷째, 총회 총대도 될 수 있는데 임시 당회장이 못 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정치 16장 3조에 따르면 은퇴목사는 총회 총대도 될 수 있습니다. 보다 큰 치리회인 총회 정총대도 될 수 있는 노회원이 임시 당회장은 안 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다섯째, 법의 목적인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퇴자에 관한 법은 그 때문에 약자가 된 은퇴자의 신분과 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해석해야 됩니다. 관련법을 은퇴목사에게 불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약자를 배려하는 성경(출 20:22-23:19 외)은 물론 모든 법 정신에도 어긋납니다.

 

여섯째, 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정년제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교인(교회)과 후배목사들이 자기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마음으로 은퇴한 목사의 권리를 더욱 축소하려 하는 것은 비윤리적입니다

일곱째, 임시 당회장으로는 은퇴목사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시무목사가 없는 교회의 임시 당회장으로는 본인이 청빙을 받으려는 사심이 있을 수 없고, 주일 오전과 저녁, 수요일까지 봉사할 시간이 있고, 직무를 원만하고 권위 있게 해결해 줄 경륜이 많은 은퇴목사가 가장 적합합니다. 따라서 은퇴목사는 임시당회장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은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맺는 말

 

근로권은 신부적(神賦的)인 것으로서 인생의 목적 성취, 존재 이유의 증명, 성령의 은사와 평생 습득한 전문지식과 경험의 활용, 인간교제의 폭 확대, 사회공헌과 인정받음, 생존에 필요한 것의 획득, 심신의 활력과 행복을 누리는데 필수적인 조건이요 권리입니다. 그러므로 목숨처럼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목사들은 교회(교인)와 후배의 건덕(健德)을 위하여(고전 9:12; 10:33), 그 모두를 희생하는 정년 은퇴법에 동의하였습니다. 그 법을 은퇴목사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덕(不德)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세례 받음으로 교인이 되면 직분에 관계없이 죽거나 출교 전에는 평생 교인이듯, 목사는 교회의 청빙과 노회에서 안수 받음으로 목사가 되면 죽거나 사직 혹은 면직되기 전에는 평생 목사이며 노회 회원입니다.

 

따라서 노회 회원권 행사는 물론 교회가 원하면 교회 시무도 평생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양보한 은퇴 목사를 교회와 노회와 총회에서 더 빨리, 더 완전하게 밀어내는 쪽으로 법을 보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연륜과 권위가 있는 노년목사를 배제하므로 교회에서 자기 힘을 키우려고, 자기들이 더 빨리, 완전하게 노회와 총회의 지도자가 되려고, 자기들이 더 빨리, 더 쉽게 목회지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그런 주장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개혁교회에는 항상 목사가 있어야 하며, 대의정치를 성경적이라고 믿는 장로교회에는 항상 당회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노회는 시무목사가 없는 교회가 생기면 빨리 목사를 청하도록 지도하고, 당회장이 없는 교회가 생기면 빨리 임시 당회장을 파송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시무목사(당회장)가 없어진 교회가 시무목사를 청빙할 때까지 섬길 임시 당회장을 작정할 때, 조목(條目)과 항목(項目)이 뚜렷한 정치 15장 3조(당회장) 3항(임시 당회장)과 정치 16장 3조(노회회원의 자격)에 따라 그 노회 소속 은퇴목사요, 원로목사인 모씨를 임시 당회장으로 빨리 파송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필자는 조기 은퇴하여 원로목사가 된 지 만 4년 동안 딱 한 번, 후임목사의 요청으로 그것도 해당 안건의 자문만 하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밖에는 어떤 회의에도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교회 일로 후임목사나 장로들에게 전화한 적도 없었습니다. 고맙게도 후임목사가 자주 상담 전화를 하지만, 가급적 해답을 주는 것도 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 70이 되는 내년에는 노회와 총회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후배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참석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노회에 속한 교회의 당회장이 저를 대리 당회장으로 청하거나, 노회가 시무목사가 없는 교회의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한다면 은퇴목사의 권리요 의무로 알고 순종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후배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혹시라도 우리 합신 교단이 은혜와 덕을 잃게 될까봐 걱정하는 노파심으로 자기 생각을 밝힌 필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